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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싫어 울기도”…멈춰선 뒤 찾은 박소담의 연기, 행복, ‘경주기행’ [RE: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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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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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배우 박소담이 ‘경주기행’을 통해 다시 느낀 연기의 즐거움부터 투병 이후 달라진 삶의 태도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소담은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26일 개봉을 앞둔 영화 ‘경주기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을 떠난 뒤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 동안 기다려온 네 모녀가 살인범을 직접 납치하며 시작되는 가족 복수극이다.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한 작품에서 가족으로 호흡을 맞춘다는 점으로 기대를 모은 ‘경주기행’은 장편 데뷔작 ‘갈매기’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을 받은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극 중 박소담은 옥실(이정은)의 둘째 딸 영주 역을 맡았다. 법대를 졸업했지만 현재 백수인 영주는 냉철한 판단력과 철저한 계산으로 가족의 복수 계획을 세우는 인물이다. 이날 박소담은 ‘경주기행’을 처음 접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많이 울었고 정말 많은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작품을 선택할 당시 박소담은 건강 문제로 예정했던 작품을 포기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이 작품 전에 몸이 조금 안 좋아서 하고 싶었던 작품도 못하고 쉬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여러 곳에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면서 쉬고 있던 중 ‘경주기행’ 연락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시기적으로도 정말 잘 맞았던 것 같다. 정은 엄마도 전화해서 ‘너 나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엄마 때문 아니고 시나리오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라고 했다”며 웃어 보였다.

박소담을 사로잡은 건 네 모녀의 촘촘한 관계였다. 그는 “감독님을 만나기 전이라 어떤 삶을 살아오신 분인지 몰랐는데 ‘어떻게 자매들과 각각의 캐릭터가 엄마를 만났을 때의 모습을 이렇게 잘 썼지?’ 싶었다”며 “알고 보니 실제 네 자매시더라. 그래서 이렇게 세세하게 잘 쓰셨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장면도 이해가 안 됐던 적이 없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감독님이 바로바로 시원하게 답을 주셨다”며 김미조 감독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함께한 배우들과의 만남도 박소담에게 큰 힘이 됐다. 평소 공효진의 연기를 좋아해 왔다는 그는 “효진 언니가 확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 마침 ‘괜찮아, 사랑이야’를 다시 정주행하고 있었다. 펑펑 울면서 보고 있는데 언니가 장주 역할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너무 기뻤다. 첫 리딩에서 효진 언니 목소리를 듣는데 신기하더라”고 떠올렸다.

이정은과 모녀로 만난 기쁨도 컸다. 박소담은 “정은 언니가 다른 작품에서 누구의 엄마로 나온다는 기사만 봐도 캡처해서 ‘내 엄마는 언제 해줄 거야’라고 보냈다”며 “이번에 모녀로 만나 진하게 붙을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했다”고 전했다.

첫 리딩에서부터 네 배우의 호흡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 박소담은 “각자 너무 장주 같고 영주 같고 동주 같고 그냥 엄마였다. ‘이대로 바로 촬영해도 되겠는데’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고 말했다.

‘경주기행’은 박소담에게 연기의 재미를 다시 확인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그는 “연기는 혼자 할 수 없지 않나. 내가 아무리 준비해도 상대방이 어떤 에너지를 주느냐에 따라 그걸 받아서 다시 내 연기가 나간다”며 “‘경주기행’을 촬영하면서 그동안에도 연기는 늘 재미있었지만 ‘다시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촬영이 안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많이 울었다. 헤어지기 싫다고 울 때마다 가족들이 웃으면서 휴지를 주고 ‘그만 울어. 또 보면 되지’라고 했다”며 “너무 든든한 가족을 만나서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박소담이 시나리오 단계부터 눈물을 흘린 이유 역시 이 가족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는 “나는 자식이 없고 자식을 잃어본 경험도 당연히 없기 때문에 그 감정을 감히 상상할 수는 없다”면서도 “옥실의 8년이라는 세월은 멈춰 있지 않았나. 엄마가 원하는 일을 딸 셋이 함께하고 있는데, 그 일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보다 ‘이 가족들이 정말 괜찮을까’,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가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이라는 단어를 이 가족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황 전체가 마음 아팠다”며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일어났고 엄마가 원하는 일을 끝맺는다고 해서 과연 가족들이 괜찮을까 진심으로 걱정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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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기행’을 만난 시기는 박소담이 자신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던 시간과도 맞닿아 있었다. 박소담은 지난 2021년 갑상샘 유두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뒤 회복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아프기 전에는 타고나길 체력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좋은 에너지를 잘 흡수하는 사람이기도 해서 지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쉼 없이 밖으로 향하던 에너지는 어느 순간 바닥을 드러냈다. 그는 “예전에는 내 에너지가 바깥으로 많이 뻗쳐 있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나를 계속 보여드려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에너지가 안으로 모이기보다 무조건 밖으로 나갔던 것 같다”며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더 이상 드릴 게 없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가 가진 게 뭐지?’, ‘나는 진짜 뭘 좋아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아프면서 가만히 누워 병원에 있을 때 처음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예상하지 못했던 투병은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박소담은 “아픈 덕분에 나에게 쉬는 시간이 주어진 거지 않나. 의도치 않게 갑자기 생겼다”며 “늘 바깥으로만 뻗쳤던 에너지를 안으로 모으면서 내가 진짜 뭘 좋아하는지, 진짜 괜찮은지를 많이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는 방법도 배웠다. 그는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도 생겼다. 이제는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구나’ 하면 내 몸과 대화를 한다”면서 “내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그런 순간들이 약 5년 동안 모였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정기적인 검진을 받으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박소담은 “요즘에도 가끔 피곤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이 회복된다”며 “다음 달에도 6개월에 한 번씩 받는 검사를 가는데 아마 결과가 좋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기 밖에서 자신을 채우는 방법도 찾았다. 대표적인 취미는 운전과 꽃이다. 박소담은 “운전하면서 노래 듣는 걸 정말 좋아한다. 혼자 차 안에서 노래도 많이 부르고 날이 좋으면 창문도 다 열어놓는다”며 “일부러 자유로를 타려고 파주 아웃렛을 가기도 한다”고 웃었다.

과거 큰 교통사고를 겪은 뒤 한동안 운전대를 잡지 못했지만, 현재는 운전이 자신만의 휴식 시간이 됐다. 쉬는 날이면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의 수목장을 찾기도 한다고.

그는 “나는 엄마가 없는 게 어떤 건지 모르지 않나. 그런데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엄마가 엄마를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았다”며 “엄마에게 ‘오늘 수목장 갈래?’라고 한다. 운전해서 다녀오고 엄마랑 맛있는 걸 먹는 시간이 좋다”고 전했다.

꽃시장 역시 박소담이 새롭게 발견한 행복 중 하나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다녀왔다. 꽃시장 가는 걸 너무 좋아한다”며 “예전에는 멍 때리는 걸 잘 못했는데 좋은 노래를 틀어놓고 두세 시간 동안 꽃을 정리하면 다른 잡생각을 안 하게 된다. 그게 온전히 내 휴식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할 때 ‘내가 되게 행복해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낀다. 예쁘기도 하고, 안 할 이유가 없는 나만의 취미 생활이 생겼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박소담은 ‘경주기행’이 관객에게도 여러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 “웃기도 했다가 울기도 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는 오랜만이지 않을까 싶다”며 미소 지어 보인 박소담은 “우리 삶 자체가 하루에도 감정이 수도 없이 바뀌지 않나.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겪은 이 가족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온전히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보러 오시면 가슴속이 뜨거워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영화 ‘경주기행’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강지호 기자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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