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난 세상, 영화로 향할 세계…후지이 미치히토의 30대 졸업식 ‘그대, 별처럼’ [RE:인터뷰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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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이번 영화는 제 30대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20대부터 지금까지 해온 영화 작업의 집대성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사람의 인생을 영화에 담는 일. 수많은 선택과 후회, 사랑과 이별을 지나온 시간을 두 시간 남짓한 이야기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영화감독 후지이 미치히토는 영화 ‘그대, 별처럼’을 통해 두 남녀의 15년을 그려냈다. 그리고 그 안에 자신이 20대부터 쌓아온 영화적 고민과 경험을 녹여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1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화 ‘그대, 별처럼’ 개봉 기념 내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공식 초청된 ‘그대, 별처럼’은 나기라 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빛이었던 두 사람의 15년에 걸친 사랑의 궤적을 그린 작품이다. 후지이 감독이 연출을 맡고 요코하마 류세이(카이)와 히로세 스즈(아키미)가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날 후지이 감독은 ‘그대, 별처럼’에 대해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자 여러 사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며 “15년에 걸쳐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인물들의 삶에 집중했다. 후지이 감독은 “지금까지 연출한 작품의 절반 정도는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나머지는 오리지널 작품”이라며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영화화하는 의미가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인물들의 인생과 정서, 마음을 층층이 쌓아가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며 “요코하마 류세이 배우의 뒷모습에서 영화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영감이 떠올랐다. 카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장면에서 두 사람의 15년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후지이 감독에게 자신의 30대를 마무리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20대부터 함께 영화를 만들어 온 이마무라 촬영감독과의 작업을 비롯해 지금까지의 경험을 모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영화를 세 장으로 나눠 서로 다른 카메라를 사용했다. 첫 번째 장에는 과거부터 사용해 온 캐논 EOS 7D를, 두 번째 장에는 ARRI ALEXA(알렉사)를, 마지막 장은 35mm 필름으로 완성했다.
후지이 감독은 “필름은 일회성이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그런 특성이 아키미와 카이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각기 다른 촬영 장비를 활용한 것은 단순히 화면에 변화를 주기 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 20대부터 이어온 작업 방식과 새롭게 익힌 영화적 표현을 한 작품 안에 담으면서, 동시에 인물들이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고자 했다. 후지이 감독은 “카메라를 나눠 사용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감독이자 창작자로서 나름의 방식으로 고민해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주인공의 삶을 관통하는 불꽃놀이에도 감독의 시선이 담겼다. 그는 “일본에서는 불꽃놀이가 여름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다. 불꽃놀이를 인생의 덧없음과 연결해 생각했다”며 “불꽃놀이와 ‘어둠별’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하세가와 히로키가 연기한 기타하라 소스케 선생의 행동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기타하라 선생은 카이와 아키미를 오랜 시간 지켜보는 인물로, 두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선택이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인물.
이에 후지이 감독은 “카이와 아키미는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이 아닌데도 부모 세대의 문제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라며 “다른 삶을 살고 싶어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두 사람에게는 저주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타하라 선생은 두 사람을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인물이다. 정의나 옳고 그름에만 얽매이지 않고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라며 “나기라 유 작가가 이런 자애로운 사람이 있다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담아 만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지이 감독은 “나 역시 기타하라 선생과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연출했던 것 같다”면서 “일본에서도 기타하라 선생이 일반적인 캐릭터는 아니”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그대, 별처럼’이 자신의 ’30대 졸업작품’이라고 표현한 후지이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내가 찍고 싶은 영화와 찍어야 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 환경을 재정비하려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일본을 넘어 아시아 영화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 왔다고 고백한 후지이 감독은 어린 시절 미국에서 생활했고, 할아버지가 대만 출신이라는 가족사를 언급하며 “일본을 좋아하고 일본인이라는 자부심도 있지만, 그 틀을 넘어 스스로를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라는 언어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라며 “앞으로는 다른 국가의 배우와 스태프, 특히 아시아 영화인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의 30대를 마무리하는 작품에 지난 시간을 담아낸 후지이 감독은 이제 또 다른 영화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는 “어떤 장르를 잘 찍는 감독인지는 평생 알 수 없을 것 같다”며 “앞으로 작품을 만들어 가면서 계속 발견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감독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신작 ‘그대, 별처럼’은 오는 28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강지호 기자 / 사진= 대원미디어(주), 영화 ‘그대, 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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