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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개같은 인생이라도 진짜로 살아야 돼”…설경구가 노자로 마주한 ‘진짜’ (‘들쥐’) [RE:인터뷰③]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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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아무리 개같은 인생이라도 진짜로 살아야 돼”

배우 설경구가 ‘들쥐’에서 맡은 노자는 문재(류준열)에게 끊임없이 ‘가짜로 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설경구가 바라본 이 말의 대상은 문재만이 아니었다. 악행으로 얼룩진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노자가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다.

설경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과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들쥐의 정체를 쫓는 형사 순용(이규형)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작품은 공개 직후 국내외에서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글로벌 TOP TV쇼 6위에 올랐고 전 세계 49개국 TOP10에도 진입했다.

설경구는 극 중 돈과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채업자 노자로 분했다. 앞서 그는 노자를 “조폭 마지막 세대 같은 느낌의 사람이고 퇴물 조폭”이라며 “우두머리 보스까지는 아니어도 행동대장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노자는 과거 조직의 명령이 떨어지면 상대가 누구든 묻어버렸고, 결국 친구인 동석까지 자신의 손으로 묻었던 인물이다. 이미 이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그는 조직의 돈을 빼돌려 문재에게 투자했지만 문재가 잠적하면서 흥신소를 운영하게 됐다. 설경구는 “그럼에도 노자는 끊임없이 단순히 이 바닥을 떠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죄책감도 있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런 노자의 앞에 다시 문재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돈을 되찾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두 사람이 동행하는 동안 노자는 외면하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와 계속 마주했다.

설경구는 “문재를 보면서 노자는 자신의 모습을 봤다. 상황은 다르지만 노자가 ‘너 가짜로 살지 마’라고 하는 게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노자가 향하는 어머니가 있는 곳에 대해서도 “악행으로 노자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악행 이전의 노자를 증명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노자의 변화는 문재와 함께하며 더욱 짙어졌다. 과거와 연결된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과 돈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해졌다는 것이 설경구의 해석이었다.

그는 “동행하면서 계속 자신의 과거와 맞닥뜨린다”며 “자신과 연관돼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그 업보를 이야기하고, 진짜 완전히 끊어버리고 싶다는 확신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돈에서도 조금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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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문재를 믿게 되는 과정에는 거창한 이유를 붙이지 않았다. 설경구는 노자가 끝까지 문재를 의심했다고 강조하면서도 “믿어야 할 이유가 있고 뭔가 증명돼서가 아니라 그냥 믿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던 두 사람은 작품의 전개와 함께 아이러니하게 서로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됐다. 설경구는 “진짜 죽이고 싶은 앤데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될 수밖에 없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노자에게 문재가 희망이고 문재에게 노자가 희망이어서 맞춰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버디물의 성격이 더해졌지만 이를 계산해 연기하지는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류준열과의 호흡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설경구는 자신의 캐릭터가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자 때문에 문재가 보이고 문재 때문에 노자가 보이는 것 아니겠나”라며 “내가 잘해서 이 캐릭터가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 캐릭터로 인해 내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상대 배우가 잘해야 나한테 떨어지는 국물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설경구는 이전부터 류준열과 연기해보고 싶었다고도 밝혔다. 특히 영화 ‘올빼미’를 인상 깊게 봤다는 그는 류준열이 눈의 표현 하나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류준열에게 ‘들쥐’ 대본이 전달됐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같은 소속사 홍보팀을 통해 “빨리 결정하라고 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변성현 감독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넷플릭스 ‘굿뉴스’, 이번 ‘들쥐’까지 젊은 배우들과 유독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이유를 묻자 설경구는 자신의 연기 방식을 꺼냈다. 그는 “내 자랑을 하자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현장에 와서 그런 것 같다. 아무 답도 없이 온다”며 “리액션을 잘하는 것 같다. 상대 배우의 연기를 잘 듣고 반응하는 편”이라고 자평했다.

그렇다고 상대의 아이디어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류준열과도 촬영 중 여러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설경구는 “아닌 건 안 한다”면서도 사소한 아이디어라면 “그럴 수 있지, 해보자”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촬영장에서 사담도 많이 나눴다고. 설경구는 당시 분위기를 “전혀 불편함 없이 아주 물 흐르듯이 갔다”고 표현했다. 

류준열과 다른 젊은 배우들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설경구다운 농담도 나왔다. 그는 “다 연기 잘하고 좋은 배우들이다.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다고 차이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답한 뒤 “이번에는 류준열이 제일 잘 맞았다. 딱 지금 이 타이밍이니까. 또 다른 젊은 배우와 하면 류준열도 날아갈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문재에게 “가짜로 살지 말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과거를 끊으려 했던 노자. 설경구는 완성된 어른이 아닌, 문재보다 조금 먼저 자신의 삶을 마주하기 시작한 인물로 노자를 그려냈다. 가짜와 진짜가 뒤엉킨 ‘들쥐’에서 노자가 끊임없이 ‘진짜’를 이야기했던 이유도 그 안에 있었다.

설경구와 류준열의 남다른 케미가 돋보인 ‘들쥐’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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