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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레전드의 귀환으로 화제가 된 영화가 드디어 국내 관객과 만났다.
29일,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전 세계 최초로 한국 관객과 만났다. 지난 2006년 개봉했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속편인 이 영화는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 등 당시의 배우들이 20년 만에 다시 뭉쳐 큰 화제가 됐다.
개봉 전부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국내 박스오피스 전체 예매율 1위에 오르며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또한, 해외에서도 대흥행이 예측되고 있다. 미국의 박스오피스 분석 매체 ‘박스오피스 프로’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개봉 첫 주 주말 북미에서 최대 9천5백만 달러(한화 약 1,400억 원)의 흥행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6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개봉 첫 주 흥행 수익인 2천750만 달러(한화 약 405억 원)를 3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와 20년 만에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 분)가 럭셔리 브랜드의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분)와 재회하고,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시 한번 패션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든 커리어를 거는 이야기다. 20년 만에 찾아온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봤다.
이번 속편은 줄거리만큼이나 설정 자체가 흥미롭다.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 인쇄 매체의 영향력이 약화된 환경 속에서 그 중심에 서 있던 미란다 역시 이전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한다. 한때 절대적인 권력을 상징했던 인물은 변화의 파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다. 이번 영화는 업계를 평정한 이의 성공담에서 벗어나 ‘위상과 생존’을 둘러싼 이야기로 확장됐다.

환경에 따른 캐릭터의 성격 변화는 이번 작품의 핵심 관람 포인트다. 미란다는 여전히 냉정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인터넷 매체의 발달 속에 자신의 세계가 흔들리고 있음을 인지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균열을 인식하는 리더’가 된 미란다의 처지는 절대적인 존재조차 기술 변화 앞에서 어쩌지 못한다는 섬뜩한 진실을 비추며 긴장감을 높인다.
반면, 돌아온 앤디는 더 이상 방황하는 신입이 아니다. 커리어를 쌓아온 끝에 다시 ‘런웨이’로 돌아온 그는 변화한 미디어 환경 속에 저널리즘의 가치를 묻는 인물이다. 전 편이 사회초년생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착실히 쌓은 커리어를 다른 방식으로 증명하는 커리어 우먼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보다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앤디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묻고 증명하는 캐릭터로 활약한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은 에밀리다. 과거 보조 역할에 가까웠던 그는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임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편에서 미란다 밑에서 쩔쩔매던 에밀리는 갑의 위치에서 미란다와 만나 인물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보게 한다. 영화는 권력의 이동에 따른 인물의 성격과 처세 변화를 흥미롭게 담아낸다. 또한, 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나이젤(스탠리 투치)과 예전의 앤디 같은 사회 초년생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인물들의 고민과 애환을 보여주며 극의 현실감을 높인다.

장르적 재미 역시 한층 확장됐다. 전작이 패션 산업의 화려함과 직장인의 현실을 교차시켰다면, 이번 작품은 여기에 ‘산업의 변화’라는 레이어를 더했다. 빠르게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 브랜드와 콘텐츠의 관계 변화,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물들의 선택까지. 이는 특정 업계를 넘어 오늘날 대부분의 직장인이 체감하는 변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 넓은 공감을 예고한다. 동시에 이들이 한 조직 내에서 끈끈하게 이어지는 과정은 위로와 감동을 전하며 관객의 마음을 녹인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메시지의 방향성에 있다. 전작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이번 이야기는 그 이후를 다룬다. 선택 이후의 삶, 그리고 그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와 대면하는 순간들을 조명했다. 20년 만에 서로 다른 위치에서 재회한 캐릭터들의 상황은 커리어를 쌓아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던진다. 변화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 혹은 변화에 맞춰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패션 영화로서의 볼거리 역시 놓치지 않는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한 의상은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 캐릭터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미란다의 상징적인 실루엣, 앤디의 변화된 취향, 에밀리의 과감한 스타일링 등 다채로운 의상은 각 인물의 현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언어로 작동한다. 의상 자체가 럭셔리하고 매혹적이라 시각적 완성도와 만족도 역시 높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과거의 성공 요소를 한 번 더 반복하는 속편이 아니다. 대신, 20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하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변화한 시대 속에서 다시 꺼내진 캐릭터들이 각자의 삶을 증명하는 서사 속에 우리가 어떤 선택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다. 배우들의 얼굴에 묻어난 시간의 역사만큼 더 성숙한 태도와 메시지를 가진 속편이다.
20년 만에 레전드들이 다시 뭉친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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