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독특한 구조로 꿈과 현실을 연결한 영화를 선보였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현실에서 발산하지 못했던 욕망이나 바람이 꿈에 투영된다고 한다. 반대로 돼지꿈이나 태몽처럼 꿈이 특별한 일을 먼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후자처럼 만약 우리가 미래를 꿈에서 먼저 볼 수 있다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 있을까.
‘리틀 드리머즈’는 예지몽을 꿨음에도 생각보다 행복하지 못한 미래를 맞이한 인물의 이야기로 삶과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영화는 현실에 간섭하고, 인물들의 의지로 두 세계를 오갈 수 있다는 설정을 흥미롭게 전개한다. 작품 속 꿈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현실보다 더 강한 개성을 드러내고, 만화적인 행동과 대사로 시트콤적인 상황을 만든다. 꿈속 공간은 진한 색감을 갖고 있고, 캐릭터들의 의상 역시 비범해 판타지성이 돋보인다. 그렇게 영화는 꿈을 현실보다 생기 넘치는 공간이자 연극 무대 같은 곳으로 그리며 뭔가를 말하려 했다.
‘리틀 드리머즈’의 꿈은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선, 미래를 먼저 보여주는 치트키로 활용된다. 스포츠 토토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건우(유희제 분)와 관계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미나(김세원 분)는 꿈을 통해 바라던 정보를 얻는다. 덕분에 건우는 돈을 벌고, 미나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이는 잠깐의 시간만 벌어줄 뿐, 그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두 인물은 지나치게 꿈에 의존하며 허우적거린다.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한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은 채 요행만 바란다. 야구 선수로 빛을 못 본 건우는 사업까지 실패해 정체된 삶을 살고 있지만, 이를 벗어날 의지가 없다. 개인적 상처로 마음을 닫은 미나는 이모·친구들과의 어긋난 관계를 직접 개선하려 하지 않은 채 침묵을 택한다. 이처럼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가지 못하는 인물들에게 예지몽은 현실의 문제를 잠깐 유예시키는 탈출구로서만 기능한다.
상처 입은 이들이 꿈에서만 행복을 찾는다는 설정은 어딘가 씁쓸하다. 눈앞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이 현실을 외면한다는 점은 현세대 청년들의 초상을 소환한다. 그러나 ‘리틀 드리머즈’는 이런 도피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명확히 말한다. 한 번의 꿈이 인생의 궤적을 바꾸지 못하듯, 현실의 문제를 직접 대면해야만 삶이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막연히 인생역전을 노리는 건 욕심이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목표와 관계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영화 속 꿈이 가진 다른 기능은 타인의 삶을 체험하게 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건우와 미나는 각자의 세계에서 알을 깨고 나온다. 자신이 가장 불운한 인생을 살고 있다며 대립하던 건우와 미나는 요섭(이하랑 분)의 꿈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간접 경험한다. 그렇게 타인에게 공감할 기회를 얻고, 서로가 가지 상처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이는 자신의 삶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영화는 서로의 삶을 체험한 이들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오며 마무리된다. 앞서 예지몽을 경험했음에도 큰 변화가 없던 것처럼, 한 번의 꿈이 그들의 삶을 단번에 바꿔 놓지는 못한다. ‘리틀 드리머즈’는 건우와 미나의 엔딩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열린 결말을 추구했다. 다만, 이들이 타인을 대하는 시선이 조금은 변했고 조심스러워졌다는 걸 인지할 수 있다. 이런 태도를 가지게 되었기에 이들의 삶이 이전과 다를 거라는 희망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꿈이라는 장치 없이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생각해 보면, 건우와 미나처럼 관계에 문제를 겪는 이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사회는 이전보다 더 개인화되었고, 자신의 영역과 개성을 더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런 세상에서 ‘리틀 드리머즈’는 특별한 계기가 없이 타인과 가까워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돌려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한국 영화의 요람 ‘KAFA’ 출신 이광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의도를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리틀 드리머즈’가 KAFA 정규 장편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는 점은 작품과 영화적인 요소와의 연결고리를 고민하게 한다. 영화가 다룬 꿈처럼 영화는 타인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매체다. 암실에서 스크린을 마주하는 행위를 꿈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는데, 리틀 드리머즈’가 보여준 꿈이 그런 영화적인 경험을 비유한 것처럼 보였다. 영화를 향한 애정이 남다를 시기에 있었을 신예 영화감독은 그렇게 영화를 향한 애정을 고백하고 있던 게 아닐까.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필름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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