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짧은 순간으로는 부족한,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자꾸만 시선을 붙잡는 배우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 <돋보기:인터뷰>.
시대에 드문 것은 귀하다. 진심과 감사가 점점 희미해지는 세상에서 배우 최지수는 귀한 사람이었다.
무언가에 진심인 것이 때로는 촌스럽다 여겨지는 시대에도, 꿈을 향해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최지수는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신의 빛을 쌓아온 배우였다.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반짝임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최지수는 붉게 물든 볼과 꼬불거리는 머리, 통통 튀는 에너지로 완성한 강노라 역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언더커버 미쓰홍’으로 제62회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여자 신인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11년 연기 인생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페이지를 새겼다.
지난 19일 최지수는 서울 서초구 에코글로벌그룹 사옥에서 TV리포트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언더커버 미쓰홍’을 떠나보낸 소회부터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에 오른 심경, 그리고 ‘유퀴즈’ 이후 달라진 일상까지 그간의 이야기를 전했다.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오른 뒤 최지수는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릴 때부터 언젠가 상을 받게 되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혼자 연습했던 기억도 떠올랐다”며 “연기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문득 누군가 ‘지금까지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기분이 들더라.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첫 백상예술대상 현장에는 부모님도 함께했다. 최지수는 “너무 멋진 분들과 같은 자리에 내가 있다는 걸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마침 어버이날이기도 했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정말 좋아해 주셨다. ‘우리 딸이라 자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11년 연기 인생 처음으로 마주한 시상식 후보라는 자리, 부담은 없었을까. 최지수는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정말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진솔한 마음을 차근차근 전하던 중 최지수는 눈물을 참지 못해 잠시 말을 멈췄다.


▲ 진심을 마주하는 힘…최지수의 원동력이 된 꿈
상대의 진심을 마주한 순간, 최지수의 눈동자는 눈물로 가득 찬다. 그는 눈 너머 마음을 바라봤다.
“눈물이 많은 편”이라며 연신 감정을 다잡은 최지수는 다시 환하게 웃어 보이며 “진실된 눈을 보면 눈물이 나는 것 같다. 눈을 마주쳤을 때 상대의 진심이 느껴지면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당시에도 그런 마음이었다고. 최지수는 “유재석 선배님이 나를 봐주시는데, 그 눈빛이 ‘고생했다’고 말해주시는 것 같았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더 그랬다”며 촬영 중 흘린 눈물에 얽힌 비하인드를 밝혔다.
아르바이트와 학자금 대출, 연기를 향한 고민까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과정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최지수는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더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 씨 제일 높게 올라가서 그곳에 올라갔을 때 지수 씨 같은 사람들을 챙겨달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그게 내 인생의 목표”라며 “언젠가 내가 ‘선배님’ 소리를 듣는 날이 온다면 더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역시 연기를 하고 있지만, 지금의 나 같은 친구들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최지수는 “언젠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도 처음으로 고백했다. “평상시에 시나리오도 취미로 쓰고, 주변에도 제작 관련 일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연출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지금의 나 같은 젊은 배우들을 찾아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최근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했다. 그는 “돈을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을위해서다. 나를 위해 크게 쓰는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언젠가 나를 위해 돈을 쓰게 된다면 영화 만드는 데 쓰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로 연기에 대한 애정으로, 작품에 대한 사랑으로, 직접 제작에 뛰어든 배우들이 많다. 하정우, 이희준, 조현철, 장동윤, 구교환 등 많은 이가 활동 영역을 넓혀 배우로서 전하던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는 바. 다양한 영역에서 각자의 세계를 구축한 선배들을 향한 존경을 드러낸 최지수는 “자신의 목소리로 연기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며 구교환을 향한 팬심을 전했다.
최지수는 “눈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느꼈던 배우가 구교환 선배님이셨다.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늘 진심인 분 같다고 느낀다. 눈빛과 목소리가 일치하는 배우라는 느낌이 든다”며 “언젠가 꼭 작품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아름다워라’…최지수의 감사
최지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떠오른 것은 정호승 시인의 ‘슬픔 많은 이 세상도’라는 시였다. 특히 ‘슬픔 많은 사람끼리 살아가면은.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아름다워라”라는 구절이 맴돌았다.
“나는 밝은 사람이지만 동시에 슬픔도 깊은 사람”이라고 말한 그는 언젠가 ‘최지수만 할 수 있는 연기’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사랑스럽고 밝은 인물인데도 그 안에 슬픔과 아픔이 있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 해낼 수 있다”고 말한 최지수는 “강노라로 큰 사랑을 받아 정말 감사하지만,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도 많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하이쿠키’, ‘안녕 도로씨’ 등 정말 다양한 작품을 해왔다. 이미지 차이가 크다 보니 같은 배우인지 모르시는 분들도 많더라. 앞으로 더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노라라는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 시간들 덕분이었다.
최지수는 “‘미쓰홍’ 2차 오디션 이후에 감독님이 내 말투를 너무 좋아해 주셔서 노라를 연기하지 말고, 내가 재벌 2세가 됐다고 생각하고 살아보면 좋겠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강노라는 최지수인 것 같다. 그렇지만 결국 이전의 캐릭터들이 있었기에 노라를 만나 더 재밌게 놀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더커버 미쓰홍’이 최지수에게 남긴 의미 역시 남달랐다. 그는 “다른 모든 작품과 캐릭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미쓰홍’은 최지수라는 배우의 연기를 더 많은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었던 작품이기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함께했던 동료들을 향한 애정도 이어졌다. 최지수는 “301호 언니들은 실제로도 내 인생에서 너무 멋진 어른이었다. 그곳에 있을 때 행복했다”며 “특히 신혜 언니에게 너무 고맙다. 언니는 내가 먼저 물어보기도 전에 항상 많은 것을 알려줬다. 너무 고맙다고 세상에 소리 지르고 싶다.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최지수의 이야기에는 ‘감사’가 빠지지 않았다. 많은 응원을 보내준 분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 전한 그는 “댓글을 저장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보고 있다. 그 댓글이, 그 응원이 하루하루 나를 살리고 있다. 큰 힘이 된다”고 웃어 보였다.
최지수의 기쁨과 감사는 그가 깊은 슬픔을 알기에 더 빛났다.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보는 힘을 가진 배우 최지수는 겉은 말랑하고, 속은 단단한 사람이었다. “긍정적인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나를 믿을 수 있는 마음”이라고 고백한 그의 눈동자는 마지막까지 반짝였다.
대중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최지수는 오는 2026년 하반기 방송 예정인 SBS 새 드라마 ‘나인 투 식스’로 시청자들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돋보기 TMI.
올해 최지수의 버킷리스트는 스카이다이빙
강지호 기자 / 사진= 오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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