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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금지된 사랑을 스크린에 옮긴 고자극 로맨스물이 화제다.
‘할리 퀸’으로 독보적인 아우라를 뽐냈던 마고 로비는 제작자로서도 훌륭한 커리어를 쌓고 있다. ‘아이, 토냐’, ‘프라미싱 영 우먼’, ‘드림랜드’의 제작에 참여하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제작과 연기를 동시에 소화한 전작 ‘바비’는 가부장제를 비튼 서사를 내세워 2023년 전 세계 흥행 수익 1위(14억 달러)를 달성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후 마고 로비의 시선은 1800년대로 향했다.
‘폭풍의 언덕’은 유년기를 함께한 캐시(마고 로비 분)와 히스클리프(제이콥 엘로디 분)의 엇갈린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캐시를 원했지만 신분의 벽 앞에서 헤어져야 했던 히스클리프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캐시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캐시를 향한 집착과 광기에 휩싸여 지독한 사랑의 복수에 나서며 캐시와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간다.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마지막 작품 ‘폭풍의 언덕’은 그녀가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이다. 버림받은 남자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과 잔인한 복수를 담은 이 작품은 출간 당시엔 반도덕적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20세기에 재평가받았고 영화·드라마·연극 등 많은 대중문화로 재생산되고 있다. 소설이 가문에 얽힌 대서사시를 전개했다면, 이번 영화는 두 인물의 격정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머리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금지된 욕망에 빠지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길을 걷는 이들을 다룬 이야기는 꾸준히 수요가 있어 왔다. 사랑에 빠진 게 죄가 아니라는 남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해서는 안 될 일을 엿보게 하면서 기이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폭풍의 언덕’은 이 길티 플레저를 제대로 맛보게 한다. 사회의 질서를 깨고 쾌락을 탐하며 점차 무너지는 남녀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었다.
마고 로비와 제이콥 엘로디는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매혹적인 비주얼과 연기로 관객까지 유혹하며 금지된 사랑을 경험하게 한다. 아슬아슬한 사랑을 이어가는 남녀의 일탈이 스릴 있게 전개돼 몰입감을 높다. 특히, 제이콥 엘로디의 다층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초반부 히스클리프의 순애보적인 사랑에서는 그의 애절함을 느낄 수 있다. 후반부엔 고급스럽게 탈바꿈한 외모로 우아한 매력을 발산하는데, 욕망에 몰두하는 자기 파괴적인 지점에서는 제이콥 엘로디의 퇴폐미가 폭발한다.
치명적인 배우들 외에도 고혹적인 미장센이 불처럼 타오르는 욕망을 더 부각했다. 농도 짙은 로맨스와 어울리는 색감과 소품이 극의 온도를 끌어올린다. 시대적 배경과 인물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 화려한 의상이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가 추구한 파격적이고 에로틱한 분위기 속에 선정적 이미지를 전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연출을 맡은 에머랄드 펜넬 감독은 노출을 최소화한 이미지 속에 빛과 소리를 섬세하게 활용해 오감을 자극했다.

다만, 이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한 관객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폭풍의 언덕’은 캐시의 우유부단함과 히스클리프의 극단적인 면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의 아이러니와 두 인물의 비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세대의 관객이 보기엔 이런 면들이 답답하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시사회 이후 두 캐릭터를 향한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을 꽤 볼 수 있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금지된 만남이라는 소재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다는 약점도 있다.
‘폭풍의 언덕’은 파격적이고 논쟁적인 소재 속에 원치 않은 길을 걸었던 여성의 삶을 조명했다. 비도덕적인 선택을 한 캐시의 서사 속엔 신분과 제도라는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욕망이 있었고, 마고 로비는 이 여성 해방의 서사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제도에 저항하고 반항적인 매력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할리 퀸다운 행보이지 않은가.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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