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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 다 자라지 못한 10대와 다 자라지 못한 ‘콘크리트 마켓’ [씨네:리포트]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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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관점은 새롭고 신예들은 출중하다. 맛있는 소재가 가득하지만 아쉬움이 함께했던 색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콘크리트 마켓’이다.

오는 3일 개봉하는 영화 ‘콘크리트 마켓'(홍기원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 물건을 사고파는 황궁마켓이 자리 잡고,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콘크리트 마켓’은 공개 전부터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기획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인 ‘콘크리트 유니버스’에 속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기대를 모았다. 지난 2023년 개봉한 이병헌 주연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마동석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황야’가 해당 유니버스에서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 색다르고 맛있는 관점…망해버린 세상, 다 자라지 못한 10대들의 이야기

영화 ‘콘크리트 마켓’은 극을 이끌어 가는 최희로 역을 맡은 배우 이재인의 말처럼 ‘덕질하기 좋은 작품’이다. 아포칼립스 장르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흔히 말해 ‘맛있는’ 소재가 가득하다. 여기에 대지진과 황궁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유니버스’ 세계관 속 소재의 공유 역시 먹음직스럽다.

가장 큰 특징은 10대 위주의 서사라는 점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연 배우들은 극 중 모두 10대 학생들이다. 교복을 입고 활동하는 이들 역시 존재하며 홍기원 감독은 “재난 이후에도 정체성을 찾지 못한 10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려 했다”며 작품의 차별성을 설명했다.

기존의 아포칼립스물에서 10대를 조명하는 경우가 일종의 ‘학교물’을 제외하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차별성이 될 수 있는 요소다.

또 다른 특징은 이미 세상이 망했다는 점이다. 갑작스러운 재난을 맞이하고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시점이 아닌, 망해버린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남은 이들의 모습을 다뤘다. 따라서 영화 속에는 재난이 배경으로 존재할 뿐 사건의 장치가 되지는 않는다.

여기에 대지진 후의 세계에서는 일종의 복합 쇼핑몰과 같은 ‘황궁 마켓’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통조림 햄이라는 새로운 화폐 개념이 합쳐지면서 색다른 틀의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완성됐다.

충무로의 신예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에 오른 이재인, ‘약한 영웅’, ‘굿뉴스’ 등 핫한 작품에 잇따라 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은 홍경, ‘약한 영웅’, ‘엑시트’, ‘사마귀’ 등 강렬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는 유수빈까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한국 영화의 미래를 보는 것도 같다.

작품의 악역으로 실질적인 ‘콘크리트 마켓’의 기둥이 된 정만식의 존재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 입체적인 틀 속 평면적인 서사…편리한 전개가 남긴 아쉬움

그럼에도 ‘콘크리트 마켓’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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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마켓’은 당초 7부작의 드라마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122분(2시간 2분) 분량의 극장 개봉 영화로 편집돼 스크린에 걸리게 됐다. 단언할 수 없지만 아쉬웠던 개연성과 전개는 이런 포맷 변경의 이유가 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콘크리트 마켓’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전개가 편리하다는 점이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신뢰, 분노, 의심 등 모든 것들이 적당하다. 흔히들 ‘고구마 전개’라 부르는 소재마저도 적당하고 무난하다. 주체적인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듯하지만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평면적으로 흘러간다.

익숙한 부분을 비틀어 만들어 낸 입체적인 틀 속에 평면적으로 흘러가는 전개는 아쉬운 개연성과 서사를 낳는다. 그렇게 탄생한 편리한 서사는 ‘맛있는’ 요소마저 무난한 맛으로 만든다.

부족한 서사로 인해 인물들이 분노하는 이유에 관객은 공감하기 어렵고, 설득되기도 전에 분노는 해소된다. 이 과정에서 결국 극 중 캐릭터들은 입체적이고 주체적인 인물이 아닌 평면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사용된다.

정만식이 연기한 ‘황궁 마켓’의 독재자 박상용은 ‘친숙한 악마’로 그려진다. 해당 캐릭터가 가지는 특징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망해버린 세상에 왕과 같은 존재라고 하기에 박상용은 무지하고 능력이 없는 인물처럼 보인다. 1인자보다는 2인자 같고 악마라기에는 허술하다.

독자적인 이야기라고는 하나 ‘콘크리트’라는 이름과 황궁 아파트, 대지진이라는 요소를 들고 온 이상 관객이 이병헌 주연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떠올리게 되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같은 세계관이지만 독자적인 이야기를 표방했던 마동석 주연의 영화 ‘황야’ 역시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맛있는 세계관, 색다른 관점으로 풀어낸 소재, 신예 배우들의 열연까지 삼박자는 훌륭했지만 스크린 밖 관객을 설득하기에는 다 자라지 못한 서사와 개연성으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콘크리트 마켓’이 보여준 가능성이 흥미로웠던 것은 분명하다. 색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관점도, 젊은 세대를 조명한 방식도, ‘황궁 마켓’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까지 장점의 맛은 확실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은 122분이라는 러닝 타임 속에 아쉬움을 남겼지만 아포칼립스 장르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콘크리트 유니버스’가 가진 한국형 재난물의 계보는 분명히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12월 3일 개봉. 러닝타임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마지막 한마디.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섬광 부분이 강한 편으로 주의가 필요할 듯

강지호 기자 khj2@tvreport.co.kr / 사진= 영화 ‘콘크리트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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