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우연히 만난 한 권의 만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다시 영화 앞으로 이끌었다. ‘룩백’을 읽고 받은 강렬한 충격을 잊지 못한 그는 그 감각을 자신만의 영화적 언어로 옮겨 스크린 위에 펼쳐냈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룩백’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해 배우 데구치 나츠키, 마키타 아쥬, 나나세 후리, 오카다 로카가 참석했다.
‘룩백’은 잊지 못할 사계절을 함께 그리며 서로의 세상이 되어준 두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만화를 처음 실사화한 작품으로,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과 각본, 편집을 맡았다.
이날 고레에다 감독은 원작과의 첫 만남부터 떠올렸다.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서점에서 우연히 만화를 발견해 집으로 가져왔고, 그날 밤 작품을 읽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때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며 “‘왜 사람들은 이야기를 쓰는가’, ‘왜 창작을 하는가’, 저에게 대입한다면 ‘나는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룩백’은 그에게 자신의 영화와 다시 마주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 원작을 통해 나 역시 영화와 다시 한번 마주 보게 됐다”며 “그때 받았던 충격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화를 만화로 표현하는 것과 영화적인 표현은 다르지만 ‘사람은 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가, 왜 창작하는가’라는 질문을 늘 머릿속에 두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갔다”고 말했다.
만화의 이야기를 실사 영화로 옮기면서 고레에다 감독이 선택한 촬영 방식은 35mm 필름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필름으로 찍을 수 있는 영화는 필름으로 찍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며 “영화화가 결정된 단계부터 이번 작품은 35mm 필름으로 찍고 싶고, 사계절을 담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필름을 선택한 이유는 촬영 현장의 ‘지금 이 순간’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그는 “필름으로 찍고 싶은 이유는 지금 이 순간, 여기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에 의식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나중에 후반 작업을 통해 무언가를 다르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차단되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기하는 분들에게는 필름으로 촬영할 때 긴장감이 더해질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 여기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긴장감이 모였을 때 현장에서 생기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같은 순간이 카메라를 넘어 관객에게까지 전달된다고 믿었다. 그는 “그것이 작품에 담기고, 그것을 본 관객들에게도 전달된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 명의 배우와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 역시 ‘룩백’에서 중요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배우들을 두고 “정말 제 딸 같은 느낌도 있었다”고 표현하며 “현장의 분위기가 평화롭고 편안하고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무언가를 세세하게 연출했다기보다 네 명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시간과 그 동네에 흐르는 사계절, 빛의 변화를 정성스럽게 영화 속에 담고 싶었다”며 “배우들도 그것을 잘 표현해 줬고 실제 그 동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처럼 지냈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실사로 옮겨진 ‘룩백’에는 애니메이션도 등장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를 두 인물이 함께 품었지만 이루지 못한 꿈과 연결했다. 그는 두 사람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다시 바라보는 순간에 대해 “그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영역에서 두 사람이 이루지 못했던 꿈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원작에서 받은 충격은 그렇게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적 고민을 거쳐 다시 스크린 위에 놓였다. ‘왜 사람은 무언가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배우들이 살아가는 순간과 사계절의 변화를 필름에 담았다. 만화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자신이 원작에서 받은 감각과 질문을 영화의 언어로 다시 풀어낸 셈이다.
‘룩백’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거쳐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다.
지난 6일 개막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강지호 기자/ 사진=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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