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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판에 묶인 승부사들의 광기…정교한 편집 돋보인 ‘파이널 피스’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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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장기판을 무대로 장르적 쾌감을 전하는 영화가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지난해 개봉한 ‘승부’는 고요한 바둑판을 전쟁터로 바꿔놓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둑알 놓은 소리는 총성처럼 표현됐고, 바둑판을 마주한 인물들의 갈등이 심화되며 긴장감을 높일 수 있었던 영화다. 이를 동력 삼아 21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지난 27일 개봉한 ‘파이널 피스’도 대국에 임하는 기사들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장기에 미친 인물들을 통해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파이널 피스’는 천재 장기 기사 케이스케(사카구치 켄타로)와 한 구의 시체에 관한 이야기다. 산속에서 신원불명의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은 그 옆에 놓여 있던 고급 장기말을 단서로 범인을 쫓는다. 그것의 주인은 케이스케였고, 그와 악연으로 얽힌 도박꾼 토묘(와타나베 켄 분)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후 경찰은 케이스케와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며 그의 생과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케이스케의 30년을 담은 ‘파이널 피스’는 정교한 편집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방대한 인생의 궤적을 장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해 탄탄한 이야기를 선보였다. 영화는 케이스케의 현재부터 그의 유년기, 대학 및 청년 시절을 오가며 전개된다. 카메라는 장기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에 집중했는데 장기와의 만남, 스승들의 가르침, 프로 기사가 되는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특별한 장치 없이 시점이 바뀜에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결이 인상적이다.

이런 교차편집은 설계가 조악하면 관객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파이널 피스’는 필요한 순간을 잘 선별했고,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몰입감과 속도감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 영화는 의문의 시체를 둘러싼 단서와 이에 얽힌 인물들의 증언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리고 경찰의 시점과 케이스케의 과거 및 현재가 교차되며 사건의 전말이 점차 드러난다. 퍼즐을 맞춰가는 구조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완성된 그림은 큰 충격을 안기는 영화다.

사건 외의 요소는 굳이 보여주지 않으려는 영리한 선택도 눈에 띈다. 이 영화는 중심 소재가 장기임에도 장기의 룰과 대국의 양상엔 큰 관심이 없다. ‘귀신 잡기’라는 전략이 언급되지만 이는 ‘상대를 흔드는 기묘한 수’ 정도로 묘사되고, 토묘라는 인물의 승부사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데 활용될 뿐이다. 그밖에 대국과 관련된 정보는 거의 없어 장기를 잘 알지 못하면 승부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반대로 생각하면, 장기를 몰라도 즐기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장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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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룰에 관한 정보를 제한한 ‘파이널 피스’는 설명을 최소화하고 승부 그 자체를 느끼게 하는 전략을 취했다. 기사들의 표정, 손의 움직임, 대결을 보고 있는 이들의 반응을 통해 대국의 분위기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캐릭터들의 성격 역시 대국에 임하는 자세에 묻어 있어 장기말을 놓는 순간의 미묘한 변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갑자기 등장한 재야의 고수 케이스케의 신묘한 수 앞에 패배를 인정하는 기사들의 모습을 비롯해 무협 소설의 사파처럼 대결하는 도박꾼들의 승부가 흥미롭게 담겼다.

‘파이널 피스’가 정말 관심을 가지는 건 장기에 묶여 있는 인물들의 숙명이다. 케이스케와 토묘는 오직 장기판 위에서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케이스케는 장기판을 떠나 살려고 했지만, 불운한 과거가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장기가 아니었다면 삶을 버티지도, 빛날 수도 없었던 캐릭터다. 반면, 토묘는 장기판 위의 승부에서만 희열을 느껴 벗어나지 못한다. 승부욕과 탐욕 어딘가에 미쳐있는 내가 장기라는 어둠의 늪에서 허우적 거린다. 거칠고 비열한 면이 있음에도 최고의 승부사라는 점이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들의 연대와 갈등이 극의 동력과 재미를 만든다.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 그리고 치열한 승부에 집중하던 ‘파이널 피스’는 생의 의미를 물으며 막을 내린다. 케이스케는 장기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이들 덕에 구원받고 성장한 인물이다. 폭력적인 아버지보다 자신을 걱정하며 부모 역할을 해준 은인,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탈출구를 마련해 준 토묘는 모두 장기를 통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들은 케이스케가 어떻게든 버티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돕는 인생의 스승이다. 덕분에 장기밖에 남지 않은 케이스케의 마지막 선택과 열린 결말은 더 진한 여운을 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파이널 피스’는 미스터리에서 오는 장르적 재미, 인간의 생을 관통해 전달되는 뭉클한 감동을 맛보고 싶은 관객에게 권할 수 있는 영화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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