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가영 기자]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에서 김기덕 감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가해를 멈추고 반성, 자숙해라”라는 입장을 밝혔다.
1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는 김기덕 감독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이윤소(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박건식(MBC ‘PD수첩’ 피디), 한유림(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전문위원), 배복주(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홍태화(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강혜란(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이 참석했다.
먼저 발언을 한 홍태화 사무국장은 김기덕 사건에 대해 “2017년 첫번째 사건으로 신고 접수된 사건이다. 7개월에 걸쳐서 사건에 대한 사실 조사를 했다. 첫번째가 뺨을 수차례 때린 폭행죄, 두번째 성적 수치심이 있는 장면을 강요한 죄, 세번째 피해자가 무단 이탈했다고 허위사실로 명예훼손을 한 것이었다. 7개월 동안 사실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폭행 관련해서는 여러 스태프들의 증언에 따라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도 인정을 해 500만원 벌금형을 내렸다. 성적 수치심 장면을 강요한 것. 시나리오에 있지 않은 장면을 현장에서 여배우에게 남성 배우의 신체 부위를 잡게 강요한 것이다. 여러 사실 조사에서도 이런 장면을 촬영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피해자에게 촬영장을 무단 이탈했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녹취 파일로 확인을 했다. 모두 사실 확인이 됐다. 이것을 근거로 해서 피해자 분께서 고소 고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조사를 하면서 피해자들이 바란 것은 사과 뿐이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고 밝힌 홍 사무국장은 “하지만 김기덕 감독에게 요청했지만 어떤 응답도 없었다. 피해자 분들에게 반성, 사죄를 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가해자 분께서는 여배우의 인권을 침해하고 그런 게 유죄로 판명이 났는데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가해자 편에 섰던 프로듀서 같은 경우는 영화 제작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가해자 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에 반해서 피해자 분들은 실제로 영화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역고소, 피해보상 요구에 따라 병원에 입원하거나 심신미약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홍 사무국장은 “가해자와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고 강경 대응을 할 것이다. 영화계 퇴출까지 고려해서 강력 대응을 할 것이다. 많은 사건에 대해서 대응을 하기 위해 영화계에서 머리 모아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김기덕, 모든 피해자들에게 깊은 반성과 사죄를 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기덕의 실체를 밝힌 ‘PD수첩’ 박건식 PD 역시 “지난 1년 간 여러 방송을 할 때 봤지만 김기덕 편도 방송을 했고 장자연 편, 김학의 윤중천 편을 했지만 이런 것들이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여성들이 도구화, 수단화되면서 인격으로 존중 받지 못한다. 성상납이라는 말도 그렇다. 인격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접대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제일 심한 것이 영화계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도 그렇다. 미국은 고소한 분들이 100명이 넘는다. 자기 실명을 밝히고 나선 분들이. 또 유명한 여배우들, 스태프들도 다 나섰다. 그 결과 영화계에서 격리가 됐고 영화 협회에서 제명이 됐다. 그에 비해서 한국을 보면 여러가지 여건 상 한분 빼고는 고소에 나서지 못했다. 저희에게 증언한 분들도 고소를 하지 못했다. 언론이 따라 적을 수밖에 없었다. 본의 아니게 사회자 분들, 피해를 입게 됐다. 2차 피해를 입게 됐다”고 전했다.
박 PD는 “소송을 거는 것은 본인의 자유겠지만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이런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김기덕 감독은 유일무이하게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하신 분이고 해외에서 가장 유명한 분이다. 여성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김기덕 감독이 스승장구하고 영화제에서 수상을 할 때마다 본인이 더 비참해진다고 하더라. ‘그때 거부하지 않고 요구를 따랐어야했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기에 같이 협력, 같이 일했던 분들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상 소식, 유발이판타스틱영화제 출품, 모스크바영화제 심사위원 그런 소식이 들려올때마다 더 비참해지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면서 “피해자분들은 더 비참함을 느끼고 영화계를 떠나게 되고. 가해자들은 승승장구하는 상황은 막아야하지 않을까. 2차, 3차 피해는 막아야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박 PD는 “피해자들이 떳떳하게 살고 가해자가 영화계를 떠나고. 검찰도 그렇다. 장자연처럼 언론계도 그렇고. 대학가도 그렇고.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일부에서는 여성들의 인권이 신장됐다고 생각하지만 취재한 결과 자유로운 곳이 없었다. 빙하에 숨어있던 것 같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자기를 드러냈던 분들만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정의가 완성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한국여성민우회 강혜란 공동대표는 “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는 고 장자연 사건을 계기로 영화계에 존재하고 있는 성차별적 문화와 관행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김기덕 관련해서는 2017년부터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여 피해자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 이후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증언은 계속 이어져왔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인 그의 영향력 앞에서 지나간 사실을 입증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와 운명을 같이하는 영화인들은 여전히 제작현장에서 벌어진 문제적 행위들을 함구하며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로 인해 피해자들은 반복적으로 2차 가해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김기덕 감독은 단 한번 사과나 성찰 없이 베를린 영화제,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피렌체한국영화제 등 해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모스크바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는 다수 미투 가해자들이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판이하게 다른 행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와 ‘PD수첩’에 대한 형사고소, 지원단체인 민우회에 대한 3억 손해배상 소송, 피해자와 ‘PD수첩’에 대한 10억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고소와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증거 불충분’이란 해당 사실이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입증하지 못하였을 뿐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로 한 그의 행태는 모두를 경악하게 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우리 사회는 미투 이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정치, 겨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어왔던 성차별/성폭력적 행위들을 바꾸어나가려 노력 중이다. 남서 카프테에 의해 올곧게 보호되어 왔던 안희정, 고은 등 유명인에 대한 판결도 달라진 젠더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라도 가해자들의 문제적 행동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려는 것. 이러한 변화는 피해자와 지원단체, 비판적 언론의 활동을 위축시켜 자신의 영화계 내 지위를 유지하려는 김기덕 감독의 무책임한 행보를 좌절시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우회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양심적 변호인들이 나서주었다. 그들은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노력해온 민우회와 같은 지원단체를 겁박하는 김기덕 감독의 비뚤어진 인식에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꼼꼼한 법률적 대응을 시작했다. 피해자와 ‘PD수첩’ 또한 그러하 것. 우리는 더 큰 목소리, 더 큰 연대로 김기덕 감독의 도발을 좌절시킬 것. 그리하여 아집과 독선으로 점철된 그의 행동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도 성차별적인 것인가를 반드시 확인시켜줄 것이다”고 전했다.
한유림(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전문위원)은 피해자 A씨에 대한 상황을 전했다. “A씨도 본인의 입장문을 발표하려고 했다. 하지만 건강이 안좋아진 상황인데다가 이렇게 손해배상 소송이 새롭게 들어오면서 건강이 악화됐다. 입장문을 쓰기에는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명서를 읽는 것으로 대체한다며 “우리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만들며 저지른 인권침해와 김기덕 감독의 피해자들에게 계속해서 바생하고 있는 2차 피해에 대해 유감과 우려의 뜻을 표한다”면서 “김기덕 감독은 2017년 ‘강요 폭행 강제추상 치상’ 등 혐의로 고소됐고 2018년에는 ‘PD수첩’을 통해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및 성폭력 혐의들이 폭로된 바 있다. 방송 이후 김기덕 감독은 방송에서 증언한 여배우 두명에 대해 무고와 명예훼손을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방송의 내용이 허위 사실로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기덕 감독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며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은 지난 3월 ‘PD수첩’과 여배우 A씨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가 하면 4월 18일 개막하는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해외영화제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떠한 반성과 성찰도 보여주지 않는 김기덕 감독과 그를 옹호하고 그에게 공적 활동의 기회를 주는 사람들 모두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시작된 미투운동은 성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전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성폭력은 다양한 권력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이기 때문에 문제제기하기가 어렵고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법과 제도의 미비함 때문에 제대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 이런 특성은 영화계도 예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계에선느 2016년 시작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이후로 영화인들이 직접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영화 촬영 전 성희롱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조직 내 성폭력 및 성평등 관련 규정을 만드는 한편 영화계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신고할 수 있는 기관도 설립했다. 우리는 더이상 성폭력을 용인하지 않으며 어떠한 폭력과 차별도 없는 여화 현장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화 개봉이 취소되고 감독으로서의 명예가 췌손된 것은 김기덕 감독 본인이 저지른 일들의 결과. 김기덕 감독이 더이상 2차 가해를 멈추고 이제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성하기를 촉구한다. 동료 영화인이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김기덕 감독이 입증 가능한 법적 책임만큼이나 도의적 책임의 무게를 깊이 깨닫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가영 기자 kky1209@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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