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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외면했던 예술가들의 연대와 저항 담아낸 ‘비발디와 나’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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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음악가 비발디의 삶을 조명한 영화가 관객과 만났다.

그룹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은 봄이 왔음을 알리는 곡으로 꼽힌다. 겨울의 끝자락, 거리에서 ‘벚꽃 엔딩’ 들으면 봄이 곁에 왔음을 직감하고는 한다. 클래식에서도 이런 역할을 하는 곡이 있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은 경쾌한 선율로 겨울잠을 자고 있던 세포들을 깨운다. 이 곡의 발표 300주년을 맞아, 특별한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비발디와 나’는 고아원에서 자란 체칠리아(테클라 인솔리아 분)에 관한 이야기다. 체칠리아는 고아원의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음악적 재능이 있는 소녀다. 그러나 귀족과 결혼을 앞두고 있어, 곧 음악을 그만둬야 처지에 놓여 있다. 이때 음악 교사로 부임한 비발디가 체칠리아의 재능을 알아보고 더 많은 기회를 주려한다. 비발디와의 만남을 계기로 체실리아는 새로운 꿈을 품고, 삶을 변화시켜 나간다.

이 작품은 비발디의 삶을 담았음에도 그를 중심에 두지는 않는다. 대신, 카메라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여성의 뒤를 따라간다. 주인공 체칠리아는 고아라는 불운한 태생과 귀족들이 속박하는 부조리한 환경을 온몸으로 버티고 있다. 영화의 배경인 피에타 고아원은 높은 음악 수준으로 찬사를 받고 있지만, 그 속의 여성들은 억압당하고 있다. 고아원은 엄격한 규율로 소녀들을 통제하고, 이들과 귀족의 혼인을 주선해 부를 쌓기도 한다.

이를 거스를 수 없던 체칠리아는 체계에 순응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던 인물이다. 바이올린에 흥미와 재능이 있지만, 귀족과 결혼하면 음악을 다시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 정을 떼려 한다. 이때 등장한 비발디는 체칠리아를 음악가로서 존중하고, 재능을 일깨워주며 그의 삶에 균열을 일으킨다. 떠나 버린 어머니를 비롯해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이 많던 체칠리아는 음악이 자신의 길이라는 걸 깨닫고, 고아원의 체제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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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비발디와 나’는 버려졌던 소녀가 음악을 손에 쥐고서 자신의 삶을 쟁취하는 이야기다. 시대가 강요한 삶을 거부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세상과 부딪히는 여성의 이야기로 감동을 전한다. 영화는 이 주체적인 여성의 이야기에 불운했던 예술가의 삶을 더해 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비발디는 가난과 고독 속에 생을 마감한 비운의 음악가다. 영화에서도 고아원의 부속품처럼 소모되는 걸 볼 수 있다.

영화 속 비발디와 체칠리아는 힘없는 예술가라는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 전혀 다른 위치에 있지만, 열악한 환경과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는 탓에 괴로워한다. 비발디와 체칠리아는 함께 장애물을 극복하고, 예술을 향한 꿈을 키워나간다. 비발디는 체칠리아의 자유를 위해 방패가 되어주고, 체칠리아는 비발디의 음악적 영감을 자극하며 함께 성장한다. 이들의 연대는 결국 체칠리아의 해방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비발디와 나’는 이야기의 끝에 ‘사계’가 흘러나오게 함으로써 당시 비발디의 음악적 성취도 곱씹게 한다.

‘비발디와 나’는 폭력적인 계급 사회와 자유로운 음악의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계급에 관계없이 사람을 꿈꾸게 하는 음악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비발디의 삶이 공명하며 뭉클함을 맛보게 한다.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담은 이야기, 혹은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영화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해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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