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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표 코미디, 웃기지만 완성도는 ‘글쎄’…”산만한 영화” (‘로비’)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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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배우 하정우가 감독으로서 큰 이정표를 세웠다.

2003년 영화계에 등장한 하정우는 화려한 길을 걸어왔다.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굵직한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고, 칸 영화제에서 레드 카펫도 밟았다.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이고 관객 동원력도 어마어마했다. 그는 ‘신과함께’ 시리즈 두 편과 ‘암살’에 출연해 천만 관객 고지를 세 번이나 올랐다. 배우로서는 더 이룰 게 없어 보이는 하정우가 세 번째 연출작으로 돌아왔다. 23년 차 감독으로서 그는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로비’는 국가사업을 맡기 위해 접대 골프에 나서는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의 이야기다. 창욱은 뛰어난 기술을 가졌음에도 번번이 라이벌 광우(박병은 분)에게 밀려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우는 평소 로비등을 통해 사업을 따냈지만, 창욱은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며 청렴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사업의 규모가 4조 원에 달하고, 창욱은 ’50억’ 대출금의 압박을 받고 있다. 살면서 골프채조차 잡아본 적도 없는 창욱은 속성으로 골프를 배운 뒤 인생 첫 로비에 나선다.

‘로비’는 화려한 출연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독인 하정우가 직접 주연까지 맡았고 그를 필두로 김의성, 이동휘, 강해림이 극을 끌어간다. 여기에 차주영, 박해수, 성동일, 현봉식, 강말금 등의 배우가 뭉쳤다. 이들은 본인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조연마저도 굵직한 배우들이 채우고 있어 흘려보낼 장면이 없다. 특히, 박해수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상우를 연상케 하는 대사를 뱉는 장면은 영화 속 코미디의 백미다. 또한, 하정우 감독의 전작 ‘롤러코스터’에서 안과 의사로 활약했던 이지훈은 이번에도 안과 의사를 비롯해 1인 4역을 소화하며 하정우 유니버스를 더 두텁게 했다.

많은 배우의 지원 사격 속에 하정우는 평소 인터뷰와 예능 등에서 보여준 유머 감각을 영화에 이식할 수 있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많은 배우가 러닝 타임 내내 웃음을 유발한다. 더 나아가 이동휘와 김의성은 부패한 인물들의 얼굴을 지질하면서도 얄밉게 잘 표현해 사회 지도층을 풍자하는 데도 성공한다. 그럼에도 많은 배우가 만드는 코미디가 이야기와 잘 섞인다는 인상을 받기는 어려웠다. 적은 분량 속에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조연까지 힘을 주다 보니 영화가 산만했다. 영화의 서사와 코미디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느낌이 없었고, 하나로 뭉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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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골프 속에서 갈등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흥미롭지 못했다. 창욱이 로비를 하고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주요 서사는 점차 설 자리를 잃는다. 주요 이야기는 농담을 위한 무대를 마련한 뒤엔 희미해진다. 그리고 그 자리를 산발적 코미디와 상황극이 채운다. 그리고 권선징악적 결말로 이어지는 것도 급작스러웠다. 전체적으로 ‘로비’는 하정우표 블랙 코미디가 잘 보였지만, 관객을 사로잡을 만큼 완성도 높은 영화는 되지 못했다. 이 소동극이 영화라는 매체에 잘 어울리는지도 의문이다.

감독의 영화 세계를 말하기 위해서는 세 편의 영화는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정우는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어 세 번째 영화로 ‘로비’를 완성했다. 하정우는 세 편의 영화를 안정적으로 연출하며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그만의 블랙 코미디를 확고히 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비’에 와서는 개인의 취향에 갇혀 시야가 좁아지는 한계도 노출했다.

5일까지 13만 관객을 동원한 ‘로비’는 흥행에서는 아쉬움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하정우가 다음 연출작에서는 더 크게 웃을 수 있을까.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 ‘로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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