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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백룸’의 호러 신드롬을 이어갈 영화가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지난 5월 개봉한 ‘백룸’은 길었던 외화 호러·스릴러 장르의 부진을 깼던 영화다. 누적 관객수 119만 명을 기록하며, 최근 외화 호러·스릴러 영화가 넘지 못했던 100만 관객의 벽을 넘었다. 2019년 개봉한 조던 필 감독의 ‘어스'(147만) 이후 무려 7년 만의 경사였다.
이런 ‘백룸’의 기세를 이어갈 영화 ‘키퍼’가 8일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오스굿 퍼킨스는 기묘한 영상미와 독창적인 비전을 통해 호러 장르에서 주목받고 있는 감독이다. 북미 최고의 배급사 ‘NEON’과 협력 중인 그는 전작을 대흥행시키며 특별한 이정표를 세운 바 있다. 그의 영화 ‘롱레그스’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넘고 NEON 배급작 중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키퍼’는 오스굿 퍼킨스가 ‘롱레그스’, ‘더 몽키’ 이후 NEON과 힘을 합친 영화로 높은 완성도를 보장하는 작품이다. 또한, ‘백룸’ 핵심 제작진의 합류는 작품을 향한 기대감을 더 높였다. 촬영감독 제레미 콕스를 비롯해 미술·세트 디자인·편집·의상·음악·각본까지 주요 스태프들이 힘을 모아 독특한 비주얼과 호러블한 무드를 구축했다. 여기에 오스굿 퍼킨스는 ‘백룸’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인연도 있다.
믿을 수 있는 제작진과 저력 있는 감독의 의기투합으로 완성도를 높인 ‘키퍼’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봤다.
‘키퍼’는 관계의 균열을 공포를 쌓아간다. 이 영화는 연인을 따라 외딴 오두막에 곳에 도착한 리즈(타티아나 마슬라니 분)가 저주의 대상이 되면서 마주하는 끔찍한 일들을 담았다. 오스굿 퍼킨스 감독은 이번 작품을 ‘관계 호러’라고 정의했고, 연인 사이의 사소한 불신과 친밀함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불안감을 건드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떠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며 ‘나는 사실 저 사람을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닐까’라고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미묘하고도 서늘한 공포”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 영화는 호러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점프 스케어에 의존하지 않는다. 미지의 공간에 고립된 심리를 동력 삼아 몰입감을 높였다. 두 사람이 머무는 오두막 안에서 서로를 향한 의심, 각자의 불안과 두려움이 현실의 위협과 뒤섞이며 관객들을 심리적 미궁 속으로 몰아넣는다. 숲 속이라는 정적인 공간이 주는 폐쇄적인 압박감과 음침한 대기의 분위기는 강렬한 공포를 만들어낸다.

‘키퍼’는 시대적 고민을 호러 장르의 문법 속에 풀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장르적 재미와 함께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아낸 영화다. 오스굿 퍼킨스 감독은 가해자로 등장하는 부유한 백인 남성 캐릭터를 통해 가부장적 관습과 행동 방식을 성찰한다. 그는 스스로가 ‘가부장적인 매체였던 MTV’의 아이였다고 인정하며, 독재적이고 식민주의적인 태도를 가졌던 백인·이성애자·부유한 남성의 행동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주연을 맡은 타티아나 마슬라니는 폐쇄적인 공간 속에 점점 붕괴되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해방감을 느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타티아나 마슬라니는 “오스굿 퍼킨스 감독은 나를 특정 캐릭터나 연기의 고정관념 안에 가두지 않았다. 대신, 내 안의 이상한 본능과 충동을 마음껏 펼치게 했다”라며 캐릭터를 연기했던 과정을 돌아봤다. 이런 환경에서 빚어진 타티아나 마슬라니의 절제되면서도 폭발적인 연기 덕분에 ‘키퍼’는 심리 스릴러로서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정형화된 호러 문법을 거부한 ‘키퍼’는 이색적인 이야기로 관객을 초대했다. 오스굿 퍼킨스 감독의 세련된 연출과 ‘백룸’ 제작진의 장르적 탁월함이 만난 이 영화는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하고, 충격적인 반전으로 여운을 더했다. 메인 포스터의 “그곳에선 저주가 새어 나온다”, “문턱을 넘는 순간, 저주는 막을 수 없다”의 카피가 의미하는 걸 확인하고 싶다면 ‘키퍼’의 기묘한 오두막으로 향해야 할 때다.

호러·스릴러 신드롬을 이어갈 ‘키퍼’는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그린나래미디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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