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고 있는 고전이 영화로 돌아왔다.
제인 오스틴의 데뷔작이자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아 온 불후의 명작 ‘이성과 감성’이 또 한 번 스크린으로 찾아왔다. 새로운 제작진과 함께 깊이를 더한 이 작품은 앞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공식 초청돼 일찍이 국내외 매체와 관객들의 열띤 찬사를 끌어냈다.
사랑과 삶을 마주하는 두 자매 엘리너(데이지 에드가 존스 분)와 메리앤(에스메 크리드마일스 분)의 상반된 선택을 조명한 이 작품은 격식에 갇힌 고전 시대극의 틀을 깨부수고 인물들의 내면을 생생하게 포착해 냈다. 오랜 세월을 관통해 온 고전 특유의 깊이에 새로운 감수성을 더한 이번 영화의 핵심 관람 포인트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메가폰을 잡은 조지아 오클리 감독과 각본가 다이애나 리드는 원작 속에서 현대적 감각을 길어 올렸다. 조지아 오클리 감독은 인물들을 박제된 고전 속 인물이 아닌 실제 살아 숨 쉬는 사람들로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그는 두 자매의 대립을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닌, 현대 여성들이 내면에 동시에 품고 있는 상반된 두 가지 욕망의 상징으로 재해석해 냈다.

각본가 다이애나 리드 역시 소설 속 인물들이 마주하는 관계의 갈등과 상처가 오늘날 SNS에서 포착되는 우리의 고민들과 닮아있음에 주목했다. 어떠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든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상대를 찾고자 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차분히 짚어내면서 현대의 관객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시대를 넘어서도 여전히 유효한 이성과 감성 사이의 질문은 관객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다.
차세대 스타 데이지 에드가 존스와 에스메 크리드마일스가 선보이는 정교한 캐릭터 해석과 연기 시너지도 매력으로 꼽힌다. 먼저, 드라마 ‘노멀 피플’과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연기력을 입증한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이성적인 언니 엘리너 역을 맡았다. 그는 엘리너의 절제된 태도 이면에 감춰진 복잡하고 다층적인 감성의 결을 입체적으로 살리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반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열정적인 동생 메리앤 역의 에스메 크리드마일스는 200년 전의 인물을 완전히 체화한 듯한 독창적인 에너지로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영화 ‘폰드 라이프’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춘 두 배우는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전혀 다른 선택을 내리는 자매의 관계를 밀도 높게 연기해 내며 고전을 새로운 방식으로 펼쳐 보였다.

자매의 삶과 사랑을 흔드는 주변 인물들도 이야기를 풍성하게 했다. 엘리너의 마음을 흔드는 에드워드 역의 조지 맥케이는 원작 캐릭터의 깊은 배려심과 품격을 섬세한 톤으로 완벽히 소화했다. 또한, 메리앤과 뜨겁게 타오르는 윌러비 역의 프랭크 딜레인은 인물의 위선과 매력을 동시에 자아내며 미워할 수 없는 다층적 인물을 표현해 냈다.
여기에 할버트 노르드룸이 연기한 품위 있는 브랜든 대령과 피오나 쇼가 선보이는 따뜻하고 유쾌한 제닝스 부인까지 더해져 ‘이성과 감성’은 풍성한 인간 군상의 상호작용을 그려낼 수 있었다.
인위적인 연출을 배제하고 회화적인 질감을 이식한 독보적인 미장센도 인상적이다. 조지아 오클리 감독은 35mm 필름 촬영과 파나비전 빈티지 렌즈를 채택해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을 담아냈다. 자연광을 활용한 조명 연출은 관객이 인물들의 감정선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
촬영 감독 아르노 포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인물과 그들의 감정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다”라고 작업 과정을 돌아봤다. 이밖에도 영국 웨스트 도싯의 17세기 대저택, 데본 지역의 오두막 등의 로케이션도 과거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뿜어내며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공간의 대비만으로도 캐릭터들의 상황을 드러내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오늘 개봉한 ‘이성과 감성’은 200년을 이겨낸 제인 오스틴의 원작이 가진 힘 위에 조지아 오클리 감독의 현대적인 연출이 더해져 색다른 시선과 깊은 여운을 선사하는 영화다. 이성과 감성이라는 영원한 화두 속에서 온전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올가을 극장에 깊고 진한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새롭게 해석된 ‘이성과 감성’은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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