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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파편 속에서 진실을 찾는 여정…’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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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장면 하나하나를 음미하게 하는 시네마틱한 영화 한 편이 관객과 만났다.

영화는 누군가의 시선이 반영된 이야기다. 객관적 사실을 전한다고 알려진 다큐멘터리조차 누군가의 시선이 투영되고, 재해석된 현실이 카메라에 담기게 된다. 극영화의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 화자의 눈이며, 그가 본 세계를 관객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용하게 된다. 같은 영화를 관람해도 보이는 것은 다르고, 전달되는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관객마다 다른 이야기를 따라가게 하고, 각자의 결말을 상상하게 하는 영화다. 이 작품은 갑자기 사라진 남자 정호(김동환 분)를 중심에 두고, 그와 접점이 있는 세 여자의 관계를 보여준다. 세 인물은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 속에서 남자를 기억하고 있고, 관객은 보이는 것과 믿는 것 그 사이 어딘가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조립하게 된다.

이 영화는 단 번에 이해하기 힘들며,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익숙하고 친절한 플롯을 기대한 관객은 중간에 낙오할 확률이 높다. 장면 하나하나를 천천히 뜯어보게 하게 하며, 인물들이 뱉는 대사도 예사롭지 않다. 영화가 마련한 조각들을 잘 끌어모아 관객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 불친절함을 각오하고 영화에 동참할 수 있다면 몇 번은 곱씹을 수 있는 영화가 된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세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며, 이들의 기억 속에 있는 정호를 추측하게 한다. 세 여성 수진(공민정 분), 인주(정보람 분), 유정(정회린 분)은 각자 쉽게 드러낼 수 없는 비밀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정호의 여자친구인 수진은 다른 남성과 몰래 만나고 있었고, 인주는 정호를 짝사랑하고 있으며, 유정은 정호의 옛 연인으로 그의 자살 시도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다.

영화는 세 인물의 시선이 교차되고, 이때 서로의 엇갈린 감정과 기억이 충돌하며 정호라는 인물을 더 모호하게 만든다. 관객은 주관적으로 재해석된 사건들을 사이에서 진실을 찾는 게임을 펼쳐야 한다. 기억의 차이뿐만 아니라 영화의 타임라인도 선형적으로 구성돼 있지 않아 까다롭다. 장면이 교차될 때 영화는 명확히 어떤 시점인지 말하지 않으며, 무엇이 먼저 일어난 사건인지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영화의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조각은 인물들의 대사와 영화의 미장센 등에 뿌려져 있다. 영화 속 세 여성을 비롯해 주요 인물들이 일러스트레이터, 회화 작가, 무명 배우, 시인 등 예술가이며, 내뱉는 말이 심오하다. “내 안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곤 해”, “그냥 난 솔직하지 못한 거야”, “순서가 바뀐 것뿐이야, “아무도 모르지” 등 평범한 말속에 진실을 감춘 듯해 하나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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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의 카메라는 느리고, 또 정적이다. 천천히 화면 구석구석을 살피며 진실의 흔적을 발견하고 연결하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같은 공간임에도 다른 구도에서 촬영된 장면을 통해 인물들의 다른 표정과 리액션 등을 섬세하게 담아내려 했다.

관객은 스크린에 보이는 것과 인물들의 주관 사이를 오가며 화면을 채우고 있는 인물, 소품, 공간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수수께끼를 풀어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관객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거기서 정호를 상상하며 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다.

반복처럼 보이는 영화의 구성을 변주라는 형식으로 이끌어 내는 건 각자의 에피소드를 잘 소화해 낸 배우들의 힘이 크다. 공민정, 정보람, 정회린은 각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시퀀스 속에서 중심을 단단히 잡고, 각자의 위태로운 상황을 표현한다.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는 각자 불안한 요소가 있고, 이 때문에 감정 변화도 크다. 이 캐릭터들이 겪는 갈등과 점차 터져 나오는 감정 덕에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느린 전개와 반복되는 구도 속에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주관적 시선과 기억 사이에서 한 인물을 재구성하며 인물들의 시간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감정의 불안정함, 기억의 불완전함 등을 요인 탓에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동시에 하나의 진실이 있을까라는 의문 속에 이 진실게임의 허무함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펙터클한 작품이나 장르적인 영화가 영화관에 적합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장면 하나하나를 뜯어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 몰입하게 하는 영화도 영화관에 어울린다고 말하고 있었다. 쉽지 않겠지만, 시네마틱한 경험에 목마른 시네필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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