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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머릿속엔 뭐가 들었을까…벌거벗은 대화 속 이상한 매력의 ‘윗집 사람들’ [씨네:리포트]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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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 기사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TV리포트=강지호 기자]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경악한다. 하정우 감독의 ‘말맛’으로 가득 찬 파격적이고 ‘섹’다른 청소년 관람불가 코미디 영화 ‘윗집 사람들’이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윗집 사람들'(하정우 감독·바이포엠스튜디오)은 매일 밤 위층에서 들려오는 음란하고 소란스러운 소리에 지친 아랫집 부부가 윗집 부부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벌어진 예측불허의 대화를 그린 작품이다. 하정우의 네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다.

‘윗집 사람들’은 세스 가이 감독의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Sentimental)’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과는 다르게 남성이 아닌 여성 화자를 중심으로 하며 사건의 발단이나 배경도 모두 다르다. 국내 정서를 기반으로 하정우 감독의 감각을 넣어 조금 더 강렬하고, 조금 더 친근하게 완성됐다.

▲ 정말 이상한 사람들, 기예에 가까운 열연…’하정우 세계관’

‘윗집 사람들’은 감독 겸 배우를 맡은 하정우의 말처럼 단순한 ‘섹스 코미디’가 아니다. 영화에는 배우들의 신체나 ‘살색의 어떤 것’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고수위’라는 말과 다르게 어떤 노출도 볼 수 없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사람에 따라 귀부터 얼굴까지 충분히 붉어질 만큼 ‘고수위’라는 점이다.

어떤 노출도, 폭력성도 없는 ‘윗집 사람들’은 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을까. 영화는 가족, 심지어는 연인이나 배우자와도 절대 나눠본 적 없을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게 다룬다. 민망한 상황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점차 브레이크를 풀고 질주한다. 하정우 감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말맛’을 이용한 높은 수위의 농담과 개그는 폭발적인 대사량 속에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이래도 안 웃겠냐’는 하정우의 치밀한 전략 속에 관객은 결국 웃게 된다. 이질적일 만큼 파격적인 대사와 부끄러움이 전혀 없는 듯한 이하늬와 하정우의 ‘티카타카’ 속에 놀라 굳어있던 입꼬리가 일단 한 번쯤은 올라간다. 대사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택한 자막 전략도 관객의 눈과 귀에 대사를 꽂히게 만든다.

색다른 포인트가 많은 영화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이하늬와 하정우가 연기하는 수경과 김 선생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인물이란 점이다. 영화에서 자체적으로 두 사람을 이상한 인물이라고 충분히 표현하고 있고 무엇보다 공효진과 김동욱이 연기하는 정아와 현수가 관객을 대신해 놀라고 분노한다.

이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너무나 솔직하고 너무나 이상하고, 너무나 뻔뻔한 수경과 김 선생에게 ‘아랫집 부부’는 휘말리고, 마침내는 빠져든다. 관객 역시 그렇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완성됐다. 당장 대학로에서 극을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연극적인 성격이 강한 ‘윗집 사람들’은 한정된 공간 속에서 네 명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완벽한 케미를 통해 전개된다. 단조로운 장소와 함께 자칫 심심하거나, 과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지루하지 않다. 극 중 하정우와 이하늬가 보여주는 기예에 가까운 요가처럼 배우들의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여기에 중간중간 함께하는 하정우표 이스터에그들은 앞으로 그가 보여줄 더 많은 연출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그림부터 와인까지 그야말로 ‘하정우 세계관’ 속에 들어온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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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위 폭풍이 지나간 자리…비로소 열리는 대화의 시간

단순히 고수위의 대사만이 오갔다면 ‘윗집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호평은 받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막이 내리고 관객이 영화관을 나설 때 나누게 되는 대화 속에서 영화는 비로소 완성된다.

마지막 챕터에서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실제 정신과 전문의들의 상담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던 하정우 감독의 말처럼 그가 수천 번을 고쳐 완성한 대사들 속에 ‘윗집 사람들’이 하고자 했던 진짜 이야기가 담겨있다.

수경과 김 선생이 마치 폭풍처럼 헤집고 간 자리 남겨진 정아와 현수는 그제야 ‘폭풍의 눈’ 속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비현실성을 대표하는 ‘윗집 부부’가 사라진 후 남은 ‘현실성’을 대표하는 아랫집 부부는 멈췄던 대화를 시작하고 관계의 회복을 알린다.

하정우는 ‘윗집 사람들’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히며 “예상치 못한 전개 속에서 회복되는 관계에 끌렸다. 그 모습이 어쩌면 사소한 것이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단지 코미디가 아닌 뻗어나가는 힘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윗집 사람들’이 가진 뻗어나가는 힘은, 대화의 시작이 돼주는 마중물 같은 힘에 있는 듯하다. 높은 수위의 대사에 경악하다가도 어느샌가 두 부부가 나누는 대화에 경청하게 된다. 그리고 절대 꺼낼 일 없을 듯한 주제들 속 진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베일을 벗는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대화를 시작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경악했고, 그 다음엔 민망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분명 취향은 갈릴 듯하지만 하정우였기에 가능했던 시도였다. 감독으로서 그가 보여줄 앞으로의 작품들에 기대를 불어넣었다는 것만으로도 ‘윗집 사람들’은 하정우 감독의 성공적인 작품으로 기록될 듯하다.

12월 3일 개봉. 러닝타임 107분. 청소년 관람불가.

마지막 한마디. 하정우의 진액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듯.

강지호 기자 khj2@tvreport.co.kr / 사진= 영화 ‘윗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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