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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올리비아 콜맨이 이혼을 다룬 작품에서 명연기를 펼치며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혼과 관련된 기사와 콘텐츠를 접하는 게 어렵지 않은 시대다. 유명인들의 이혼은 늘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이혼 관련 소식이 쏟아질 때면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건 귀책사유다. 이혼에 원인을 제공한 이를 규명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불륜, 가정 폭력, 채무 관계 등 명백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더 로즈: 완벽한 이혼'(이하 ‘완벽한 이혼’)은 인생을 공유하는 이들 사이엔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완벽한 이혼’은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테오(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와 아이비(올리비아 콜맨 분)의 관계가 변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테오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명성이 높았고, 요리사인 아내의 꿈을 지원하는 훌륭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한 번의 큰 실패로 직장을 잃고 아내를 외조하며 집안일을 담당하게 된다. 이후 아이비는 식당이 번창하며 가정에 소홀하게 되고, 반대로 테오는 재기를 꿈꾸지만 그럴 수 없어 불만이 쌓여만 간다.

이 영화는 가장 사랑했던 이들의 마음이 변하는 미세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었던 부부는 그들 삶의 변곡점에서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서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율하며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만들어 간다.
그러나 테오의 커리어가 박살 난 순간부터 상황은 급변한다. 예민한 상황에서 이들의 차이는 서운한 감정을 낳고, 서로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대화도 줄어들며 응어리가 점차 커진다. 외부적 요인을 시작으로 흔들리는 테오와 아이비의 관계 변화는 현실적이라 더 이입하게 된다.
또한, 테오와 아이비가 행복을 위해 선택한 결혼과 육아가 서로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남편이자 아내이기 이전에 인생에 목표를 가진 존재다. 그런 두 사람은 가정을 위해 자신의 꿈을 미뤄두고, 또 고통스러워한다.
가족을 두고 자신의 꿈 때문에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혼한 뒤에도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은 해봤을 법한 고민이다. 이처럼 ‘완벽한 이혼’은 결혼 후 누군가의 큰 잘못 없이도 서서히 관계가 멀어질 수 있고, 결혼과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완벽한 이혼’은 고전적인 가부장제 가족괴 반대되는 구도를 통해 결혼생활을 조금 더 입체적이고 중립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아이비는 식당 사업을 통해 돈을 벌고 사회적 명성을 얻은 커리어 우먼이며,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는 가장이다. 테오는 경제력을 잃은 경력 단절남으로 육아와 집안일을 담당하며 가정을 유지시킨다.
이처럼 고전적 성역할을 뒤집은 채 현실적인 문제를 다룸으로써 부부 사이에서 오는 문제를 성별을 초월해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성별을 떠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각자가 무언가는 포기할 수 있어야 하고, 큰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올리비아 콜맨과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자연스럽고, 때로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완벽한 이혼’에 재미를 더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는 연인의 로맨틱한 순간부터 결혼에 지쳐 모난 말을 던지는 부부의 지질함까지 짧은 시간 안에 남녀의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특히, 이 영화는 대사의 맛이 살아 있어 대화 장면 만으로도 웃음을 만들어 낸다.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툭툭 던지는 위트 있는 대사가 만드는 유머와 뼈가 있는 말이 만드는 스릴 덕에 대사량이 많은 작품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결혼은 왜 아름다운 미래를 보장하지 못할까. ‘완벽한 이혼’에서 완벽한 관계를 방해하는 변수와 신뢰에 균열이 가는 불가피한 순간을 마주하면 결혼이 관계의 종착지가 아닌 또 다른 관계의 시작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인간관계 때문에 상처받거나 고민해 본 적 있는 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영화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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