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현실적인 공포로 서스펜스를 구축한 ‘최종면접’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면접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 회사에 어울리는지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수많은 경쟁자가 함께하면서 잔혹한 생존 게임이 된다. 단체 면접의 경우 참가자들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서로가 경쟁자이기에 신경전이 상당하다. 좋은 사람이면서도 유능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머리와 마음이 따로 전략을 세운다.
‘최종면접’은 이 면접 과정의 치열함과 긴장감을 잘 포착한 작품이다. 모두의 합격을 목표로 단결하던 이들이 배틀로열의 주인공이 되면서 우정과 실리 속에 치열한 심리전을 펼친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 극과 다큐멘터리적 구성이 치밀하게 연결돼 탄탄히 서사를 쌓아 올렸다. 가장 눈여겨볼 설정은 이들이 직접 합격자를 결정한다는 데 있다. 이는 이들의 관계와 쌓아온 시간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잔인한 룰로 작동한다.
여기서 ‘최종면접’은 인물들의 치부가 드러나게 하면서 마녀사냥, 혹은 인기투표로 구도를 바꾼다. 도덕·윤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기록이 오픈되면서 서로를 향한 평가는 시시각각 바뀌어 간다. 관객도 이 폭로전을 곁에서 지켜보고, 정보를 함께 판단하며 모든 캐릭터를 의심해야 한다. 30분마다 서로를 평가해야 하는 투표는 관객에게도 인물들을 향한 평가를 묻는 장치로 작동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출처가 불분명하고, 맥락을 알 수 없는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를 재단하고 충돌한다. 이를 통해 ‘최종면접’은 단편적인 정보로 단시간 안에 인간을 평가하는 채용 시스템의 한계와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한다. 면접을 위해 자신의 능력보다 치밀한 연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을 목격하며 관객은 씁쓸함을 맛보게 된다. 영화는 달의 뒷면처럼 어둠을 품고 있는 인간을 판단하고, 이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위험할 수 있는 일인지 경고한다.
물론, 납득되지 않고 극의 힘을 떨어뜨리는 장면도 다수 있다. 서로를 향한 불신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차분히 투표를 이어가는 모습은 부자연스럽다. 이 투표는 그들이 스스로 정한 룰이기에 절대적이라고 보기 힘든데, 변화한 상황 앞에서도 이에 순응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격한 면접 과정을 바라보는 인사팀도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그럭저럭 넘어갈 수는 있었다.
가장 아쉬운 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후반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전, 그리고 인물들의 인간관계가 얽혀 ‘최종면접’은 꽤 근사한 트릭을 만든다. 그런데 후반부에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은 긴장감이 턱없이 부족하다. 핵심 정보, 비밀번호 등이 맥없이 공개되는데, 오랜 기간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 갑자기 톱니 맞물리듯 하나씩 손쉽게 해결된다. 영화는 쉬운 길을 택했고, 작위적인 전개로 긴장감을 잃고 만다.

사실, 이 영화에는 흥미로운 순간이 하나 더 있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 더 뜨거운 문제를 던져준다. 파편적인 정보에 휩쓸리고, 생존을 고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전개되면서 ‘최종면접’은 본질적인 질문을 감춘다. 영화 속 인물들과 관객은 이들이 참여한 면접이 가장 유능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었다는 걸 완전히 잊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 면접을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과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종면접’ 속 인물들은 모두가 자신을 어필하는 데 관심이 없다. 타인을 헐뜯고 거기서 유리한 고지를 밟은 채 우위를 점하려 한다. 영화 속 인물들에게 진실이나 진실을 말하려는 태도는 중요하지 않다. 시선을 끌 도파민과 내가 타깃이 되지 않겠다는 욕망만이 면접장 안을 부유한다.
이런 네거티브 전략은 우리나라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민낯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타인을 부정하고 끌어내리면서 권위를 획득하는, 대혐오의 시대를 엿보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를 향한 비관적인 태도에서 시대의 암울한 공기를 읽을 수 있다. 면접이라는 현실적인 소재에서 출발한 영화는 면접장 안에 지금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를 버무려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게임에 발을 들인 관객도 결국 이들과 비슷하지 않나고.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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