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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고교 시절의 갑갑함을 영화적으로 해소하며 웃음을 전한 작품이 관객과 만났다.
올해 수능도 100일가량이 남았다. 인생의 반 이상을 교육 제도 속에 보냈을 고3들에게 수능은 시험 이상의 의미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이 걸어온 길, 그리고 인생 전체를 평가받을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겪었고, 앞으로도 이 과정을 통과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입시는 서글픈 제도다.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울 시기에 통제받고, 정해진 틀 안에 청춘의 시간을 묶어둘 수밖에 없다는 건 이 시대가 가진 가장 큰 비극일 수도 있다.
‘산양들‘은 이 입시 제도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을 증명해 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다. 인혜(박혜진 분), 서희(이승연 분), 정애(박효은 분), 수민(최수인 분)은 진학 조사란을 비워뒀다는 이유로 면접반 특별 관리대상이 된다. 어느 날, 사육장을 돌보던 인혜는 조류 인플루엔자로 동물들이 처분될 위기에 놓이자 이들을 자연으로 탈출시킬 계획을 세운다. 여기에 면접반 친구들이 함께하고, 그렇게 뭉친 소녀들은 학교 밖에서 자유를 느끼며 그들만의 행복을 쌓아간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건 소녀들과 동물들 간의 관계다. 이들은 모두 작은 공간에 갇혀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소녀들은 학교에 묶여 평범한 학생이 되기를 강요받고 있고, 동물들은 자연 대신 작은 사육장에 갇혀 한평생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만, 대신 스스로가 무언가를 선택할 수는 없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제재를 받고, 작은 자유마저 뺏기는 점도 닮았다. 소녀들이 동물들을 돌보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은 제삼자의 시선에서 그들의 처지를 바라보고, 인지해 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이후 소녀들은 과감한 선택으로 해방감을 맛보게 한다.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하고, 그들을 위해 대자연 속에 안식처를 마련해 준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다른 존재를 지키려는 이들의 마음이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그리고 다소 허술해 보이는 계획과 안식처의 형태 등은 그들의 순수함을 부각하고, 이는 귀여운 소동극의 원동력이 된다. 이 탈출기는 학교가 정한 규칙을 깨고 소녀들이 스스로 뭔가를 선택하고 자유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들과 동물에게 채워진 족쇄를 벗어던지는 과정이 통쾌함을 전한다.
소녀들의 계획은 허점이 많으나 그 시도만으로도 한층 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극 초반 인혜는 남자 친구를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으려 한다. 온실 속의 화초 같은 모습을 강요받던 그는 자연 속을 뒹굴며 알을 깨고 나온다. ‘산양들’ 멤버들을 지휘하고 탈출을 주도하는 인물로 변화한다. 서희는 세상을 위험하다 생각하고, 생존 기술에 집착하던 소녀다. 자신의 생존에만 관심이 있고, 사육장 동물들도 식량이라 생각할 정도로 냉철했다. 서희는 인혜의 계획에 동참하며 동물들과 가까워지고, 그들을 지키는 과정에서 타인 및 세상과의 관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다문화 가정 속에 자란 정애는 친구들의 놀림 속에도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다. 그는 동물들의 탈출시키는 과정 속에 아버지를 떠난 엄마와 재회하고, 자신과 가족이 서 있는 위치를 알아가게 된다. 끝으로 수민은 어머니의 과보호 속에 경계심이 많은 학생이다. 까칠한 태도로 친구를 만드는 것에 부정적이던 그는 야생 속에서 땀 흘리며 마음을 열어 간다. 그리고 후반부엔 직접 운전대를 잡는 역할까지 맡게 되는데, 낯선 길을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현실에서 ‘산양들’ 소녀들처럼 자신의 것을 주장할 수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영화가 구축한 동화적인 톤과 무해한 웃음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소녀들의 무해한 일탈을 응원하게 되고, 그들이 활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관을 나설 때 진한 씁쓸함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길이 없어도 어디든 가는 산양처럼 학생들이 인생을 개척할 자유를 만끽할 날이 올 수 있을지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 ‘산양들’의 소녀들이 조금은 덜 특별할 수 있는 세상을 보고 싶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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