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TALK] 황정기 대표 “김호중의 ‘살았소’, 대기실에서 빈틈 노렸죠” (인터뷰②)

인터뷰①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노래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황정기 대표, 그는 본명으로 음반을 내기도 했고, 예명으로 음원을 발표한 적도 있다. 지금은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지만 노래하는 황정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업무를 마치고 회사 지하 연습실에서 노래를 하고 곡을 쓴다는 그는 “가수의 꿈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꿈

“노래도 계속 만들고 있고, 가끔 연습실에서 아무도 없을 때 노래 연습을 해 봐요. 다른 가수 노래도 불러 보고, 새로 나온 노래 중에 좋은 게 있으면 또 불러 보고. 트렌드 공부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김호중을 위해 만든 노래도 그런 그의 노력 덕분에 탄생했다. 김호중과의 인연은 그의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의 홍보를 맡으며 맺어졌다. 자신이 홍보하는 아티스트이자 아끼는 동생이 된 김호중에 대해 황정기 대표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쁘고, 볼 때마다 좋은 기운을 주는 친구”라면서, 자신의 기획력과 홍보 능력을 안정해 주기에 마음이 갔다고 한다.

“원래 발라드 가수들과 일을 하다 ‘미스터트롯’을 계기로 트로트 가수들과 일을 하고 회사에도 트로트 아티스트를 영입하게 됐죠. 김호중과 알고 지내고, 또 트로트 가수들과 일하면서 음악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깜짝 놀랄 만한 가사, 스토리가 트로트에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 음악에서 가사와 스토리가 중요하구나’ 깊이 느끼게 됐어요.”

김호중의 대표곡이자 팬송인 ‘살았소’가 바로 황정기 대표가 프로듀싱한 곡이다. 김호중이 팬들의 응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한 메시지를 듣고 만든 노래다. 또 다른 김호중의 노래 ‘나의 목소리’는 제대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 준 팬들을 위해 목소리를 들려주겠다는 김호중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황정기 대표가 김호중에게 ‘살았소’를 들려준 자리는 김호중의 팬미팅인 ‘우리가(家) 처음으로’ 대기실. 마케터로서 남다른 침투력을 발휘한 그는 김호중의 “너무 좋다”라는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 곡의 발매는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됐다.

“대기실에서 호중이 메이크업 받을 때 들려줬어요. 빈틈을 노렸죠. 자신이 있었어요. 내가 김호중이 돼 썼던 곡이거든요. 가이드도 직접 녹음했고요. ‘형 노래 잘한다’라고 하더라고요. 호중이 콘서트 DVD 리허설 도중에 마이크를 주길래 같이 불렀던 적도 있어요.”

82년생 동갑내기 트로트 가수 신유도 황정기 대표의 친구이자 고객이다. 평소 음악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사이로, “곡 하나 써 달라”는 부탁을 받게 돼 고민을 시작했고, 그래서 나온 곡이 ‘왜 그렇게 사셨어요’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한 어느 날 밤, 아침 10시쯤 엄마에게 온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어요. 아침에 보고 집을 나서면서 ‘전화 드려야지’ 하고 까먹은 거예요. 거다. 일 다 끝나고 노래 모니터링하다가 핸드폰 보고 알았죠.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비즈니스 전화에는 바로 콜백을 하는 내 모습이 불효로 느껴졌죠. 이 상황에서 (어머니가) 떠나신다면 ‘왜 아들만 보고 사셨을까, 용돈 드려도 쓰지도 않으시고’, 한편으로는 원망스러울 거 같더라고요. ‘왜 그렇게 사셨어요’를 키워드로 정했죠. 그리고 유튜브에서 영화 ‘친정엄마’로 만든 뮤직비디오를 보고는 한 장면에 꽂혔죠. 라면 봉지에 10원 짜리 동전을 모아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딸이 서울로 가는 길에 이 돈을 주거든요. 엄청 눈물이 나더라고요. 앉은 자리에서 울면서 가사를 다 썼죠. 신유에게 들려주는데 설레더라고요. 둘이 눈물 글썽이고, 이거는 무조건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엔터사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그는 다른 가수의 곡 프로듀싱뿐 아니라 소속 가수인 코요태 녹음에도 디렉팅을 보며 자신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디렉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달력이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래 잘하는 사람이라고 전달력이 뛰어나지는 않더라고요. 정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배우보다 가수의 무대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게, 배우는 상대역이 있고, 감정을 주고받지만 가수는 혼자서 독백으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3~4분의 시간 안에 모든 스토리를 다 연기해야 하잖아요. 그게 멋져서 디렉팅을 하고 있어요. 잘 전달해주는 사람에게 곡을 주고 싶고 프로듀싱을 하고 싶어요.”

#코요태

황정기 대표가 지금 가장 전념하고 있는 일은 소속 아티스트 코요태 프로듀싱이다. 지난해 8월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코요태, 팬데믹이 끝나가는 시기 만나 신곡 발표에 대해 얘기를 하다 멤버 신지의 “차라리 저희랑 계약을 해요”라는 말에 동행이 성사됐다. 황정기 대표는 코요태의 데뷔부터 지금까지를 돞아보며 ‘키워드’를 찾았다. 그렇게 해서 투어 콘서트도 올 초 성황리에 마쳤으며 7월 컴백을 앞두고 있다.

“계약 전에 코요태의 ‘영웅’이라는 노래를 먼저 만들었어요. 페스티벌에서 찾는 가수 코요태로의 길을 가야겠다 생각했죠. 단독 콘서트도 거의 안 해봤더라고요. 싸이 같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했어요. 페스티벌형 가수로 만들고 싶다고 결정하고 공연형 가수로 한층 더 성장시키고 싶은 목표가 생겼어요. 그걸 바라보고 플랜을 짜서 달렸어요. 정말 고마운 게, 이 나이 이 경력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은 거죠. 개인 스케줄도 많고 잠잘 시간도 없는데 새벽에 안무 연습하고 콘서트 연습하고. 잘 달려 줬고, 그래서 더 신나게, 재미있게 했어요.”

매니저이자 프로듀서, 마케터인 그의 최종 목표는 그의 꿈인 ‘노래’였다.

“사람들 기억에 오래 남는 노래를 만드는 거예요. 요즘 히트곡은 롱런이 없잖아요? 롱런할 수 있고 모두가 공감하는 노래를 만들어서 남기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즐길 수 있는 공연 브랜드도 만들고 싶고요.”

생각을 쉬지 않고, 숨 쉬듯 공부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며 무려 8개의 직업을 갖고 달리고 있는 황정기 대표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황정기 대표는 시간과 노력만이 모든 것의 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업가이자 아티스트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황정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