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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영화 ‘하얼빈’이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주인공이 됐다.
지난 5일 진행된 백상예술대상에서 ‘하얼빈’이 영화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촬영을 맡은 홍경표 촬영감독은 대상을 받으며 가장 빛나는 수상자가 됐다. 이런 눈부신 성과 속에 ‘하얼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하얼빈’은 안중근의 마지막 시간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49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번 백상예술대상을 통해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대체 어떤 작품이었길래 대중과 전문가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었던 걸까.
‘하얼빈’은 안중근(현빈 분)이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 분) 저격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되는 전투와 거사 전 약 1주일 간의 시간을 담은 영화다. 우덕순(박정민 분), 최재형(유재명 분) 등 역사적 인물과 김상현(조우진 분), 이창섭(이동욱 분), 공부인(전여빈 분) 등의 허구의 인물이 뭉쳐 안중근의 삶을 재현했다.
이 영화는 안중근의 고난을 성실히 옮기는 데 집중한다. 이때 카메라와 안중근의 거리가 흥미롭다. ‘하얼빈’은 안중근의 고뇌하는 표정을 담았지만, 카메라가 그의 인간적 고민과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다가가지는 않는다. 우민호 감독이 역사적 영웅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데 부담을 느꼈거나,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초반부 전투씬 이후 답답할 정도로 어두운 화면 속에 이야기를 전개한다. 때로는 인물들의 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면이 어둡다. 곁에 늘 죽음을 두고 움직여야 했을 인물들의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어둠으로 감싼 연출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혹은, 그들이 어두운 시대를 살고 있었다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연출로도 볼 수 있다.
내내 어둡던 화면은 안중근이 거사를 실행하는 순간에 도달하면 밝아진다. 그리고 현빈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까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라는 외침은 관객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하얼빈’이 영화 내내 화면 속 빛과 안중근의 감정 표현을 절제했기에 이 장면에서 전해지는 감동은 더 극대화될 수 있었다.
우민호 감독이 ‘하얼빈’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건 미숙한 인간을 성숙한 존재로 이끄는 리더의 영향력이었다. 이를 위해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에 뒀다. 초반부 안중근은 전투에서 어렵게 승리한 뒤 일본군을 포로로 붙잡는다. 그는 이들을 죽이지 않고 만국공법에 따라 풀어준다. 인간을 향한 믿음과 인류애를 엿볼 수 있는 이 선택은 배신당하고, 안중근은 많은 동료를 잃은 채 좌절한다. 그리고 중반부 이후엔 믿었던 동료가 뒤통수를 치면서 안중근을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이렇게 쓴 맛만 보던 안중근의 믿음은 마지막에 보답받는다. ‘하얼빈’의 엔딩 장면엔 안중근이 준 기회로 목숨을 건진 모리 다쓰오(박훈 분)와 김상현이 등장한다. 여기서 김상현은 안중근의 믿음을 배반한 모리 다쓰오를 죽임으로써 질긴 악연을 끊는다. 이 장면을 통해 우민호 감독은 안중근의 ‘인간을 향한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 영웅의 발자취가 불완전한 김상현을 변하게 했고, 그는 국가의 역사를 새로 쓰는 주역으로 성장해 있었다.

결국, ‘하얼빈’은 영웅 안중근만큼이나 그를 따랐던 인물들의 변화를 담는 게 중요했던 작품이다. 우민호 감독은 ‘하얼빈’을 연출하며 훌륭한 리더가 평범한 인간을 성장시키고, 결국엔 이들의 힘으로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 등의 작품에서 권력의 비릿한 세계를 그렸던 감독은 안중근의 삶을 가져와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진짜 리더를 갈구하고 있었다.
‘하얼빈’이 백상예술대상에서 가장 빛났던 날, 박찬욱 감독의 발언도 화제가 됐다. 그는 곧 있을 대통령 선거를 언급하며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아는 리더를 뽑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충격이 아직 남아있던 탓일까. 훌륭한 리더를 염원하는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유독 잘 들렸던 시상식이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 ‘하얼빈’ 스틸컷·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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