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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가리기에만 급급했던 스릴러…설계가 부실했던 ‘눈동자’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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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영화 ‘눈동자’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박스오피스에서 순항 중이지만,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추리 문학의 팬으로서 작가라는 직업에 경외감을 자주 느낀다. 추리물을 지탱하는 건 트릭과 범인의 정체다. 완벽해 보이는 범죄의 비밀, 알 수 없는 진범의 정체는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를 설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뻔하면 외면당하고, 너무 뜬금으면 작가들이 욕을 먹는다. 또한, 이런 요소들이 너무 일찍 공개되면 극의 힘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한번 재미를 본 설정들을 재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작가를 더 괴롭게 한다.

지난달 24일 개봉해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인 ‘눈동자’도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이야기였다. 의문스러운 인물과 사건을 배치해 진범의 정체를 끝까지 꼭꼭 숨겨야만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작품만의 무기도 있다. ‘눈동자’는 시야가 제한된 주인공을 내세워 전개를 더 예상하기 어렵게 했다. 앞을 잘 볼 수 없는 상황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결정적 순간에는 주인공이 옆의 인물을 인지할 수 없게 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잘 구축됐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범인을 어떻게든 가리려는 요소들이 작위적으로 보여 답답했고, 때문에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의 충격도 크지 않았다. 왜 이런 느낌을 받게 됐을까. (이 글에는 ‘눈동자’의 결말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눈동자’는 두 인물을 통해 긴장감을 쌓아간다. 먼저, 시작부터 대놓고 서진(신민아 분)을 공격하는 스토커 현민(이승룡 분)이 있다. 서진을 향한 집착 탓에 경찰에 잡히기도 한 그는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하며 극에 불안감을 형성한다. 다른 한 명은 서진의 쌍둥이 도생 서인(신민아 분)이 죽기 전 교류했다는 의문의 남성이다. 그가 연예인 같은 외모를 가졌다는 정보를 얻은 서인은 모델이었던 현민이 동생의 죽음에 얽혀있을 거라 추측한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현민이 그 의문의 남자일 거라 생각하는 관객은 많지 않다. 추리물을 즐기는 수용자는 항상 의심부터 하게 된다. 대놓고 범인이라고 내세운 인물을 추리물의 팬들이 진범이라 생각할 확률은 극히 낮다. 자연스럽게 관객은 현민이 ‘눈동자’가 내세운 덫이라 생각하며 주변인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눈동자’가 맥거핀으로 시간을 벌었다면, 이후엔 진범을 위한 설정을 쌓아가야만 했다. 그래야 후반에 진범이 밝혀졌을 때 관객이 납득하고, 충격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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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는 이 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서사의 완성도가 탄탄하지 못했다. 그래서 진범 및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을 때 뭔가를 느끼기 어려웠다. 우선, 진범이 서인과 서진을 돕던 여성이었다는 건 꽤나 예측 가능했던 부분이다. 영화의 카메라는 이 여성을 담을 때 노골적으로 얼굴을 담는 걸 피한다. 부자연스러운 구도로 인물을 담아 장면이 전체적으로 어색했고, 얼굴을 가리겠다는 의도만이 너무 잘 보였다. 이런 탓에 이 인물에게 뭔가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그가 여장을 한 도혁(김남희 분)이었다는 건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납득하기 어려웠다. 부자연스러웠기에 충격보다는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영화 내내 카메라는 도혁의 내면과 사연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와서야 급히 그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런 탓에 도혁의 다중인격 설정은 영화와 따로 놀고 있었고,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만 보였다. 이 인물의 실체를 추측할 만한 연결고리가 없었던 탓에 극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인물이 갑자기 등장한 것 같아 억지스러웠다.

‘눈동자’의 핵심 트릭이었던 제한된 시야의 활용도 아쉽다. 영화는 서진이 시력을 잃는 순간을 활용해 불안감을 높였지만, 이를 심도 있게 활용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한 예로, 장님이 빌런이었던 ‘맨 인 더 다크’는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을 신선하게 비틀어 재미를 줬던 영화다. 영화는 후반부에 장님에게 익숙한 공간에 인물들을 가두고, 그곳의 빛을 차단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자에게 더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냈다. 이런 역전된 상황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눈동자’에도 도혁 앞에서 눈이 먼 것처럼 연기하는 서인을 통해 긴장감을 만드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이는 짧게 지나가고, 전체적으로 제한된 시력이라는 설정을 영리하게 활용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없었다. 단순히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을 지연하는 장치로만 활용한 듯했다. 볼 수 있는 자와 보이지 않는 자의 대립을 통해 ‘눈동자’는 시선의 권력에 관한 메시지도 담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캐릭터 조형과 미스터리의 설계 등 필수적인 요소부터 챙기지 못하면서 많은 가능성을 날려 버렸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이화배컴퍼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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