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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에 미친 세대를 위한 극한의 서바이벌 쇼…’더 러닝 맨’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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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스티븐 킹의 작품은 소설 밖 스크린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샤이닝’, ‘미저리’, ‘쇼생크 탈출’, ‘미스트’, ‘그것’ 등 많은 영화가 그의 손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1987년 개봉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러닝 맨’도 스티븐 킹 소설이 원작이었다. 이 영화는 2019년을 배경으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스티븐 킹의 원작은 2025년에 일어나는 이야기였고, 원작과 영화의 결도 달랐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연출한 ‘더 러닝 맨’은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이식했고, 원작자 스티븐 킹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영화는 잔혹한 서바이벌 쇼에 참가한 벤 리처즈(글렌 파월 분)의 이야기다. 그는 아픈 딸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30일간 잔인한 추격자들로부터 도망쳐 살아남아야 하는 프로그램 ‘더 러닝 맨’에 참여한다. 이 쇼의 수장 댄 킬리언(조쉬 브롤린 분)은 시청률을 올리가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참가자를 쫓는 헌터들의 공격도 점점 더 과격해 지면서 벤 리처즈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영화는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벤 리처즈는 기본적이 안전권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하층민의 삶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벤 리처즈는 자발적으로 쇼에 참여하는 듯 보이지만, 딸의 구하기 위해서는 달리 선택지가 없다. 그는 병든 사회가 낭떠러지로 몰아붙인 희생양이다. ‘더 러닝맨’은 불합리한 시스템 속에 어떤 이들이 도구적으로 소모되고, 또 볼거리로 전락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 서바이벌은 인간의 목숨을 걸고 리얼함을 추구한다. 생존자를 담는 수많은 카메라는 타인을 훔쳐보는 관음증적 욕망을 대변한다. 그리고 인간의 목숨을 걸고 펼치는 게임이 주는 자극에 시청자는 미쳐있다. 죽음을 통해 쇼의 긴장감이 형성되고, 참가자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엔 시청률이 폭발한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 도파민에 중독된 현세대가 오버랩되는 지점이 있다. 동시에 ‘더 러닝 맨’은 부조리한 사회에서 계층 상승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할 수도 있다는 잔혹한 메시지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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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바이벌 쇼가 더 흥미로운 건 권력자의 철저한 통제 하에 스토리가 만들어진다는 데 있다. 선택된 3명의 생존자는 생존에 최적화된 인물이라 보기 힘들다. 프로그램의 수장 댄 킬리언은 어떤 캐릭터가 언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희생당할지 계산하고 참가자를 선정한다. 그리고 이들이 죽는 타이밍을 조절하며 프로그램의 텐션을 유지한다. 뿐만 아니라,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 리얼한 생존 서바이벌이라는 원칙을 깨고 이미지를 조작하기도 한다.

댄 킬리언에게 필요했던 건 참가자들의 목숨이었고, 그는 이를 재료로 오락성을 극대화한다. 프로그램 생산자들의 욕망을 엿보게 하는 이 지점에서는 조작으로 구설에 오른 다양한 프로그램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 시대의 주류 콘텐츠가 가진 특성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게 많다. 동시에 절대 권력이 미디어를 통제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섬뜩한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도 스티븐 킹이 1982년이 상상했던 미래가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거친 대사로 유머를 만들고, 역동적인 액션으로 눈을 사로잡는 벤 리처즈는 할리우드의 차세대 액션 스타 글렌 파월이 연기했다.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진 벤 리처즈는 불의를 목격하면 참지 않고 분노를 토해낸다. 그의 반항아적 기질 덕에 속이 뻥 뚫리는 지점이 있다. 그리고 글렌 파월은 강도 높은 액션을 대부분 직접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벤 리처즈가 만드는 에너지, 그리고 부조리한 시스템을 전복시키며 절대 권력에 저항하는 걸 볼 때의 카타르시스가 상당하다.

스티븐 킹의 미래를 향한 혜안과 글렌 파월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더 러닝 맨’은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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