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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감옥이 된다. 그리고 그 감옥의 열쇠를 쥔 이들이 다름 아닌 부모라면, 우리는 이 비극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최근 방송 및 영화계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한 가족이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외면하고 감춰왔던 가장 사적이고도 충격적인 기록을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조현병을 앓는 누나와 그 병을 인정하지 못한 채 딸을 집 안에 가두어버린 의사 부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던 남동생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정신질환과 돌봄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 작품은 이미 일본 현지에서 작품성을 입증하고 국내로 건너왔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미니시어터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에 오르며 장기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데 이어, 일본 포레포레 히가시나카노 극장에서 55회 연속 매진을 기록하고 2023 제18회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2024 제14회 타이완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2024 제24회 니폰 커넥션 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의사 부모가 외면한 딸의 ‘조현병’, 비극의 시작
영화의 연출자인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은 자신의 가장 아픈 가족사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았다. 이야기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의학부에 입학할 정도로 우수하고 주변을 잘 돌보던 감독의 여덟 살 위 누나에게 스물네 살이 되던 해 갑작스럽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가 즉시 이루어졌어야 했을 상황이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싹트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부모는 모두 의사이자 연구자였다. 누구보다 질병에 대해 잘 알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했을 부모는 도리어 딸의 조현병을 강하게 부정했다. 부모는 ‘의사인 동료들이 누나가 정상이라고 판단했다’라며, ‘누나가 공부를 너무 시킨 부모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부러 조현병인 척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황당한 논리로 자신과 아들을 가스라이팅하기 시작했다.

남동생인 후지노 감독은 누나가 제대로 된 정신과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부모를 설득하고 애원했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와 체면, 혹은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부모의 벽은 완고했다. 부모는 딸을 세상과 완전히 단절시킨 채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워 집 안에 가두었고, 가족은 그렇게 깊은 침묵과 고립 속으로 침잠했다. 결국 감독은 무력감 속에서 고향을 떠나 사회인이 되었지만, 가슴속에 응어리진 질문을 지울 수 없어 결국 카메라를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 ‘조현병’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로의 확장
이 작품이 단순한 개인의 가정사를 넘어 우리에게 거대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것이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의 ‘인권 문제’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등 국내 여러 공동체 상영과 해외 초청을 통해 미리 작품을 접한 관객과 전문가들은 이 영화가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했다. 1980년대 일본이나 지금의 대한민국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당사자를 둔 가족들이 겪는 사회적 편견과 고립의 깊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질병을 부끄러운 것, 혹은 숨겨야 할 치부로 여기는 순간 치료의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돌봄의 책임은 고스란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파멸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부모가 의사였다는 설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식의 유무나 사회적 계층과 상관없이,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과 편견이 얼마나 깊게 뿌리박혀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정신장애인의 문제를 당사자와 가족의 사적인 영역에 가두어둘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원 체계와 제도적 안전망 안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당위성을 피력한다. 신체적 장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정신장애인 대상의 활동지원 서비스나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인프라 부족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들과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외면해 온 돌봄과 정신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촉발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을 통해 이 작품을 접하게 될 시청자들 역시, 영화가 끝난 후 찾아오는 짙은 여운 속에서 각자의 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굳게 잠겨 있던 자물쇠를 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온 이 용기 있는 다큐멘터리는 7월 중으로 개봉 예정이며 극장가와 안방극장에 가장 강렬한 충격과 깊은 사유를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허장원 기자 /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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