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냈던 독립영화가 스크린을 찾아온다.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았던 ‘철들 무렵’이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서울독립영화제부터 전주국제영화제는 물론 파리한국영화제와 바르셀로나아시아영화제 등에서 평단과 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과 송원 시민평론가상을 받으며 2관왕을 차지했다. 영화제를 통해 작품을 먼저 만난 관객들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맛깔난 한국 가족영화”, “한국적인 가족영화의 새로운 빛을 보다” 등의 찬사를 보냈고, 덕분에 ‘철들 무렵’은 2026년 독립영화계의 가장 강력한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철들 무렵’은 데뷔작 ‘이장’을 통해 현실적인 가족의 풍경을 유머러스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냈던 정승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이번 신작을 통해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과 기발한 연출력을 결합해 한 단계 더 진화한 K-가족극을 완성해 냈다.
정승오 감독이 생계와 간병, 작품 활동을 병행하며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는 암울하고 버거운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독보적인 톤을 입고서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을 담아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작품의 매력을 미리 만나봤다.

‘철들 무렵’은 세대를 관통하는 실력파 배우들의 리얼 앙상블로 완성도를 높였다. 먼저, ‘하하하’·’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공작’ 등의 영화에서 활약한 연기 경력 40년의 베테랑 기주봉이 철택 역을 맡았다. 철택은 시한부 선고 앞에서도 술과 로또를 낙으로 삼으며 좀처럼 철들지 않는 아빠다. 기주봉은 연륜과 내공이 묻어나는 연기로 철택의 능청스럽고 엉뚱한 면을 잘 표현해 짠한 웃음을 전한다.
정승오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철택 역에 기주봉을 염두에 뒀지만, 캐스팅은 쉽지 않았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기주봉은 철택에게 강한 거부감을 보였으나, 정승오 감독과 많은 대화 끝에 ‘철들 무렵’에 합류했다. 이후 기주봉은 조금씩 철택에게 동화되며 극의 중심을 탄탄히 잡았다. 그는 “아프고, 싸우고, 갈등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기했다”라고 작품과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이에 정승오 감독은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천상 배우”라는 극찬을 보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를 꿈꾸며 녹록지 않은 현실을 버텨내는 딸 정미는 하윤경이 연기했다. 그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아파트’, 영화 ‘딸에 대하여’·’경아의 딸’ 등에서 섬세한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다. ‘경아의 딸’ 프로듀서였던 정승오 감독은 하윤경이 가진 우수에 찬 눈빛에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하윤경은 꿈을 향한 열정과 불안을 품고 있는 정미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공감대를 높였다.

여기에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로 배우상을 휩쓸었던 양말복이 황혼 독립을 꿈꾸는 엄마 현숙으로 변신했다. ‘고당도’, ‘이반리 장만옥’ 등에서 존재감을 뿜어냈던 그는 가족을 돌보면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 분해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진짜 부부와 부녀를 방불케 하는 세 배우의 케미는 ‘철들 무렵’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철들 무렵’은 ‘가족 안에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가’라는 묵직하고도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조모부터 손주까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4세대 가족을 조명하며, 전통적 가족 관계의 해체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포착한다. 그리고 90세 노모 옥남(원미원 분)이 읊조리는 박완서 작가의 주옥같은 문장들은 ‘철들 무렵’의 결을 더 풍성하게 했다.
정승오 감독은 박완서 작가의 작품 세계와 삶의 궤적을 5개의 챕터에 녹여냈다.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지나온 가족의 딜레마를 시적인 텍스트로 직조하며 영화의 메시지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철들 무렵’은 신파를 철저히 배제하며 가족 드라마를 쌓아 올렸다. 영화는 부모를 돌봐야 하는 자식과 자신만의 삶을 갈구하는 부모가 서로에게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갈등 속에 ‘내 몫의 행복’을 챙겨가는 법을 다정하게 일깨운다.

지긋지긋한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끈을 놓지 않는 이들의 유쾌하고 쌉싸름한 여정은 극장가를 찾은 모든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따뜻한 위로를 건넬 예정이다. 전 세대의 마음을 두드릴 맛깔난 가족의 여정은 오는 16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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