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J-호러물’의 장인들이 뭉친 영화가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입에 대한 앙케트’가 극장가에 서늘한 전율을 몰고 왔다. 개봉 직후 동 시기 개봉작 1위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을 예고했다. 또한, 개봉 첫 주에 누적 관객수 5만 명을 돌파하며 대작들과의 경쟁 속에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입에 대한 앙케트’는 일본 현지 43만 부 판매고를 돌파한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세계관을 내세웠다. 영화는 괴담 속 저주받은 나무를 찾아간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한 명, 그리고 남겨진 5명의 조각난 기억과 기괴한 증언을 통해 그날의 섬뜩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가을 극장가에 극한의 공포를 선사한 ‘입에 대한 앙케트’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봤다.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단연 제작진의 독보적인 조합이다. ‘입에 대한 앙케트’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로 일본 전역에 새로운 호러 열풍을 불러일으킨 신예 세스지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으로 이식한 작품이다.
여기에 ‘주온’, ‘그루지’ 등의 작품으로 J-호러의 전성기를 이끈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기록과 증언을 조합해 공포의 실체에 다가가는 원작 특유의 서늘하고 정교한 미스터리 구조 위에, 일상적인 공간에 서늘한 분위기를 입히는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서스펜스 연출 기법이 더해져 서사의 밀도를 단단하게 조여낸다.

‘입에 대한 앙케트’는 진실에 다가가는 독특한 구성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저주받은 나무를 찾아간 담력 시험 직후 한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날 밤의 진실을 추적한다. 살아남은 5명의 인터뷰와 녹음기 증언을 따라가는 구성은 마치 관객이 실제 기괴한 괴담 현장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생생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각 인물의 증언 속에서 미묘하게 어긋나는 기억과 조각난 단서들이 맞물려 들어가는 과정은 심리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호러 영화답게 섬뜩한 비주얼과 오싹한 사운드 디자인도 돋보인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잔혹하고 기괴한 연출은 ‘입에 대한 앙케트’의 백미로 꼽힌다. 어둠 속 거대한 자태를 드러낸 공동묘지의 저주받은 나무, 그리고 그 기둥을 기묘하게 뒤덮은 수많은 매미 껍질 등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충격을 전한다. 여기에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귀를 찌르는 매미 소리와 녹음기 속 뒤틀린 음성은 극장이라는 공간을 스산한 공포의 도살장으로 변모시킨다.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타가키 리히토의 연기 변신도 인상적이다. ‘약속의 네버랜드’, ‘블루 피리어드’ 등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온 그는 제48회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이타가키 리히토는 ‘입에 대한 앙케트’를 통해 첫 공포물에 도전장을 던졌다.

사건의 시작점이 된 인물 쇼타 역을 맡은 이타가키 리히토는 호기심 뒤에 찾아온 죄책감과 공포에 잠식되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짚어냈다. 그는 “저주에 빠진 상태를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 점차 궁지에 몰려가는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이 추천해 준 ‘겟 아웃’과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배우고 흡수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캐릭터를 구축한 과정을 돌아봤다.
정리하면 ‘입에 대한 앙케트’는 세스지 작가의 독보적인 기괴함과 시미즈 다카시 감독 특유의 섬뜩한 연출력이 정교하게 결합된 J-호러의 결정판이다. 저주받은 나무라는 오컬트적 소재 위에 5인의 조각난 증언을 추적하는 인터뷰 형식을 취해,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의 심리에 균열을 만든다.
여기에 자극적인 비주얼에만 의존하던 기존 공포물의 틀을 깨고, 증언과 사운드만으로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쌀쌀해진 가을밤, 서늘한 전율과 잊지 못할 카타르시스를 찾아 헤매는 공포 영화 매니아라면 망설임 없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다.

일본 호러물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입에 대한 앙케트’는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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