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트릭을 반복하다 무너진 서스펜스…시청자는 흔들지 못한 거짓말 (‘맨 끝줄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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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최민식 주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맨 끝줄 소년’이 아쉬움 속에 차트에서 퇴장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이 초반 화제성을 이어가지 못하며 차트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먼저 공개된 ‘참교육’이 여전히 ‘넷플릭스 오늘의 TOP10’ 시리즈 부문 7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맨 끝줄 소년’은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32개국에서 TOP10에 이름을 올렸지만, 장기 흥행에는 실패했다. 어떤 점이 아쉬웠던 걸까.
‘맨 끝 줄 소년’은 등단 이후 새로운 소설을 쓰지 못한 작가이자 교수 허문오(최민식 분)가 이강(최현욱 분)에게 비범한 재능이 있다는 걸 느끼고, 특별한 문학수업을 진행하며 소설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드라마는 허문오의 일상과 그 안에 이강이 작성한 소설이 함께 진행되는 액자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강은 친구 세윤(이진우 분)의 가족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고, 허문오는 진실된 인간을 글에 담으라고 가르치며 이강이 주변인들을 더 관찰하게 한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고 궁금증을 느끼는 데서 이 드라마 초반부 동력이 형성된다. 이강이 캐릭터 구축을 위해 현실의 인물을 탐구하던 과정은 점차 관음적 시선으로 변해간다. 허문오 역시 타인의 가족 및 이강의 은밀한 욕망을 엿보는 걸 즐기고, 거기서 문학적 영감을 얻는다. 이강이 세윤의 삶에 다가갈수록 실제 인물과 이야기 속 캐릭터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데, 시청자는 그가 쓴 글이 현실인지 허구인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맨 끝줄 소년’의 초반부는 현실과 소설이 대치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런 구도는 중반부 방향을 크게 바꾼다. 이강의 소설 속 인물들이 허문오가 질투하던 김수훈(허준호 분)의 가족이었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부터 드라마의 장르 자체가 뒤바뀐다. 이때부터는 사고로 죽은 가사도우미(한지은 분)의 죽음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이 수사극처럼 전개된다. 최초에 허문오는 이강에게 창작적 영감을 얻으려 했지만, 이후엔 그를 통해 김수훈의 삶을 폭로하는 데 집착한다. 그는 윤리적인 선까지 넘으며 추락하고, 여기서 열등감으로 가득 찬 인간의 추악함과 연약함이 드러난다.
긴 호흡을 가진 시리즈물에서 장르를 변주하며 다양한 재미를 추구했다는 건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간과한 것이 있다. 이강의 실제 친구 세윤은 그의 과제 속에도 똑같은 이미지로 등장하는데, 때문에 시청자는 큰 의심 없이 이강의 소설이 현실과 똑 닮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김수훈의 얼굴이 공개되는 지점부터 이 믿음이 깨진다. 세윤 아버지의 얼굴이 우리가 앞서 보던 것과 달랐듯, 그의 이야기가 재연된 영상이 현실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한 채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소설의 허구성을 이용한 이 반전, 혹은 트릭은 아껴뒀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이야기의 힘이 유지되고, 마지막 결말의 충격이 더 클 수 있었다.
김수훈의 정체가 공개된 이후 이강이 제출하는 과제 속 서사는 신뢰를 잃고, 그래서 이입하는 게 쉽지 않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그를 바라보고 거리도 두게 된다. 이강의 이야기가 희미해지는 대신, 이강의 함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허문오의 모습은 더 부각된다. 이강에게 쩔쩔매고, 지질한 모습을 노출하는 게 더 선명히 보인다. 시청자가 줄곧 따라가고, 어쩌면 응원했을 허문호가 이강에게 휘둘리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고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주인공으로서의 매력도 꽤 많이 잃는다. 그들의 작업물보다는 허문오가 이강의 거짓말을 알게 되는 순간이 빨리 오기만을 바라며 드라마를 시청해야 했다.

이강의 이야기가 힘을 잃은 지점부터 ‘맨 끝줄 소년’의 한 축이 완전히 붕괴되고 만다. 이 작품은 그의 소설을 토대로 김수훈 가족의 범죄에 캐내려 했지만, 도통 믿을 수 없었기에 추리에 뛰어들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사실, 이강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믿음을 준 적도 없다. 그는 차갑고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때로는 과잉된 감정을 분출하는 탓에 진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다. 허문오의 상상 속 인물처럼 보이는 장면도 종종 있다. 애초에 시청자의 마음을 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캐릭터였거나, 제잔진과 배우의 캐릭터 구축에 결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허문오와 이강의 문학 수업도 납득하기 어렵다. 허문오는 그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이강에게 세윤 가족을 관찰하라고 한다. 후반부엔 친구의 범죄를 밝히고 더 망가진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 무리한 취재를 요구한다. 현실을 바탕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게 작가의 몫이라면, 이미 그들은 충분한 소스를 확보한 상태다. 작가가 무리하면서 형사처럼 수사하고, 기자처럼 팩트를 추구하려 게 모순처럼 보였다. 정확히는 허문오가 그걸 지시하면서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순순히 응해주는 이강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는 게 설득력이 떨어뜨렸다. 범죄가 의심되고 애초에 폭로할 의도가 있었다면, 수사 기관을 활용하는 게 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 아니었을까.
‘맨 끝줄 소년’은 반전 영화로 유명한 ‘유주얼 서스펙트’가 연상되는 지점이 있다. 현실이 파편을 모아 거대한 거짓말을 전개하고, 뒤에 뒤통수를 치며 충격을 주는 구성이 닮았다. 그러나 ‘맨 끝줄 소년’의 이강은 거짓말을 만드는 메신저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중요한 반전이자 트릭을 재탕하며 결말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탄탄한 원작 희곡이 있었고, 최민식이라는 치트키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작품이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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