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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나홍진→이창동까지…조인성 “도망가고 싶다” [RE:인터뷰③]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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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2026년은 조인성의 해다. 류승완 감독부터 나홍진, 이창동 감독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작품으로 조인성은 쉬지 않고 관객을 찾는다.

장르도, 캐릭터도 전부 새롭다. 데뷔 28주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만나볼 얼굴이 많이 남았다. 조인성은 복잡한 말 없이 하라고 하는 것을 해내는 배우다. 그리고 타협 없는 나홍진 감독의 작품 속에서 조인성의 진가가 또 빛을 바랐다. 그야말로 액션의 경지다.

지난 9일 조인성은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호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홍진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마을 청년들로부터 호랑이 출현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믿기 어려운 존재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호포항의 사냥꾼이자 범석의 육촌 성기 역을 맡은 조인성은 총기 액션부터 승마까지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다.

‘호프’는 단순한 액션물을 넘어 SF 장르의 색채를 짙게 품은 작품이다. 배우들은 눈앞에 실재하지 않는 외계 크리처를 상대로 대부분의 장면을 상상에 의존해 연기해야 했다. 특히 칸 영화제 공개 당시부터 예고편과 국내 시사회에 이르기까지 점차 베일을 벗은 크리처의 존재와 디자인은 작품을 둘러싼 관심의 중심에 섰다.

이날 조인성은 “크리처의 디자인은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건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그것을 넘어서는 에너지와 볼거리가 영화에 있느냐다. 그게 이 영화의 관건이라고 생각했다”고 영화를 둘러싼 여러 의견에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한국형 SF 영화가 그동안 부침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고, 크리처물은 태생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크리처가 이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조인성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성기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였다. 그는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나 황소가 누워 있는 시퀀스를 통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도 인물들의 관계가 보여야 했다”며 “그래서 성기의 무리를 연기한 배우들과 촬영장 밖에서도 많이 만났다. 실제 관계가 쌓이면 그것을 촬영장 안으로 그대로 가져올 수 있고, 연기할 때도 더 자신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서사보다 액션이 끌고 가는 작품 속에서도 관계는 긴밀하게 연결됐다. 조인성은 “성기와 친구들의 관계, 성기와 범석의 관계를 실제 배우들 사이의 모습에서 조금씩 가져왔다. 차 안에서 함께 낄낄거리며 웃는 모습도 그런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그 관계가 하나씩 사라지면서 생기는 두려움과 공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이야기했다.

조인성은 성기를 친구들 사이에서는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넘치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들과 있을 때만큼은 갑옷을 벗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으면 했다. 함께 냄새를 맡으며 낄낄거리는 장면이 단편적이지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 장면이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범했던 일상을 보내던 성기는 외계 생명체의 등장과 함께 극한의 공포와 생존의 순간으로 내몰린다. 조인성은 이 과정에서 성기가 느끼는 감정을 전쟁터에 놓인 인간의 모습과 연결해 접근했다.

조인성은 “전쟁터에서 동료가 죽으면 공포심과 생존 욕구가 극대화되고, 때로는 눈이 돌아갈 만큼 처절하게 살아남으려 하지 않나.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내가 느끼는 공포에 따라 관객이 외계 생명체를 향해 느끼는 공포도 커진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감정이 살아남고 싶다는 갈망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먹는 행위’ 역시 성기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조인성은 “총각김치도 먹고 주먹밥도 먹는다. 결국 먹고 사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필요한 조건이지 않나”라며 “그런 행위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조인성은 ‘호프’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시작을 서로를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로 바라봤다.

그는 “외계인의 입장에서는 호포항 사람들이 총으로 무언가를 쏘는 무서운 이들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반대로 사람들에게 외계인은 갑자기 나타난 알 수 없는 존재”라며 “말이 통하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이해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서 오해가 쌓였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인성은 결국 ‘호프’가 보여주는 공포의 근원에는 ‘무지’가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모른다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모르는 것도 인정하고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대를 이해하게 되면 화가 나지 않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그걸 놓치는 순간 싸움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다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나홍진 감독에게 처음 ‘호프’ 출연을 제안받았을 당시 조인성은 선뜻 답을 내리지 못했다.

조인성은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이 이제 우주까지 가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의 전작을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촬영이 예상됐고, 시나리오를 읽으니 더욱 그런 부분을 유추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하고 싶은 마음과 실제 몸 상태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 작품을 위해 내가 정말 몸을 던질 수 있을지 하루 정도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고민 끝에 선택한 ‘호프’에서 조인성은 또다시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을 선보였다. 올해 초 공개된 ‘휴민트’에 이어 연달아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했지만, 그는 자신을 ‘액션 배우’라고 규정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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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은 “나는 성룡이 아니다. 대단한 액션 배우도 아니”라며 “액션에 큰 의미를 두고 이 영화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에 담긴 것을 구현해내기 위해 배우로서 일련의 과정을 거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후반부 펼쳐지는 승마 액션을 통해 조인성은 ‘대단한 액션 배우’의 면모를 보였다. 타협하지 않은 감독이 있었지만, 그 너머에는 ‘해내는’ 조인성이 있었다.

그는 “산은 평지가 아니다. 가다 보면 땅이 움푹 파인 곳도 있고, 두 손을 놓은 채 말을 타면 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손을 놓고 옆을 보면서 총을 쏴야 하는데 땅은 꺼져 있을 수도 있고 나무도 있다. 말 역시 평야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뛰지 못한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잠시 한숨을 내쉰 조인성은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맞다. 나 수고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조인성은 위험한 액션을 자신 혼자 완성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역과 직간접적으로 정말 많이 함께했다. 어떻게 나 혼자 그 위험한 장면들을 모두 소화했겠나. 만약 그랬다면 스턴트 기록자가 돼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상을 여럿 받았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덧붙여 “말은 30~40분 이상 계속 달릴 수 없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계속 교체해야 했다. 승마 스턴트팀과 수많은 말, 영화 후반 작업을 맡은 팀까지 모두가 모여야 완성될 수 있었던 장면”이라며 “그 장면이 잘 나왔다면 영광은 모두 말에게 돌리고 싶다”고 능청스레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촬영은 조인성의 건강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과거 무릎 수술을 받았던 조인성은 최근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그는 “선생님이 MRI를 보시더니 ‘인성 씨가 또 무리하는구나. 저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에 전화를 할까 고민하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수술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3년 전이었던 것 같고, 최근 두 달 전쯤 다시 검사를 받았다”며 “연골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하셨다. 앞으로 잘 관리하고 운영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내근직 연기밖에 못 한다”고 능청스럽게 덧붙였다.

그럼에도 조인성이 다시 한번 쉽지 않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도전’에 있었다.

조인성은 “한국 SF 영화가 그동안 부침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 장르는 태생적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전하게 갈 것인지 도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개인적으로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이제는 선배격이 됐고, 선택한다면 도전하는 쪽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우 활동이 지루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보다 한자리에 머무르는 것에 대한 경계가 더 컸다.

조인성은 “새로운 것을 하다 보면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날 확률이 크다고 해도 머무르고 싶지 않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을 떠올리기도 했다. 조인성은 “‘무빙’을 할 때도 사람들이 ‘초능력 이야기가 되겠느냐’며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면서 “그래도 결과적으로 ‘무빙’을 통해 좋은 기억을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조인성은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에 이어 나홍진 감독의 ‘호프’, 이창동 감독의 신작까지 굵직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쏟아지는 상황에 조인성은 “도망가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기대는 내가 하는 것보다 다른 분들이 해주시는 것이지 않나. 기대를 받기 위해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 내가 놓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중점을 뒀다”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관객들의 기대가 따라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인성은 “이 세 작품이 한 해에 연달아 나오게 될 줄은 몰랐다”고 능청스레 덧붙였다.

한국 영화계의 어려운 상황 속 기대작 ‘호프’가 짊어진 무게에 관해서도 조인성다운 답변을 내놨다. 그는 “나한테 왜 그러시냐. 같이 짊어질 것도 아니면서”라고 너스레를 떤 뒤 “꽃 중에 능소화라는 꽃이 있다. 장마와 태풍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영화계 안팎의 어려운 상황과 ‘호프’라는 장르가 태생적으로 가진 숙제가 장마와 태풍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품속에서 꽃이 잘 피어나길 희망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안전한 선택보다 새로운 도전을 택한 조인성의 열연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 ‘호프’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강지호 기자 /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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