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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꽉 찬 수레도 요란할 수 있을까. 윤경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길고 장황한 말과 재간이 넘치는 행동으로 웃음을 주다가도, 그 속에 진심을 눌러담아 꺼낸다. 사람들이 배우 윤경호를 넘어 사람 윤경호를 사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윤경호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25일 종영한 SBS 드라마 ‘김부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 ‘김부장’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아빠가 하나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되어 싸우는 아빠 유니버스 복수 액션 드라마다. 소지섭을 비롯해 최대훈, 윤경호, 주상욱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화제를 모은 작품은 최고 시청률 23.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윤경호는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정말 감사하다”며 “절대 혼자 만들 수 없는 결과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결실이기 때문에 나 혼자 자축할 일이 아니라 모두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윤경호는 극 중 특수부대 출신 박진철을 연기했다. 강력한 전투력을 지닌 박진철은, 그간 윤경호가 보여준 것과는 또다른 매력과 통쾌함으로 완성됐다.
그는 “‘김부장’이라는 장르에서 액션은 절대 빠질 수 없었다”며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액션에서만큼은 통쾌함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작품에서도 액션을 보여드린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실감 나고 타격감 있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경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 ‘내안의 그놈’에서 만난 무술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당시 액션 연기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들었던 그는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 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캐스팅 이후 몸을 만들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윤경호는 “제작발표회에서는 농담으로 벌크업했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은 없었다”며 “계속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선택한 무기는 복싱이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약 4년간 복싱을 배웠던 윤경호는 다시 타격 훈련을 시작했고, 주요 액션 장면은 무술감독을 따로 찾아가 합을 맞췄다.
윤경호는 “특히 남 실장과 싸우는 컨테이너 트럭 액션은 싸움의 전문가끼리 맞붙는 장면이었다”며 “일대다 액션보다 난도를 높였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더 신경 써서 연습했다”고 밝혔다.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한 장면도 많았다. 그는 “대역 배우가 계셨지만 나와 체급 차이가 컸다. 비슷한 체형의 대역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독님이 보시기에도 차이가 티가 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거의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부장’의 인기에는 김부장과 박진철, 성한수(최대훈)로 이어지는 세 아버지의 우정도 큰 역할을 했다. 윤경호는 소지섭, 최대훈과 실제로도 인연을 이어온 만큼 자연스럽게 호흡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경호는 “지섭이 형과는 ‘군함도’와 ‘외계+인’을 함께했고, 최대훈 배우는 동갑내기 친구다. 예전에 ‘자백’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최대훈과는 가족끼리도 가까운 사이라고. 그는 “대훈이 아내를 연극에서 먼저 알았고, 첫째 아이들도 또래여서 집에 놀러 가 밥을 먹기도 했다”며 “내가 ‘중증외상센터’로 사랑받았을 때 대훈이가 축하해줬고, ‘폭싹 속았수다’가 잘됐을 때 나도 진심으로 축하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백상예술대상에서 함께 후보에 올랐고 대훈이가 상을 받았을 때 정말 내 일처럼 기뻤다”고 덧붙였다.
소지섭에 대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작에서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내가 두 사람 사이에서 윤활유가 되고 싶었다”며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지섭이 형은 사실 장난기가 굉장히 많다. 본인은 역할상 과묵해야 하니 저희에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던졌다”며 “우리가 극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고 하면 ‘너희가 해줘야지 누가 하냐. 나는 못하니까 너희가 해달라’고 뒤에서 계속 사주했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세 사람의 관계가 깊어진 만큼 후반부 철창 안에서 서로 싸우는 장면에서는 실제 감정도 함께 움직였다.
윤경호는 “배역으로서도 괴로운 상황이었지만, 친한 형에게 주먹을 휘두른다는 낯선 마음까지 이입됐다”며 “연기 이상의 감정이 섞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세 사람이 변색 안경을 쓰고 거리를 걸어 나오는 장면에서는 정말 웃음이 났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호흡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 다시 생각해도 모든 게 기적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윤경호는 실제로 딸을 둔 아버지인 만큼 ‘김부장’의 이야기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딸의 아빠가 되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이전까지 여자 선배나 후배, 동료로 보이던 사람들이 모두 누군가의 딸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딸의 아빠가 되면서 다 알 수는 없지만 비로소 새로운 시선이 열렸다. 그전까지 세상의 절반만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런 경험 덕분에 ‘김부장’에서 다빈이의 아빠를 연기할 때도 감정 이입이 더 잘됐다”고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의 달라진 모습에 걱정도 생겼다고. 그는 “요즘 딸이 자꾸 자기 이름을 검색한다”며 “내가 예능에서 둘째 이야기를 많이 하면 ‘내 이야기도 좀 해’라고 한다. 괜히 헛바람을 넣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고 웃어 보였다.


‘김부장’을 비롯해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넷플릭스 영화 ‘남편들’ 등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윤경호는 최근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매일 아침 ‘아니다’라고 스스로 부정하며 집을 나선다. 나 자신을 리셋하는 것”이라며 “어제의 영광은 어제까지일 뿐이다. 오늘 내가 하는 행동 하나로 다시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인기는 주식과도 같다. 어제가 좋았다고 오늘도 늘 좋을 거라는 생각은 나를 나태하게 만든다”며 “감사한 마음만 간직하면서 태도를 계속 곱씹는다”고 밝혔다.
윤경호의 지인은 그에게 “23년짜리 대운이 찾아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경호는 행운에 기대기보다 오늘의 몫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운이 왔다고 모든 일이 다 잘된다고 말하는 건 아직 그런 운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에게 힘 빠지는 소리가 될 수 있다”며 “감사한 일이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들뜨지 않으려는 참을성이 길러져야 언젠가 힘든 시기가 왔을 때도 이겨낼 수 있다”며 “항상 평균 안에서 살아가려고 한다”고 다짐을 전했다.
들뜬 마음을 붙잡아 주는 사람은 아내였다. 윤경호는 “아내가 ‘당신은 집에서 똑같은 아빠다. 어제까지 있었던 일 때문에 오늘도 휴대전화만 들여다보지 말고 아이들이 어떻게 크는지 더 살펴라’고 한다”며 “‘좋은 배우가 될지, 좋은 아빠가 될지 늘 생각하면서 살아라’는 말을 듣는다. 행복의 기준을 아이들이 잘 크고 있는지, 우리 집에 별일은 없는지에 두고 마음을 다스린다”고 고백했다.
배우를 넘어, 윤경호는 웹예능 ‘핑계고’를 통해 사람 윤경호의 매력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말이 많다는 점을 단점으로 여겼던 그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윤경호는 “옛날에는 말이 많은 게 흠이었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엄마에게도, 지금은 아내에게도 늘 말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 “흠이라고만 생각했던 내 말이 사람들에게 반가움을 주고 나만의 특징이 됐다는 것이 놀라웠다. 콤플렉스가 특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누군가에게는 이런 수다와 말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방적일 수 있지만 소통이나 위로, 친구 같은 공감을 드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미소 지었다.
예능에서 짧은 시간 안에 큰 사랑을 받은 일은 오히려 윤경호에게 혼란을 안기기도 했다. 20년 넘게 배우로 살아왔지만, 예능 속 모습이 더 빠르게 주목받으면서 그는 자신의 길을 되묻게 됐다.
“연기를 20년 넘게 하며 쌓아온 시간에 비해 예능으로 너무 단기간에 사랑을 받으면서 조금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놓은 윤경호는 “‘내가 고집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예능에 더 소질이 있는 사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능 이미지가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이 배우 윤경호를 바라봐 줄지 걱정됐다”고 조심스레 이전의 고민을 고백했다.
그런 윤경호에게 다시 연기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준 것은 팬의 한마디였다.
그는 “한 팬분이 ‘당신이 계속 연기를 잘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당신을 좋아한 것이다. 그게 없었다면 예능 속 당신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적은 편지를 주셨다”며 “‘연기를 잘해왔기 때문에 예능에서도 사랑받는 것이니 당신의 연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달라’는 말이 정말 큰 위안이 됐다”고 눈물을 보였다.
윤경호는 “지금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사람은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가겠지만, 지금의 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 다시 오지 않을 행복을 제대로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경호가 꿈꾸는 배우의 모습은 화려한 정점보다 긴 시간에 가까웠다. “지금은 일이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돈을 계속 벌어다 줘야 한다”며 눈물을 닦고 웃어 보인 윤경호는 “씀씀이가 더 커지지 않고 국수 가닥처럼 꾸준히 일을 이어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한 번에 찾아오는 행운보다 오랫동안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배우로 살다가 가는 것이 꿈”이라며 “오래 연기하시는 선배님들이 가장 부럽고, 그것이 모든 배우의 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경호는 “지금의 인기가 지나가는 로또 같은 행운일 수도 있지만 기복 없이 꾸준히 일하고 벌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그렇다고 연기를 허투루 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여 마지막까지 웃음을 더했다.
꽉찬 수레로 요란하게, 거칠게, 진심을 다해 달리는 윤경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으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강지호 기자 / 사진= 눈컴퍼니, SBS ‘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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