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연상호 감독 “결핍된 환경이 창작에 도움이 될 때도 있어…기존 질서는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RE: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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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상업영화 하는 사람이 독립영화를 한다는 건 잘못된 것 같았다”
21일 영화 ‘실낙원’이 관객과 만났다. 영화의 개봉을 맞아 TV리포트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실낙원’의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실낙원’은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기묘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연상호 감독은 ‘군체’처럼 제작비가 큰 영화와 ‘얼굴’·’실낙원’ 같은 초저예산 영화를 번갈아 작업하며 영화 세계를 넓히고 있다. 이런 작업 방식에 관해 그는 “‘얼굴’을 작업할 때 지금까지 만들어온 것과는 다른 영혼을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창작하는 사람은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잘 되지 않는다. 새로운 영혼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그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롱테이크를 어떻게 설계하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지 고민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영화의 창작이 결핍에서 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의도적으로 그런 환경을 만들려고 한 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러프하게 출발했던 ‘얼굴’이 잘 됐고, 다들 행복하게 파티도 했는데 막상 정산 때 빈틈이 보였다. 그래서 다음에 하게 되면 조금 더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약 방식을 좀 더 합리적으로 만들고, 현장의 막내까지 지분이 갈 수 있게 정리를 다시 했다”라고 저예산 환경에서의 작업 과정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상업영화 하는 사람이 독립영화를 한다는 건 잘못된 것 같았다. 기존 산업의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으려 했고, 독립영화 제작지원도 받지 않았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이었고, ‘실낙원’은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할 수 없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작업 방식은 다르지만, 연상호 감독은 인간의 심연·사회의 부조리·디스토피아적 세계 등 어두운 소재를 꾸준히 응시해 왔다. ‘실낙원’에서도 AI의 세계는 평온하게 그려진 반면, 실제 인간의 삶은 어둡고 무겁게 그려졌다.
연상호 감독은 “요즘 들어 낙원이라는 건 사색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색이 없기에 당연한 것도 매번 즐거울 수 있는 거다. 반대로 인간은 사색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라고 흥미로운 의견을 공유했다.
그는 “인간은 낙원에서 쫓겨나서 영원히 그곳을 그리워하는 존재다. 그리고 이건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품어왔던 생각이기도 하다. 전 세계 문화권에 이상향이 존재하고,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간의 처참함 것들이 있다. 그것이 장르화되어 있는 게 디스토피아 장르고, 굉장히 흥미가 갈 수밖에 없는 주제인 것 같다”라고 자신의 관심사와 영화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에 관해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디스토피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으신다면, 그렇지는 않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얼굴’에 이어 또 한 번 저예산 영화 프로젝트로 주목받은 ‘실낙원’은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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