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지호 기자]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과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가 영화 ‘심해’ 시나리오 저작권 분쟁 항소심 판결을 두고 최윤진 감독 측이 내놓은 입장을 반박했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과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는 10일 입장문을 통해 최윤진 측이 지난 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대해 “판결문의 문구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발췌·강조하거나 임의로 각색해 판결의 실제 취지와 정반대의 인상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윤진 측은 지난달 20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을 근거로 최 감독이 작성한 ‘심해’ 시나리오가 김기용 작가의 시나리오를 단순히 복제한 것이 아닌 독립된 저작물로 인정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두 단체는 항소심 재판부가 최 감독의 등록저작물을 김 작가의 시나리오에 의거해 작성된 ‘2차적 저작물’로 판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1심에서는 최 감독이 가한 수정에 새로운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아 복제물로 판단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일부 창작성을 인정해 2차적 저작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두 단체는 최윤진 측이 인용한 “피고 최윤진의 독립된 저작물이라고 볼 수 있고, 이를 단순히 복제물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해당 판단에 앞서 재판부가 최 감독의 등록저작물을 김 작가의 시나리오에 의거한 2차적 저작물로 봤다는 전제가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심해’ 트리트먼트의 저작자 역시 김 작가 단독이라고 판단했다. 최 감독이 공동창작의 의사를 가지고 해당 저작물의 창작적 표현 형성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 감독 측의 공동저작물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작가의 성명표시권이 침해됐다는 판단도 유지됐다. 재판부는 최 감독이 김 작가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을 단독 저작자로 등록하고 해당 저작물을 배포한 행위가 김 작가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두 단체는 최 감독 측이 성명표시권 침해가 일부 인정됐으며 고의가 아닌 과실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판결문에는 최 감독이 김 작가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자신을 단독 저작자로 등록한 과정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 작가가 주장한 저작재산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김 작가와 영화사꽃 사이에 체결된 작가계약 및 해지 합의에 따라 ‘심해’ 트리트먼트와 각 시나리오의 저작재산권이 영화사꽃에 양도됐다고 판단했다.
‘심해’ 분쟁은 최 감독이 연출 계약을 맺었던 영화 ‘소주전쟁’을 둘러싼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소주전쟁’ 제작사 더램프에 따르면 최 감독은 지난 2020년 자신이 단독 작가로 표시된 ‘심해’와 ‘소주전쟁'(당시 제목 ‘모럴해저드’)을 더램프에 제시했고, 더램프는 두 작품의 영화화 계약을 체결했다. ‘소주전쟁’에 대해서는 최 감독과 감독 계약도 맺었다.
더램프 측은 2023년 ‘심해’의 저작자를 둘러싼 문제를 확인한 뒤 ‘소주전쟁’의 각본 출처에 대해서도 확인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은 ‘소주전쟁’이 박현우 작가의 ‘에너미’를 바탕으로 수정된 것으로 판단하고 박 작가를 원작자 및 제1각본작가, 최 감독을 제2각본작가로 판단했다. 더램프는 이를 토대로 박 작가를 제1각본작가로 크레딧에 올렸으며, 최 감독과의 감독 계약을 해지한 뒤 그의 촬영 당시 기여도를 반영해 ‘현장연출’로 표기했다.
다만 최 감독 측은 ‘소주전쟁’과 관련한 더램프 측의 주장을 반박해왔다. 최 감독은 ‘소주전쟁’의 원안에 해당하는 ‘에너미’의 존재와 박 작가와의 공동 집필 사실을 더램프에 이미 알렸으며, 이후 소재와 사건, 주제 등을 변경해 ‘소주전쟁’을 단독 집필했다는 입장이다.
‘심해’를 둘러싼 소송에서는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일부 달라졌다. 1심은 최 감독이 등록한 시나리오에 새로운 창작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일부 창작성을 인정해 김 작가의 시나리오에 의거한 2차적 저작물로 봤다. 최 감독 명의의 저작권 등록은 항소심 진행 중인 지난 3월 최 감독이 직접 말소를 신청하면서 말소됐고, 이에 김 작가가 제기한 저작권 등록 말소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됐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과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는 항소심 판단 가운데 ‘심해’ 트리트먼트 이용 권한과 최 감독의 수정에 인정된 창작성 등에 대해 상고를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강지호 기자/ 사진= 영화 ‘소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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