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지호 기자] 23년 전 스크린을 달궜던 위험한 관계가 손예진, 지창욱, 나나를 만나 다시 펼쳐진다.
9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는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배우 손예진, 지창욱, 나나와 정지우 감독이 참석했다. 진행은 방송인 박경림이 맡았다.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희연(나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로 옮겨 2026년의 시선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특히 ‘스캔들’은 지난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같은 원작을 공유한다. 이미숙, 배용준, 전도연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는 조선시대를 무대로 욕망과 사랑을 파격적으로 그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3년이 흐른 뒤 정지우 감독은 이를 영화의 리메이크가 아닌, 원작 소설에서 다시 출발한 새로운 이야기로 완성했다.
이날 정지우 감독은 2003년 영화에 대해 “프랑스 소설을 조선 후기로 옮겼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랍고 존경스러운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작품은 그 영화를 다시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원작 소설에서 시작했다”며 “원작으로 돌아가 인물과 관계를 다시 쓰다 보니 굉장히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 차별점을 짚었다.
특히 새롭게 확장된 관계의 중심에는 조씨부인과 희연이 있다. 정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가 기존 이야기에서는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며 “그 관계를 두툼하고 생생하게 만든 것에 큰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3년 영화에서 이미숙이 연기했던 인물을 이어받은 손예진 역시 전작을 의식하기보다 새롭게 쓰인 조씨부인에 집중했다. 손예진은 “당시 영화를 봤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다시 보지는 않았다”며 “이미숙 선배님의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기억에 남아 있다. 몸짓이나 말투 같은 것들이 20년이 넘었는데도 강렬하게 기억난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이번 대본에서는 조씨부인의 이야기가 훨씬 더 입체적이고 많은 서사를 가지고 있었다”며 “일부러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전에 대본 자체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시리즈로 호흡이 길어진 점 역시 새로운 ‘스캔들’을 만드는 중요한 차이였다. 손예진은 “시리즈물이다 보니 각 인물의 서사가 훨씬 많이 들어가 있다. 배우로서는 더 욕심이 나는 매체였다”며 “서사가 더 쌓이면서 단선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되고, 내기를 시작하는 계기의 디테일도 더 많아졌다”고 밝혔다.
또 조원과 조씨부인의 심리전, 두 사람이 희연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묘하고 복잡하게 얽힌다고 귀띔했다.
지창욱이 완성한 조원도 전작과는 다른 얼굴을 갖는다. 명망 높은 가문에서 태어나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쾌락과 재미를 좇으며 살아가는 조원은 ‘조선 최고의 연애꾼’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러나 정작 지창욱은 촬영을 모두 마친 뒤 그 수식어에 의문을 품었다.
지창욱은 “처음에는 나도 ‘조선 최고의 연애꾼’이라는 수식어가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을 다 끝내고 보니 과연 이 친구가 최고의 연애꾼이 맞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복합적인 인물인데 나에게는 혼란, 혼돈 그 자체였던 것 같다”며 “감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감독님에게 굉장히 많이 의지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특별한 작품이 됐다”고 털어놨다.
조씨부인이 제안한 위험한 내기를 받아들이는 이유조차 하나의 감정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지창욱은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라며 “내 생각에는 사랑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일종의 복수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러 버전의 ‘위험한 관계’를 접했다는 지창욱은 기존 작품 속 조원을 그대로 좇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전 배우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는 했지만 이번 작품의 조원과는 차이가 컸다며, 정지우 감독과 대화를 거듭하면서 “나만의 조원”, “정지우 감독님만의 조원”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영화보다 긴 호흡 속에서 조원이 어떻게 살아왔고 변화해 가는지까지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작품만의 차이로 꼽았다.
무엇보다 전작이 파격적인 소재와 높은 수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만큼 이날 현장에서는 새 ‘스캔들’의 표현 수위를 향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이에 정지우 감독은 긴 설명 대신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짧고 굵게 답했다. 박경림 역시 짧은 답변만으로 충분한 설명이 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며 현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조선시대를 구현한 미장센 역시 새로운 ‘스캔들’을 완성한 한 축이다. 의상은 한복 디자이너 차이킴이 맡았다. 정지우 감독은 민화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며 연구한 뒤 배우와 캐릭터에 어울리는 색과 디자인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익숙한 한복처럼 보여도 인물마다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여기에 판소리도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됐다. 정 감독은 작품 전체를 하나의 판소리 한마당처럼 구성하고 한 소리로 시작해 한 소리로 마무리하는 큰 구조를 만들었다며, 한국적인 소리의 아름다움과 판소리가 극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23년 전의 ‘스캔들’이 당대의 파격으로 기억됐다면, 2026년의 ‘스캔들’은 더 길어진 호흡 속에서 인물들의 욕망과 관계를 촘촘하게 파고든다. 원작으로 돌아가 다시 설계한 인물과 관계, 손예진·지창욱·나나가 새롭게 만들어낸 얼굴이 더해진 새 ‘스캔들’이 전작과 또 다른 강렬함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오는 18일 공개된다.
강지호 기자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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