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당한 꿈과 비정한 현실…방황과 순응이란 선택지 밖에 없었던 청춘들의 초상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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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은 청춘들의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꿈은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지만, 동시에 아프게도 한다. 소망하는 것이 있다는 건 혹독한 현실을 견디는 힘이 된다. 반대로 그것이 아무리 염원해도 닿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깊은 절망을 맛보게 된다. 영화 ‘수련’은 초라하고 피폐한 삶 속에서 꿈을 잃지 않으려는 인물이 중심에 있는 이야기다.
영화의 중심에 있는 세 인물은 저마다 삶에 큰 결핍을 느끼고 있다. 효원(이홍연 분)은 배우를 꿈꾸고 있고, 은서(최은서 분)는 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존재다. 이들을 돕는 인철(박인철 분)은 서울에서 맘 편히 지낼 곳이 없다. 이들은 자신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의 선택은 서로의 결핍을 더 부각하며 관계의 균열을 만든다. 어렵게 한 곳에 모였던 세 캐릭터들은 혹독한 현실 앞에서 서서히 부서지고, 고독감을 느끼며 위험한 행동까지 하게 된다.
영화의 서사는 효원의 극단에서 준비 중인 안톤 체호프의 연극 ‘갈매기’와 함께 움직인다. 예술을 꿈꾸지만 이에 도달하지 못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던 ‘갈매기’는 효원의 상황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재미있는 건 ‘수련’은 극단의 부조리함을 비추며 효원이 동경하던 세계를 철저히 해체한다는 데 있다. 글을 쓰지 못해 배우에게 대사를 쓰게 하는 연출가와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지 못하는 베테랑 배우가 이끄는 극단은 못난 어른들의 자존심과 권위가 부딪히는 놀이터이자 전쟁터처럼 표현된다.

이를 목격한 효원은 자신이 꿈꾸던 세계를 향한 환상을 버린다. 인생을 걸고 싶었던 예술은 나이브한 기득권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었고, 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단원들은 환멸을 느끼게 한다. 환상이 걷힌 자리엔 너덜너덜해진 현실이 놓여 있다. 그가 꿈을 좇는 동안 방치된 은서와 인철의 인생은 이전보다 더 망가져 있다. 유일하게 의지하던 효원의 부재에 불안함을 호소하던 은서는 폭력적이 모습을 노출한다. 또한, 효원과 은서를 물심양면으로 돕다 갈비뼈까지 다친 인철은 두 사람의 차가운 태도에 상처받고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수련은 뿌리는 물속에 있지만, 잎과 꽃은 물 위에 떠 있는 독특한 식물이다. 비정한 현실에 발이 묶여 있지만, 더 위의 세상을 꿈꾸는 효원은 이 식물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희망을 품는다. 이런 효원과 반대되는 지점에 있는 인물은 인철이다. 효원은 서울에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라 기대하지만, 이미 이 도시를 겪은 인철은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대가 없기에 실망도 없는 듯한 인물이다. 종종 차갑고 회의적인 표정으로 효원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꿈이 좌절되고 다시 혼자가 된 효원은 집으로 돌아온다. 그가 나갈 때와 달리 은서와 인철은 더 피폐해져 있고, 효원 역시 그를 지탱하던 목표가 사라진 상태다. 이런 탓에 그들 앞에 놓여 있는 서울살이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수련’은 세 사림아 다시 모여 밥을 먹는 정겨운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앞서 효원은 막연히 꿈만 바라보며 자신의 상황을 외면했던 인물인데, 그런 인물이 현실 감각을 갖고 돌아와 망가진 관계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한다는 점에서 희망을 기대할 수 있던 엔딩이다.

이 장면은 효원과 은서가 서울로 올라왔던 장면과 대구를 이루고 있다. 앞의 식사 장면에서 인철은 2개의 컵라면을 들고 왔다. 효원과 은서의 라면은 있지만, 그의 것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인철은 자신의 것이 포함된 3개의 컵라면을 준비해 온다. 이는 서로의 부재 속에 방황하고 미워하던 세 사람이 비로소 밥을 같이 먹는 ‘식구’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금씩 퍼지는 인물들의 미소 속에 더 깊어진 감정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수련’은 비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청춘들의 삶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로운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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