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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배우 백지혜가 슬럼프에 빠졌던 순간을 돌아보며 ‘충충충’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예사롭지 않은 에너지를 가진 영화 ‘충충충’이 관객과 만났다.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국내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데뷔작이라는 수식어를 얻는 등 화제가 됐다.
10대들의 혼란을 역동적인 에너지로 품은 이 영화는 백지혜에게 장편 데뷔작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
배우가 되기까지 걸어왔던 길이 궁금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연기를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영과를 갔지만,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다들 너무 다 잘하는 거다. 수업 시간엔 구석에서 울고, 연기로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 걱정했다. 학교 공연 때도 대사 없이 몸으로 표현하는 역만 했고,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다. 어렸을 때 발레를 해서 몸을 쓰는 건 자신이 있었고, 휴학 중 모델일을 하기도 했다.
졸업 후에 독립영화를 찍고, 그러면서 연기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여러 작품을 경험했고, 정말 좋은 작품의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말아먹은 적이 있고, 여전히 연기를 못해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가졌었다. 그렇게 슬럼프에 가장 깊게 빠졌던 시기에 ‘충충충’의 지숙과 만났다.
지숙이 가진 결핍과 백지혜가 가진 결핍이 만나는 지점이 있었고, 이 영화를 통해 제가 지나가고 있던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충충충’은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같은 작품이다. 너무 의미 있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시절 얼굴을 보면 피폐하고 썩어 있다. 아마 그런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숙이를 연기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감독님이 안 뽑았을 거 같다.
모델 작업을 할 때보다 배우로서 더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느낄 때가 있다면?
고등학생 때부터 연기를 하면서 인문학적 고민을 많이 했다. 인간은 왜 이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왜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는지 궁금했다. 그걸 사랑해서 연기를 했다. 모델일을 더 심도 있게 했다면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었겠지만, 제가 작업하던 단계에서는 어려웠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연기를 더 좋아하고 사랑하게 됐다. 또한, 그런 과정을 거치며 제게 연기가 없으면 안 된다고 깨달았다. 이것 말고는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는 걸 느꼈다.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의 모든 실패와 좌절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고, 과거에도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당시에는 엄청 고통스러운 순간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다 이 순간을 위한 재료가 되어줬다.

배우로서 롤모델, 혹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영화인이 있다면?
외국 배우 중엔 샤를리즈 테론이 있다. 너무 멋지고 아름다우면서 스펙트럼이 넓다. 특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정말 좋아한다. 저도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배두나 선배님도 좋아한다. 최근 ‘가족계획’을 재미있게 봤다. 인간이면서도 인간 같지 않은 서늘한 느낌을 가지고 계신다. 저도 그렇게 스펙트럼이 다양한 배우가 되고 싶다.
독특한 특징이 있는 캐리터를 해보고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분의 작품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제 몸을 불꽃처럼 불사 지를 수 있다.
저와 같은 지향점을 가진 젊은 감독님과도 작업해 보고 싶다. ‘충충충’의 한창록 감독님과 그런 작업을 해왔고, 너무 좋았다. 신예 감독님들이 연락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충충충’의 지숙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에서 생의 의미를 증명하려 발버둥 치는 애처로운 캐릭터였다. 너무도 종잡을 수 없고,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관객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런 기억이 가시지 않을 때 마주한 백지혜는 지숙과 달리 긍정적인 에너지로 인터뷰를 주도하는 배우였다.
슬럼프 중 지숙과 만났고, 관객의 우려와 달리 300%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백지혜는 ‘충충충’을 통과하며 한층 단단해진 배우가 된 듯했다. 고통마저 귀한 경험으로 치환할 수 있는 그는 앞으로 어떤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게 될까. 배우로서 결핍을 여전히 느끼고 있다는 백지혜는 그걸 동력 삼아 더 많은 캐릭터를 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예 백지혜의 특별한 출발을 알린 ‘충충충’은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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