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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을 마주하고 서로를 치유하는 두 메신저들의 여정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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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특별한 메신저들의 여행기가 극장가에 온기를 전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종종 일상을 떠나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여행을 떠나 낯선 곳에서 홀로 서면, 평소에 간과하던 것들을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럴 때면 견고하다 믿었던 것들에 균열이 있는 볼 수 있고, 어렵게 느껴지던 문제의 해결책이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때문에 여행의 끝엔 또 다른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도 그런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은 일본 라멘집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메신저가 되는 쇼타(오타니 료헤이 분)와 대성(진영 분)의 이야기다. 한국 출장길에 오른 쇼타는 대성의 전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반대로 대성은 일본에서 쇼타의 사직서를 회사에 전달해야 한다. 우연히 인연을 맺은 두 남자는 서로의 삶에 개입하고, 직접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얻게 된다. 낯선 타국에서 이방인들이 겪는 상황이 웃음을 만들고, 이들에게 마음을 여는 이웃들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전하는 영화다.

이 작품은 여행을 통해 인물들의 결핍을 드러낸다. 쇼타는 누구보다 성실한 직장인이지만, 아내와 아들에게 소홀했던 가장이다. 회사의 대표가 될 만큼 능력이 있으나 회사 밖에서는 일에 서툰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국 출장에서 손 봐야 하는 파이프는 그의 모습을 대변하는 장치다. 견고한 파이트에 녹이 슬었듯 완벽해 보였던 쇼타의 삶도 보이지 않은 곳에 결함이 있었다. 폭우 속에 물의 흐름을 막는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은 틀어진 인생의 궤도를 바로잡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타지에서 쇼타는 철강맨이라 자부하던 자신의 삶 속에 자리한 상처를 응시하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인지하게 된다.

일본에 남은 대성은 연인의 부재로 고통받고 있다. 자신의 실수로 끝난 연애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전 연인과 오려고 했던 에노시마를 방황 중이다. 이런 대성은 쇼타의 아들 유토(요코카와 료토 분)를 통해 자신의 현재를 자각한다. 유토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망부석처럼 앉아 있다. 또한, 아버지와 살던 옛집에 집착한다. 이는 그리움에 묶여 있고, 추억에 집착하는 대성과 닮았다. 여기에 유토의 옛 집에 거주 중인 할머니 역시 자녀들을 기다리며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이런 요소들이 그리움의 감정을 부각하며 대성의 상황을 겹쳐 보이게 한다. 이렇듯 두 남자는 낯선 이의 삶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치유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은 평범한 일상 속에 힐링의 순간을 포착하며 관객을 미소 짓게 한다. ‘심야식당’의 프로듀서 엔도 히토시가 참여한 이번 작품은 거대한 사건과 자극적인 장면을 만날 수 없다. 대산, ‘심야식당’처럼 현대인이 가질 법한 고민을 잔잔하고 담백한 이야기로 풀어내며 온기를 전한다. 한국 정수장에서 쇼타가 처리하는 업무, 일본 에노시마에서 대성이 유토와 맺는 관계를 천천히 관찰한다. 그리고 이들의 일상을 찾아오는 즐거움과 이웃들의 정을 느끼게 하고, 그런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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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남자의 여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다. 쇼타와 대성은 오프닝 시퀀스에서 짧은 만남을 가진 뒤 일본과 한국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이후 중간중간 전화를 통해 상황을 공유받고, 서로의 삶에 다가간다. 사실, 서로의 선의를 100% 믿는 이들의 행보는 리얼리티와는 거리가 멀다. 내적 고민을 우연한 인연을 통해 해결하는 스토리는 동화적이고, 종종 판타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프닝으로 맺게 된 얕은 연결고리가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고 삶에 간섭할 만큼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는지 의문을 갖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더 납득하기 어렵다. 더불어 긴장감 있는 전개와 신선한 이야기를 원했을 관객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영화다.

두 인물을 내세웠음에도 케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쇼타와 대성의 서사는 대부분 따로 움직인다. 각자의 선택과 행동이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아 시너지를 만들지 못했다. 별개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탓에 일본과 한국이 교차될 때마다 서사가 뚝뚝 끊어진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전화를 통해 연결고리를 만드는 신은 관객이 봐왔던 정보를 교류하는 데 그쳐 극을 루즈하게 하고, 긴장감이나 새로운 동력을 만들지 못해 큰 의미를 찾을 수도 없다.

캐릭터의 깊이 면에서도 두 캐릭터는 큰 차이가 있다. 쇼타는 가정과 직장을 비롯해 개인적인 사연이 보이고, 오랜 시간 회사를 경영했다는 배경 설정이 있는 등 캐릭터가 탄탄히 구축돼 있다. 하지만 대성은 그런 면이 부족하다. 때로는 전 연인을 괴롭히는 존재처럼 보일 때도 있다. 때문에 쇼타와 관련된 인물들이 만드는 서사가 훨씬 탄탄했고, 극 전체로 보면 쇼타와 대성의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쇼타의 직장과 가정이라는 서사만으로도 구성할 수 있는 영화였고, 대성의 연인과 관련된 서사가 억지로 붙은 듯했다.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은 우리가 지나치던 것들을 다시 보게 하는 힘이 있는 영화였다. 정겨운 이웃들과 함께 소박함을 매력으로 내세워 따뜻한 순간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요소가 잘 조립된 것 같지 않아 영화가 전하려 했던 감동과 여운이 깊지 못했다. 주요 설정을 더 정교하게 살려 두 남자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거나, 반대로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더 좋았을 영화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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