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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낳으면 먼저 죽길” 교사 결혼식까지 공포로 만든 학부모…무너진 교실 (‘PD수첩’) [종합]

한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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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한수지 기자] 교사들이 교육보다 법적 대응과 민원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사이 학생들의 수업권까지 흔들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녹취하고 민원과 고소에 대비해 법률 대응부터 준비하는 학교 현장을 취재하며, 법과 민원에 짓눌린 교실의 실태를 조명했다.

지난해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3,776건이었다. 한국교총 조사에서는 교사 10명 가운데 8명이 교육활동 침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72.3%는 보복 민원에 대한 우려와 심리적 부담 때문에 신고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2023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됐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정민우 씨(가명)는 과거 담임을 맡았던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협박을 받은 뒤 결혼식에 경호원까지 배치해야 했다. 해당 학부모는 교사의 결혼식 일정을 언급하며 “네가 자식 낳으면 나보다 먼저 죽길 바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부모가 문제 삼은 내용은 학생을 칠판 문제풀이에서 제외한 것, 더운 날씨에 운동장에서 종례를 진행한 것, 친한 친구와 다른 반에 배정된 것 등이었다. 면담 과정에서도 폭언은 이어졌다. 이후 학부모는 해당 학생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만난 담임교사 전원을 비롯해 교장과 교감, 교육청 공무원 등 모두 13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학부모는 ‘PD수첩’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당한 고소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고소를 당한 교사들에게는 일상적인 생활지도까지 형사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과 압박이 남았다.

군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민원으로 인한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학부모가 교사 6명과 교육청, 인권센터 등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학교가 대응한 횟수만 103회에 이르렀다. 조사와 진술, 자료 제출, 사실관계 확인이 반복됐다.

발단은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이었다. 학교는 당시 학부모에게 상황을 알리고 학생들의 의사를 확인한 뒤 생활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나 1년가량 지난 뒤 학부모가 학교가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학교는 요구에 따라 1년 전 사건을 대상으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까지 열었다.

민원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교육 당국은 두 차례 교사들에 대한 교권 침해를 인정했지만, 학부모는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학교가 민원과 법적 절차에 대응하는 동안 교내 업무에도 차질이 생겼고, 교사 5명은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을 이유로 병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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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은 앞서 2024년에도 악성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던 전주의 한 초등학교를 취재했다. 당시 한 학부모가 학교 홈페이지와 문자, 전화 등을 통해 학교에 연락한 횟수는 1년 동안 189차례에 달했다. 담임교사는 6번 교체됐고, 교감은 스트레스로 안면마비를 겪었다.

2년 뒤 다시 찾은 학교에서도 상황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지속적인 민원과 고소로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교사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담임을 내려놓았다. 한 교사는 “굉장한 압박감과 스트레스였다. 항상 제 머릿속에는 소리를 크게 내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학부모가 수업 중 교실에 허락 없이 들어오는 일도 있었고,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면서 교사가 수업 도중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담임교사가 병가를 냈다는 소식에 학부모는 “병가가 유행이냐? 하긴 트렌드라고 하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활동 침해의 여파는 교사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학부모가 “아이가 담임을 무서워한다”며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동안 같은 반 학생들은 중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해당 학생은 출석일수 부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급 처분을 받았다. 민원과 고소가 장기화하면서 학생의 학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교사 출신 김이랑 변호사는 학교가 갈등을 중재하고 회복적인 생활교육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생님들은 조금 더 학생들을 위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셨다. 중재를 해보고 회복적인 생활교육을 해보고 더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을 했을 거다”라며 “학폭위를 가는 순간 그 아이들의 교우관계는 끊긴다. 그래서 중재를 하려고 노력하다가 오히려 민원받이가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 반복되는 갈등에 교육청이 직접 대응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교권보호단’을 신설하고 교권보호전담관 선발 규모를 당초 50명에서 300명으로 확대했다. 교사가 혼자 감당해왔던 학부모와의 갈등에 교육 당국이 개입하겠다는 취지다.

안민석 교육감은 “교육감님 이건 폭탄입니다, 너무 위험합니다”라는 말을 들은 뒤 결심했다며 “폭탄? 내가 지겠다”라고 밝혔다. 교권보호전담관 모집에는 1,800여 명이 지원했고, 면접 경쟁률은 36대 1을 기록했다.

학부모는 정당한 문제제기였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교를 떠났고, 교실은 세차게 흔들렸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한수지 기자 / 사진= 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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