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배우 최민식이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로 감동을 전했다.
지난 16일 개봉한 김도영 감독의 ‘인턴’은 비교적 최근작이자 많은 관객과 만났던 원작이 있는 영화다.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 주연의 2015년작 ‘인턴’은 국내에서도 361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때문에 리메이크 소식을 접했을 때 ‘벌써?’라는 생각을 먼저 가지기도 했다.
리메이크작답게 큰 틀에서 변화는 없었다. 젊은 여성 CEO와 실버 인턴의 만남과 갈등, 그리고 세대 간의 화합이 한국판 ‘인턴’에도 잘 표현돼 있었다. 탄탄한 원작 덕에 안정적인 서사를 전개할 수 있었고, 세대 간의 화합에서 오는 따스함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물론, 한국판 만의 매력도 있다. 김도영 감독은 한국의 MZ 세대 및 기업 문화, 청년 세대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해 차별화를 꾀하려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실버 인턴 역에 있다. 할리우드판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벤 휘태커가 노년의 신사 같았다면, 한국판에서 최민식은 아버지 같은 정겨운 인물로 등장한다. 기호는 젊은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공부하고, 때로는 그들과 함께 고민하며 청년 세대에게 꼭 필요한 좋은 어른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낸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지만, 많은 관객의 마음을 흔들 만큼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물론, 아쉬운 면도 많이 지적됐다. 한국판에서 부각된 감동이 진부하고 클리셰 같다는 비판부터 남성 캐릭터의 조형에 관한 젠더적인 비판도 있었다. 원작과의 비교라는 숙명도 피할 수 없었다. 예전 영화와 크게 변한 게 없는 점이 없어 아쉽고, 10년이 지난 뒤에 제작됐음에도 원작보다 올드하다는 의견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리메이크는 만들 만한, 그리고 볼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판 ‘인턴’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최민식의 존재감이다. 1980년대부터 활동해 데뷔 45년 차를 맞은 그는 ‘넘버 3’·’쉬리’·’올드보이’·’신세계’·’명량’ 등 무수히 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여전히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 ‘카지노’와 영화 ‘파묘’ 등을 통해 다소 무거운 역을 소화했던 그는 ‘인턴’을 통해 모처럼 인자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인턴’은 최민식의 사람 좋은 미소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뭉클한 경험을 선사한다. 기호의 대사도 배우 최민식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아 큰 위로가 됐다. 같은 시대 속 어딘가에 최민식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에서 만들어지는 설득력이 강했다. 덕분에 앞서 언급된 결점이나 균열을 잘 인지하지 못한 채 영화에 이입할 수 있었다.

배우들의 주름은 종종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맛보게 한다. 많은 작품을 거쳐 형성된 그 인장에는 배우로서 걸어온 길과 한 인간의 치열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혹은, 대중과 소통한 시간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어떤 표정 연기보다 깊은 주름이 만드는 아우라가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경험해 본 이들만 전할 수 있는 감정과 메시지가 작품의 결을 더 풍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턴’에서 최민식의 얼굴을 오래 응시하며, 그가 자신이 쌓아온 시간을 더 유연하게 활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륜이 아니면 흉내 낼 수 없는 연기의 경지 앞에서 묘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턴’ 개봉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민식은 이제야 진짜 숙성된 맛을 낼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다며, 나이를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정한 연기 인생이 시작된 것 같다며 더 많은 활약을 예고했다.
이미 굵직한 이정표를 세운 대배우가 인턴처럼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한 명의 관객으로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은퇴가 없다고 단언한 그가 걸어갈 길에 동행할 수 있어 즐겁고, 또 설렌다. ‘인턴’ 인터뷰 중 김도영 감독이 했던 말로 글을 맺는다. “최민식 보유 국가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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