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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나무 삶을 따라가며 공존을 말하는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찾아온다.
도시의 화려한 재개발은 수많은 기억과 풍경의 끝을 의미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런 기억들을 덮을 만큼 개발이 중요한 걸까. 이를 묻고, 과거의 흔적을 붙잡으려 노력한 사람들의 시간을 엮은 다큐멘터리 ‘콘크리트 녹색섬’이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품의 중심에는 한국 현대 개발사의 상징과도 같은 ‘개포주공아파트’가 있다. 카메라를 든 이성민 감독은 자연을 중심으로 재건축을 바라보며 기억을 품고 있는 공간의 가치를 묻는다.
이성민 감독의 개인적인 기억이 많은 이의 추억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묵직한 울림을 전했고, 이에 EBS국제다큐영화제(인디스트리 초이스상)·서울국제환경영화제(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언급)·서울국제여성영화제(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가 응답했다. 이처럼 유수영화제를 석권하며 평단의 이목을 끌었던 ‘콘크리트 녹색섬’은 환경영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그린필름네트워크어워즈(GFN)에서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개발의 기록을 넘어 우리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든 ‘콘크리트 녹색섬’은 어떤 작품일까.

‘콘크리트 녹색섬’은 2014년, 인생의 방향을 잃고 헤매던 이성민 감독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우연히 어린 시절을 보낸 개포주공아파트를 다시 찾은 그는 예전엔 인지 못했던 나무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곧 사라질 공간을 마주한 감독의 아련한 정서는 SNS 채널 ‘개포동 그곳’을 통해 기록으로 이어졌고, 이는 비슷한 기억을 가진 많은 이의 사연과 기억을 끌어내는 데까지 나아간다.
긴 기록 속에서 감독의 시선이 머문 곳은 재건축이라는 명목 아래 베어질 운명에 놓였던 나무들이었다. ‘콘크리트 녹색섬’은 개발의 논리 속에서 무참히 지워져 가는 나무들을 누군가의 유년 시절 추억이자, 살아 숨 쉬는 생명의 터전으로 선명하게 조명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것들에 무심했던 이들에게 나무를 무참히 베어내는 일이 과연 우리에게도 괜찮은 일인지 물으며 그 답을 탐구해 나간다.
그렇다고 ‘콘크리트 녹색섬’이 비극적인 파괴의 풍경을 포착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진정한 미덕은 한 사람의 사소한 기억이 공동체의 행동과 연대로 확장되는 과정에 있다. 개포 주민들은 ‘개포동 나무산책’, ‘개포동 기억산책’ 등의 활동을 통해 남겨진 나무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 공간을 기록하며 공감대를 키워간다. 이를 통해 영화는 개개인의 기억이 모여 나무의 운명을 바꾸듯 작은 선택이 내일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걸 말한다.

순탄하고 아름다운 과정만 담긴 것은 아니다. 개포주공아파트의 나무들은 결국엔 모두 베어지는 아픔을 겪게 된다. 물론,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다행히 강원도와 서울숲 등에 다시 자리를 잡으며 새 삶을 맞는다. 이렇듯 새로운 터전에서 다시 시작하는 나무들의 모습은 ‘사라짐이 곧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콘크리트 녹색섬’의 묵직한 메시지는 방대한 시간을 모아 구축됐다. 총 3단계에 걸친, 7년여의 치열한 촬영 과정을 거쳐 관객 앞에 섰다. 처음엔 개포주공아파트와 얽힌 이들의 목소리와 기억을 기록했다. 모든 인터뷰를 나무 보전에 대한 질문으로 매듭지으며 특정한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서로의 생각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다큐멘터리로서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환경영향평가 열람 이후엔 나무의 보존 및 이식 가능성을 추적했다. 3D 스캔과 드론 촬영, 식재 현황 조사 등 다양한 시각에서 공간을 담았다. 이후 보존 협의 결과가 나왔지만, 이성민 감독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그 뒤에도 나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주민들이 만든 변화 너머에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렇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촬영이 더 진행됐고, 이를 끝으로 7년 여의 대장정이 마무리 됐다.

‘콘크리트 녹색섬’은 도시 문화가 자리 잡은 현세대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필요성과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그리고 개발이 당연시된 현재에 공존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고민하게 하는 영화다. 묵묵히 써 내려간 기록들이 만들어낸 기적을 만날 수 있는 ‘콘크리트 녹색섬’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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