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인간과 개의 교감을 담은 ‘하트 오브 비스트’가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특유의 귀여움으로 10월 극장가를 접수했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 15일간의 1위 질주를 마쳤다. 이를 저지한 건 듬직한 개가 주인공인 영화였다.
알래스카 오지에서 인간과 개의 우정과 처절한 생존기를 전개한 ‘하트 오브 비스트’가 개봉 2일 차에 깜짝 1위에 오르며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늘어났고, 관련 콘텐츠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점에 이 영화는 대중의 마음을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
‘하트 오브 비스트’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대자연에 갇힌 제임스(브래드 피트 분)가 중심에 있다. 전직 육군 특수부대원인 그는 생존 기술을 다수 터득하고 있다. 낚시로 식량을 구할 수 있고, 추위에 몸을 녹일 은신처도 만들 수 있으며, 고립된 자연 속에서 방향을 읽고 길을 개척해 나갈 수도 있다.

제임스의 고독한 생존기는 그의 단짝인 군견 오딘이 있어 더 특별하다. 오딘은 식량을 나눠주고 보살펴야 할 반려동물이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이며, 야생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제임스를 지켜주는 보호자이기도 하다. 이들이 서로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하는 모습이 뭉클함을 선사한다.
영화는 생생한 로케이션을 바탕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알래스카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경외감을 갖게 하고, 동시에 냉혹한 위험을 던져주며 오싹한 긴장감을 전한다. 또한, 탁 트인 대자연을 스크린에서 마주하며 극도의 해방감을 경험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신에서 인물은 제임스가 유일하다. 브래드 피트는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처럼 능숙하고 민첩한 행동으로 오지에서의 생존극에 설득력을 더했다. 극한의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는 모습에서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트 오브 비스트’는 인물이 많지 않아 대사가 적다. 그러나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은 풍성하다. 말 대신 제임스를 향한 충성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오딘의 연기가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촬영 전부터 브래드 피트가 오딘과 쌓은 교감은 스크린에서 진정성 있는 순간을 만들어 내며 빛을 발한다.

오딘은 군견 출신으로 인간과 함께 전장을 누볐던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육체에 대미지를 입고, 전쟁의 트라우마 탓에 잠에서 깨기도 하는 등 정신적으로도 피폐한 상태다. 제임스는 평범한 개와 달리 군인들이 오딘을 도구로 활용하고, 희생을 강요한 것에 죄책감을 갖고 있다. 오딘이 남은 견생을 맘껏 즐기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목숨을 걸며 반려인으로서 책임을 다한다.
‘하트 오브 비스트’는 제임스가 겪는 심리적 불안감을 조명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전장에서 동료를 잃은 피폐한 남자의 서사로 전장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수많은 죽음의 중심에 있던 그가 작은 생명을 위해 목숨을 거는 순간으로 인간이 가진 숭고한 면을 조명한다. 오딘을 위한 그의 헌신, 특히 마지막 선택은 영화에서 가장 큰 감동을 전하는 순간이다.
서로를 챙기는 제임스와 오딘의 서사는 반려동물과 우리의 관계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동물을 넘어서 이제는 가족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 반려동물들의 가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하트 오브 비스트’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에 이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내세워 온기를 전했는데 이런 톤의 영화들이 연이어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어쩌면 이 시대의 대중은 인간보다 인간적인 이들을 통해 현실 속 인간 세계의 한기를 잊어보려 발버둥 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트 오브 비스트’는 말 없는 개와의 교감 속에 떠들썩한 세상사를 잠시는 잊을 수 있어 관람이 즐거웠던 영화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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