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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변주하는 음악의 힘…일본 청춘 멜로의 계보를 이을 ‘네마남노’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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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미치에다 슌스케가 또 한 번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준비를 마쳤다.

미치에다 슌스케는 재미있는 매력을 가진 배우다.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를 가진 그는 국내 관객에게는 조금 특별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국내에서 12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에서 미치에다 슌스케는 연약한 이미지를 가진 남자 주인공을 맡았고, 때문에 ‘병약미’로 그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그랬던 미치에다 슌스케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화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이하 ‘네마남노’)는 존재감 없던 소년과 존재감을 감출 수 없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 로맨스물이다.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던 아야네(누쿠미 메루 분)는 우연히 하루토(미치에다 슌스케 분)가 쓴 시를 듣고, 자신의 노래에 작사를 제안한다. 이후 시를 쓰는 소년과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소녀는 함께 노래를 만들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일본 청춘 영화’ 하면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첫사랑 감성을 자극하는 배우들이다. 순수함이 돋보이는 외모와 분위기를 가진 청춘스타들이 관객의 눈과 마음을 훔친다. 연출적으로는 밝고 부드러운 빛과 맑은 색감을 꼽을 수 있다. 따뜻하고 화사한 영상 속에 아름다운 인물들의 로맨스를 전개하며 서정성을 강화한다. 이외에도 예정된 이별과 비극적인 운명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일본 청춘 로맨스의 특징 중 하나다. 이를 통해 비극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네마남노’는 이 모든 걸 충족하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현재 일본 청춘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이 뭉쳤고,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오세이사’,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등 일본 멜로를 대표하는 작품을 연출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오세이사’의 원작자 이치조 마사키의 후속작을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서사까지 믿음이 간다.

영화의 톤은 아야네와 하루토가 성인이 되는 기점으로 크게 달라진다. 전반부는 학교를 배경을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성장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주인공들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그들만의 단어로 소통하며 음악을 만들어 간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로맨틱하다. 시를 쓰는 소년과 노래로 세상과 만나는 소녀는 함께 작업하며 설렘 가득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이때 시적인 가사와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노래가 순수의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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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꿈과 희망을 노래하던 ‘네마남노’는 후반부에 분위기가 급변한다. 불운한 운명이 주인공들에게 닥치고, 비극적인 사건들이 극의 분위기를 무겁게 한다. 야속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챙기고, 진심을 전하는 하루토와 아야네의 이야기가 애틋한 분위기 속에 전개된다. 비극성을 극대화하는 설정들로 슬픔을 강요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 지점에서 ‘네마남노’의 로맨스가 깊어진다는 걸 부정하기 힘들다. 전반부에서 청춘의 에너지를 뿜어내던 영화의 음악은 이 지점에서 삶을 끌어안고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

‘오세이사’에 이어 미치에다 슌스케는 눈부신 이미지로 흔들리는 청춘의 초상을 섬세하게 포착해 냈다. 불확실한 미래, 아야네 앞에서 흔들리는 소년의 마음을 절제된 연기 안에 담았다. 하루토는 자신감 없는 소년으로 등장해 아야네 덕에 세상에 발을 내딛지만, 이내 현실의 벽에 막혀 꿈과 사랑 모두 잡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순간순간 보이는 미치에다 슌스케의 먹먹한 표정은 상처 입은 청춘의 초상을 대변하는 듯해 영화에 더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미치에다 슌스케와 달리 누쿠미 메루는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신인배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는 ‘네마남노’에서 청순한 첫사랑의 이미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초반부엔 글을 읽지 못하는 아야네의 두려움과 상처를 설득력 있게 보여줬고, 이후 이를 극복하고 꿈과 사랑을 쟁취해 나가는 과정을 밝은 에너지로 소화했다. ‘네마남노’에서 미치에다 슌스케의 부서질 것 같은 여린 이미지는 주체적인 누쿠미 메루의 에너지 덕에 더 잘 보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음악을 매개로 인물들이 감정을 쌓아간다. 노래가 하루토와 아야네의 상황을 대변하고, 때로는 가사가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누쿠미 메루가 노래를 직접 불렀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다. 그는 1년 여의 연습으로 직접 노래를 소화했고, 아야네의 심리를 음악에 담아냄으로써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가창 중 들을 수 있는 미세한 떨림에서 캐릭터의 진심이 느껴지는 등 누쿠미 메루의 노래는 영화의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 그중에서도 800여 명 앞에서 직접 해낸 가창과 연주는 ‘네마남노’의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네마남노’는 일본 청춘 로맨스에서 기대하는 순간을 대부분 만날 수 있다. 때문에 익숙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작정하고 관객을 울리려 하는 설정이 과하게 보일 때도 있다. 그런데도 두 배우의 이미지는 반칙으로 보일 정도로 매혹적이다. 또한, 서사의 중심에 있는 음악은 ‘네마남노’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큰 감정적 울림을 만든다.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장점이 많은 영화다. 덕분에 일본 청춘 멜로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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