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이준익 감독이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오히려 ‘뻔한 이야기’가 가진 소중함을 강조했다.
이준익 감독은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키다리스튜디오 사옥에서 TV리포트와 만나 세로형시네마 ‘아버지의 집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의 집밥’은 40년 동안 삼시세끼 집밥만 찾던 아버지 하응(정진영)이 ‘요리백지증’에 걸린 아내 순애(이정은)를 대신해 생애 처음 부엌에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리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이준익 감독의 첫 숏폼이자 세로형 시네마 작품이다.
가족과 부부, 부모와 자식 그리고 매일 먹는 한 끼의 밥까지. ‘아버지의 집밥’이 꺼내놓는 소재들은 새롭거나 낯설지 않다. 오히려 수없이 반복돼 온 익숙한 이야기들에 가깝다. 이준익 감독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의 집밥’은 뻔한 이야기”라면서도 “뻔하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면 뻔해졌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흔한 이름도 좋은 이름이니까 흔해진 것 아니냐. 뻔하다는 것도 좋은 것이다. 좋으니까 뻔해진 것”이라며 “우리가 지나치게 자극과 도파민에 중독되다 보니 뻔하지 않은 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뻔함의 소중함을 홀대하거나 폄훼하는 문화 소비 습관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감독은 가족을 세상에서 가장 뻔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소중한 관계로 꼽았다. 그는 “우리가 매일 보는 부모와 부부, 형제처럼 가족 관계보다 뻔한 관계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라며 “그런데 그 뻔한 관계처럼 소중한 관계가 또 어디 있나. 나는 뻔한 이야기가 폄하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의 집밥’이 결국 향하는 곳도 가족이라는 익숙한 관계 안에서 서로를 다시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준익 감독은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가져갔으면 하는 감정에 대해 “타인에 대한 이해”라고 답했다. 가족이라고 해서 완전히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것.
그는 “부부 사이에도 사실은 타인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내가 아니면 타인”이라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 요리에 서툰 며느리가 어떻게든 음식을 만들어보려고 하고, 시어머니가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언급하며 서로의 행동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결국 ‘밥’이다. 이 감독은 극 중 순애가 손녀에게 건네는 말을 언급하며 “‘한 끼의 밥은 소중하다. 그런데 그 한 끼의 밥을 차려주는 사람은 더 소중하다’는 이야기. 자기 한 끼의 밥은 소중하게 여기면서 그 한 끼를 차려준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봤느냐는 것”이라며 “‘아버지의 집밥’에는 그런 역지사지가 자세하게 표현돼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준익 감독은 결국 작품이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보여주는 이야기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그게 나는 어떤 자극보다 소중한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소중해서 뻔해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익숙함 너머의 소중함을 비춘 세로형 시네마 ‘아버지의 집밥’은 지난 9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했다. 이후 17일 오후 5시 1부, 24일 오후 5시 2부가 레진스낵을 통해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강지호 기자 /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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