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된 박윤호, ‘진짜’를 증명하다…”진심은 통하니까” (‘들쥐’) [RE: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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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윤시은 기자] 이름을 빼앗으면 그 사람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가질 수 있을까.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 삶을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 분)가 자신과 똑같은 존재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결국 작품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배우 박윤호는 극 중 문재의 인생을 가로챈 ‘들쥐’ 서유민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타인의 이름을 빼앗아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했지만, 카메라 밖의 박윤호에게 이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와 함께해 왔다. ‘넓은 마음과 큰 뜻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가족의 바람처럼 박윤호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건 그가 살아온 시간과 그 안에서 쌓아온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사라진다면 박윤호는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까. 의외로 그의 답은 거창하지 않았다.
지난 6일 TV리포트 사옥에서 만난 박윤호는 “문재의 경우, 지문 등의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라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억울하거나 그런 비슷한 상황들이 생기면 진심으로 어필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진짜라면 결국 믿게 될 것이라고 진지하게 답한 그는 평소 친구들과 즐겨 한다는 ‘라이어 게임’과 ‘마피아 게임’을 예로 들었다. 그는 “게임을 할 때도 진심을 담아서 어필하면 통할 거라는 생각으로 항상 열띤 토론을 해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박윤호의 눈빛에는 서유민과는 사뭇 다른, 제 나이다운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정작 게임을 잘하는 편은 아니라고. 박윤호는 “내가 라이어인데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를 때 느껴지는 쾌감을 좋아한다”라면서도 “일찍 탈락하는 편이다. 아무 말을 안 하기도, 또 열심히 떠들어 보기도 하는데 항상 그렇게 된다. 표정을 잘 못 숨기는 것 같다. 친한 친구들은 나를 더 잘 알지 않나. 어떤 변명을 들어도 탈락을 시켜 버리더라”라고 설명했다.
배우가 된 지금도 그 믿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가야 했던 서유민의 원동력이 ‘복수’였다면, 배우 박윤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잘하고 싶다’라는 마음, 그리고 자신이 들인 노력만큼은 언젠가 누군가 알아봐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너무 야망 가득해 보일 것 같은데”라며 수줍게 웃은 박윤호는 “노력하고, 또 그 노력에 대한 인정을 받고, 그걸 누군가 알아봐 줬을 때 오는 감정들이 되게 큰 것 같다. 제가 노력한 만큼 알아주실 거라고 믿고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연기만큼이나 작품이 인정받는 일도 그에게는 큰 의미다. 박윤호는 “연기를 인정받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저 역시 제 몫을 해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 같이 애써서 만든 작품이니까, 그게 인정받으면 여러 명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 남는 순간으로는 첫 등장신을 언급했다. 유민은 문재의 회상 장면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연인 민영(송수이 분)과 세 사람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그는 문재를 향해 “물에 안 들어갈래요?”라고 묻는다. 선역인지 악역인지 알 수 없는 극 초반, 해당 장면은 담백하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겨야 했다. 박윤호는 “대본에도 이미지적으로 묘사가 잘 되어 있었다. 잘 만들고 싶었던 장면이었던 만큼 묘한 느낌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며 “배경도 너무 예쁘고 딱 생각했던 이미지처럼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앳된 얼굴과 서늘함을 오가는 연기로 호평받은 그가 아쉬운 장면으로 꼽은 건 엔딩신이었다. 박윤호는 “엔딩신은 그 자체로 중요하기도 했고 보여줘야 할 것도 많았다. 그래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라며 “역할을 준비하면서 유민의 감정이 조금 더 제 안으로 들어오다 보니, 슬픔이나 자기 연민 같은 감정을 가졌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더 문재를 탓하고 나무라고 분노하고 감정의 화살표가 조금 더 문재를 향해 직선적으로 떨어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들쥐’는 지난 8월 2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윤시은 기자 / 사진=이닛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들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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