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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cm 김영광의 로맨스는 귀엽다 [RE:인터뷰③]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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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190cm의 큰 몸이 구겨진다. 어깨가 움츠러들고, 긴 팔다리가 어쩔 줄 몰라 한다. 사랑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남자. 배우 김영광의 로맨스가 귀여운 이유다.

김영광은 자신의 큰 몸을 구길 줄 아는 배우다. 훤칠한 키와 넓은 어깨는 김영광을 근사한 남자로 보이게 하지만, 정작 그가 로맨스에서 빛나는 순간은 완벽한 모습이 흐트러질 때다.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괜한 허세를 부리고, 마음과 달리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 김영광은 그 철없는 사랑의 상태를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표현한다.

실제로 만난 김영광에게서도 그런 매력이 묻어났다. 큰 덩치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자주 웃었고, 설명이 길어질 때면 손과 몸을 움직이며 알 수 없는 제스처를 더했다. 때로는 자신의 말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화면 속 백호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커다란 몸과 달리 어딘가 서툴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다가도 금세 웃음을 짓는 사람. 김영광이 연기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은 어쩌면 그 자연스러운 간극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물론 김영광이 늘 이렇게 사랑스러운 얼굴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에서는 섬뜩한 연쇄살인마로 변신했고, ‘트리거’에서는 극의 긴장감을 이끄는 인물로 또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그간 여러 장르물에서 선과 악을 넘나들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영광이 오랜만에 사랑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김영광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를 충전해줘’는 인공 심장 배터리가 방전된 남자와 전기 능력을 가진 여자의 찌릿짜릿한 충전 빙자 로맨틱 코미디다. 김영광은 극 중 재벌 3세이자 인공 심장을 지닌 백호랑 역을 맡아 나보배 역의 채수빈과 호흡을 맞췄다.

백호랑은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이는 남자다. 돈도 있고, 외모도 출중하고, 완벽을 추구한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보배의 작은 행동 하나에 당황하고, 감정을 숨기려다 오히려 더 티를 낸다. 거대한 몸을 가진 남자가 사랑 때문에 작아지는 순간들은 웃음을 더한다.

흥미로운 점은 김영광이 이러한 귀여움을 계산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날 김영광은 백호랑의 귀여운 모습이 의도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정말 진실되게 했다”고 답했다.

그는 “백호랑이라는 인물을 잘 보여주고 장르를 잘 살리려면 계산하지 않은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원래 계획적으로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현장에서 더 좋은 방향이 나오면 그걸 계속 활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영광은 리허설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윤 비서(윤재호) 역의 허동원과 호흡을 맞춘 장면을 떠올리며 “옆에서 자꾸 조잘대면 원래 재벌 캐릭터는 좀 ‘그만해’라고 무게감 있게 그럴 수 있는데, 나는 다르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게 내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완벽한 재벌 3세가 점점 사랑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과정 역시 김영광에게는 도전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계획적이고 완벽을 추구하는 재벌 3세를 연기하려다 보니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앞부분과 안 맞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런데 주변에서 괜찮다고 해주셔서 따라갔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초반의 차갑고 완벽한 백호랑은 후반부의 서툴고 사랑스러운 백호랑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 변화에는 상대 배우 채수빈의 역할도 컸다. 김영광은 “채수빈 씨가 워낙 귀엽게 연기하니까 점점 ‘얘는 귀여운 아이구나’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영광이 바라본 채수빈 역시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는 “채수빈 배우는 사람 자체가 기본적으로 너무 귀엽다”며 “나처럼 덩치가 큰 사람은 조그만 강아지를 보면 혹시 다치게 할까 봐 조심스러울 때가 있는데, 채수빈 배우가 그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람쥐 같고 조그맣다. 내가 작다고 하면 ‘나 키 커’라고 하긴 한다”며 웃어 보였다.

귀여운 모습과 별개로 배우로서의 진지한 태도에도 감탄했다고 밝혔다. 김영광은 “수빈 배우는 내가 리허설과 다르게 연기해도 순간적으로 잘 받아치고 유연하게 대처해 준다”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면 생각도 깊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크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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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영광은 채수빈이 자신의 연기를 한층 더 끌어내 준 상대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는 채수빈 배우가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더 끄집어내 준 것 같다”며 “‘오빠 할 수 있어’라고 해주면 나도 ‘알았어!’ 하면서 해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광이 다시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한 데에는 장르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도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는 나를 완전히 탈피시키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그러다 ‘썸바디’ 같은 장르물을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장르물을 거쳐 다시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김영광은 오히려 이전과 다른 즐거움을 느꼈다. 김영광은 “장르물을 계속하다가 이번에 로맨틱 코미디를 하니까 또 굉장히 좋았다”며 “어두운 역할을 할 때는 마음이 닫혀 있는 느낌인데, 로맨스를 하니까 마음이 따뜻해지고 방방 날아갈 것 같았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요즘에는 차라리 그때 로맨스를 더 계속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그래도 다시 로맨틱 코미디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만 더 나이가 들면 이런 작품이 안 들어오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로맨스를 연기하는 동안 배우 자신도 사랑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고 했다. 김영광은 “로맨틱 코미디를 하다 보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마음이 붕 뜨는 느낌도 있고, 드라마지만 대리만족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로맨스 장면들이 점점 나를 행복하게 하니까 그런 감정이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즐거움을 다시 발견했다고 해서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욕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영광은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로 뜻밖에도 ‘괴물’을 꼽았다. 그가 말한 것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 아닌, 진짜 괴물이었다.

그는 “나는 괴물 같은 걸 하고 싶다”며 “나쁜 괴물이든 착한 괴물이든 상관없다. 직접 분장을 해도 되고 ‘아바타’나 ‘혹성탈출’처럼 다른 모습으로 나오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김영광이 상상하는 괴물은 단순히 무섭거나 흉측한 존재가 아니다. 그는 “잔혹동화 같은 데서 나오는, 표현하기 어려운 이상한 느낌의 캐릭터를 계속 상상하고 있다”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모자 장수나 ‘가위손’ 같은 역할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끔 혼자서 내가 괴물을 연기하면 어떨까 상상한다”며 “그런 역할을 해온 배우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상상 속 괴물이 언젠가 대중 앞에 등장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썸바디’와 ‘트리거’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낯설고 강렬한 얼굴로 관객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커다란 몸을 구기는 대신 전혀 다른 존재로 변신해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런데 괴물이 되고 싶다며 머릿속에 그려둔 기묘한 캐릭터들을 하나둘 꺼내놓는 김영광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190cm 김영광의 로맨스가 귀여운 이유는 어쩌면 그가 가진 이런 모습들 때문일 것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를 통해 반가운 로맨스를 선보인 김영광은 차기작 ENA ‘조련의 여왕’을 통해 다시 한번 색다른 로맨스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강지호 기자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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