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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04관왕→177회 노미네이트…’브라질 박찬욱’이 만든 스릴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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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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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1977년 브라질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건너 극장에 도착했다. 이름을 버린 한 남자의 추적극으로 시작하지만, 영화가 향하는 곳에는 한 사회가 외면해 온 과거와 지워진 사람들의 기억이 있다.

8일 개봉한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는 1977년 브라질, 이름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한 남자와 그를 조여오는 추적을 그린 스릴러다. ‘브라질의 박찬욱’으로 불리는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이 연출하고 ‘나르코스’, ‘시빌 워: 분열의 시대’ 등에 출연한 바그너 모라가 주연을 맡았다. 배우 소지섭과 소속사 51k는 공동 제공에 참여했다.

작품은 제78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으며, 골든글로브시상식 2관왕을 차지했다. 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시크릿 에이전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화려한 수상 기록이 아니다. 한 남자를 쫓는 장르영화의 외피 안에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사회가 어떤 현재를 맞이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숨겨놓았다는 점이다.

▲ 1977년 브라질…화려한 카니발 뒤에 숨은 시대

‘시크릿 에이전트’의 배경은 1977년 브라질 북동부 도시 헤시피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헤시피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반복해서 등장해 왔다. 강렬한 햇빛과 바다, 오래된 도심과 현대적인 개발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감독은 도시의 풍경과 그 안에 축적된 사람들의 기억을 포착한다.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도 도시는 단순한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오래된 극장과 거리, 기록보관소와 공중전화 부스, 습기 어린 공기와 카니발을 즐기는 사람들의 열기가 화면을 채운다. 활기 넘치는 풍경 뒤에는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폭력의 기운이 흐른다.

1977년 브라질은 군사독재 시기였다. 겉으로는 통제 완화와 개방이 이야기됐지만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검열과 감시, 국가폭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감독은 이러한 시대를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시선과 소문, 사라진 기록과 설명할 수 없는 불안으로 당시의 공기를 전달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카니발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춤을 춘다. 동시에 누군가는 감시당하고, 쫓기고, 기록에서 사라진다.

‘시크릿 에이전트’가 포착하는 것은 바로 이 모순이다.

▲ 이름을 숨긴 남자, 사라진 기록을 따라

영화의 중심에는 이름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남자가 있다.

가짜 신분과 청부 살인, 지워진 과거와 사라진 기록이 하나씩 얽히면서 이야기는 추적극의 형태를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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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목에서 떠올릴 수 있는 전형적인 첩보영화와는 다르다. 거대한 악에 맞서는 영웅도, 세계를 구하는 임무도 없다.

대신 영화는 누가 자신을 쫓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한 인간의 불안을 따라간다.

주유소에 세워진 노란 비틀과 오래된 기록보관소, 얼굴이 두 개인 고양이와 수상한 거리, ‘오멘’을 상영하는 극장까지 얼핏 관계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이 하나씩 쌓인다.

이러한 장면들은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한 시대가 품었던 불안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영화가 끝까지 추적하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정체만이 아니다.

▲ 과거를 잊은 사회는 현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시크릿 에이전트’는 1977년의 브라질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화의 구조는 오래전 벌어진 사건을 이미 끝난 일이 아닌 지금도 계속해서 해석해야 하는 문제로 끌어온다.

역사학도 플라비아는 오래된 녹음과 문서, 사진과 증언을 따라 한 사람의 흔적을 추적한다. 관객 역시 그와 함께 남겨진 기록의 조각을 맞추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질문한다.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사회는 현재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기록되지 못한 사람과 사건은 미래에 어떤 공백을 남기게 될까.

브라질은 오랜 군사독재를 경험했지만 그 시대의 기억과 책임을 온전히 정리하지 못했다. 영화 속에서 사라진 사람과 지워진 기록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억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같은 문제가 다른 얼굴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크릿 에이전트’는 1977년을 그린 시대극이면서 동시에 지금을 바라보는 영화가 된다.

감독은 과거의 사건을 오늘의 관객 앞에 다시 꺼내놓는다. 무엇이 있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사라졌고 왜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기 위해서다.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는 지금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장원 기자 / 사진=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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