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경주기행’이 아쉬운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퇴장을 앞두고 있다.
‘경주기행’은 기이한 영화다. 가벼움과 무거움,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며 독특한 체험을 하게 한다. 잘 붙지 않을 것 같은 장르가 다양한 감정을 맛보게 한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딘가 위태롭게 느껴져 영화에 이입하기 힘들었다.
영화는 불의의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남겨진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딸이자 막내 동생이었던 경주(황현정 분)의 죽음은 가족의 삶을 무너뜨렸고, 카메라는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의 얼굴을 비추며 관객에게 연민의 감정을 갖게 한다. 엄마 영주(이영은 분)는 매울 수 없는 딸의 공백을 복수를 통해 어떻게든 채워보고자 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딸들이 이 여정에 함께하며 기묘한 사건을 만든다.
사적 복수가 중심에 있지만, ‘경주기행’은 이를 긍정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살아보려는 이들의 절망적인 상태를 통해 비극성을 강화했다. 복수가 달성되는 순간의 쾌감도 결코 크지 않다. 영주는 자신의 계획을 완성하지만, 그의 얼굴은 전혀 밝지 않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 법의 처벌을 받고 쓸쓸히 퇴장한다. 영주의 승리로 끝난 듯 하지만, 오히려 그가 잃은 것이 더 많다. 아이러니한 결말이다.
영주는 자신의 삶이 추락한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복수를 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법은 그녀의 가족을 외면했고, 이에 한이 맺힌 영주의 가족은 가해자로부터 그들의 삶을 분리하지 못했다. 그 사건으로부터 가족의 삶을 조금이라도 떼어 놓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을 맛보게 한다. 복수를 눈앞두고 이정은이 보여주는 처연하고 공허한 표정은 압권인데, ‘경주기행’의 정서와 태도가 압축돼 있던 강렬한 신이었다.
‘경주기행’은 비극적인 사건 이후 죽음과 함께하는 가족들의 상황이 잘 보인다. 우선, 영주의 가족은 곳곳에 무덤을 볼 수 있는 경주를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을 부유하는 여정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살아가는 이들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주네 가족은 무덤 도굴꾼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들은 경주의 죽음을 깨우려는 존재이기도 했다.
영주네 가족이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해 곳곳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행동도 인상적이다. 막내딸 경주의 자리는 늘 비어있지만, 사진의 배경이라는 점에서 경주는 늘 함께하고 있다. 이 역시 죽은 구성원과 늘 함께 하고 있는 영주 가족의 상황을 보여주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이런 요소를 활용해 ‘경주기행’은 가족 구성원의 죽음이 그들의 삶을 감싸고 있고, 피해자들은 상처와 충격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의 설정과 미장센으로 말하고 있었다.
‘경주기행’은 사적 복수를 경유해 가족의 죽음이 가져오는 거대한 슬픔을 체험하게 하는 영화다. 영주가 법과 윤리의 경계를 넘는 행동을 함에도 관객이 그를 응원하게 하는 힘이 있는데, 여기서 김미조 감독의 비범한 연출적 재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며 어딘가 부자연스러웠고, 그래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이는 영화의 흥행에도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톤 앤 매너가 매우 다르다. 납치가 중심에 있는 앞부분은 유머러스함과 통통 튀는 에너지가 돋보인다. 그런데 후반부는 너무도 건조하다. 가해자 백상현(변요한 분)은 잔혹한 대사와 행동으로 순식간에 정통 스릴러의 분위기를 끌어온다. 장르의 변주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극찬할 수 있지만, 이야기가 뚝뚝 끊어져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때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복수 신도 ‘이렇게 까지 간다고?’라는 의아함을 느껴야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경주기행’의 매력은 스릴러로 진행되는 장면에서 더 많이 찾을 수 있던 것들이다. 때문에 전반부의 코믹한 대사, 백상현이 비닐을 쓰고 도주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 갑작스레 등장한 장주(공효진 분)의 가족들이 만드는 웃음 등이 다소 과해 보였다. ‘경주기행’은 두 장르의 간극을 매워줄 적절한 이음새가 잘 보이지 않았다. 혹은, 제작진이 두 장르의 충돌이 가져올 화학 작용을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경주기행’을 통해 영화라는 게 정말 까다로운 작업이라는 걸 또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따로 떼어 놓고 봤을 때 각각의 요소가 제 기능을 하고, 매력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한 데 모았을 때 시너지는커녕,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흥행을 떠나 ‘경주기행’이 한국 영화계엔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 확신한다. 한 영화 안에서 다양한 장르를 안정적으로 쌓아 올린 김미조 감독의 연출력은 이 기행이 남긴 최고의 성취라 할 만하다. 경주를 경유한 그의 다음 여정이 더 빛나길 바란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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