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이제 시작일 뿐인데 벌써 슬픔이 휘몰아친다. 이성민의 압도적 연기력 덕에 저절로 몰입된 결과. 손수건을 준비해야할 것 같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tvN 새 금토드라마 ‘기억’ (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에서는 성공만 쫓는 로펌 변호사 박태석(이성민)의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박태석은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야망가였다. 그는 클라이언트(이기우)를 고소하려는 김 박사(강신일)의 약점을 찾아 협박하며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장 친한 친구와의 우정을 이용했다. 오직 성공만을 쫓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
박태석은 황금기를 누릴 일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은 뜻 하지 않게, 어느 날 갑자기,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오는 법. 이날 박태석은 의사 친구의 권유에 MRI를 찍었다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
친구로부터 이 같은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침 뉴스에는 박태석이 협박했던 김 박사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이러니한 풍경이었다.
질주하던 박태석의 삶은 알츠하이머 선고로 새 국면을 맞았다. 일에만 매달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하던 그는 천천히 과거를 돌아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태석에게는 재혼한 아내 서영주(김지수)가 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둔 두 사람은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미묘한 균열이 있었다. 바쁜 박태석은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 바쁜 아빠였고, 아이들 역시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있었다. 아내 서영주 또한 외롭기는 마찬가지. 박태석이 전처 나은선(박진희)과 죽은 아들을 그리워 한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전처 나은선과의 사이는 더 최악이었다. 이날 박태석은 술에 취해 전처 나은선의 집을 찾았다. 이에 나은선은 “대체 여길 왜 왔냐”며 냉대했다.
민망해진 박태석은 “내가 김유신이 됐나 보다. 말이 어디 있지?”라며 웃었고, 나은선은 그런 박태석을 때리며 “어떻게 웃을 수 있냐.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아느냐. 다른 사람은 잊어도 당신은 잊으면 안 되는 날”이라며 화를 냈다.
이 날은 두 사람의 아들이 죽은 날, 기일이었다. 박태석이 과거에도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
박태석은 성공에 집착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던 인물. 그의 주변인들을 외로움과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치매에 걸린 박태석은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점차 인간성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성민은 홀로 1시간을 장악하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시청자의 눈물을 예약한 그가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tvN ‘기억’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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