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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되어야 보이는 것들, 그리고 후회에 관하여…청춘을 곱씹는 영화 ‘피렌체’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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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20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김민종이 울림이 있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새해 전후로 한국 연예계는 큰 별들을 잃었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영웅들의 빈자리가 지금도 낯설고, 시간의 흐름에 야속함을 느끼게 되는 시기다. 최근 개봉한 김민종의 신작에도 ’20년 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시간은 무섭도록 빠르게 지나간다.

영화 ‘피렌체’는 중년이 남자 석인(김민종 분)이 다시 찾은 피렌체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아내를 잃고, 권고사직까지 당한 채 삶의 의욕을 잃은 석인은 피렌체에 머물며 젊은 시절 자신의 흔적을 곱씹는다. 그 과정에서 석인은 자신이 잊고 살았던 것과 놓친 것들을 떠올리며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피렌체’는 친절한 영화가 아니다. 한 공 간에 머무는 남자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는 작품이라 긴장감이 큰 편도 아니다. 대신, 바쁜 일상 속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듯, 한 템포 쉬어가며 사색할 기회를 준다. 석인은 피렌체 곳곳에서 자신의 과거와 만나고, 때로는 옛 친구와 환상 속을 걸으며 착잡한 기분에 빠진다. 누구보다 빛날 거라고 장담했던 젊은 날의 석인과 많은 것을 잃은 현재의 석인이 대조되며 객석으로 씁쓸함이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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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느린 템포 덕에 아름다운공간을 음미할 수 있다는 건 ‘피렌체’의 매력 중 하나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피렌체’는 산타크로체 광장, 베키오 다리, 두오모 성당 등의 명소를 카메라에 담았다. 상업 영화 최초로 두오모 내부 촬영을 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예술과 역사를 품고 있는 건축물은 그 자체로 완벽한 미장센이면서 시간의 유한함을 느끼는 석인의 여정을 더 돋보이게 한다. 변해 버린 석인과 달리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는 피렌체는 관객에게도 시간과 삶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필모그래피상 마지막 주연작이 ‘종려나무 숲'(2005)인 김민종은 20년 만에 스크린에서 대중과 만났다. 영화 속 석인이 지나간 시간을 되짚듯, 관객도 김민종의 옛 시간을 떠올리며 청춘의 시간을 곱씹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20년 전과 비교해 조금은 지친 듯 보이는 중년의 김민종은 청춘을 그리워하는 석인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관객을 ‘피렌체’에 빠져들게 했다. 후반부 석인이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며, 김민종은 중년의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깊은 연기로 울림을 전했다.

공허한 마음으로 피렌체를 찾았던 석인은 젊은 날 자신과 재회한 뒤,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영화에서 퇴장한다. 청춘은 이제 없지만, 중년이 되어야만 볼 수 있는 걸 목격한 남자의 표정엔 묘한 안도감이 보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주 인식하게 되는 요즘,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고 그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로운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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