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말에 무슨 도전”…이준익 감독의 ‘응전’ (‘아버지의 집밥’) [RE: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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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이준익 감독이 새로운 형식에 계속해서 뛰어드는 이유를 밝히며 첫 숏폼 연출에 대한 부담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준익 감독은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키다리스튜디오 사옥에서 TV리포트와 만나 세로형시네마 ‘아버지의 집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의 집밥’은 40년 동안 삼시세끼 집밥만 찾던 아버지 하응(정진영)이 ‘요리백지증’에 걸린 아내 순애(이정은)를 대신해 생애 처음 부엌에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고리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이준익 감독의 첫 숏폼이자 세로형 시네마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의 연출부터 주연인 정진영과 이정은, 변요한 등 화려한 라인업까지, ‘아버지의 집밥’은 그야말로 노장의 새로운 도전처럼 비춰졌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 맞춘 세로형 숏드라마를 극장 스크린으로 옮겼다는 점까지도 새 시도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이날 이 감독은 “나는 도전적인 인간이 아니다. 굉장히 순응하는 인간”이라며 “현실에 순응한 것이지 도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집밥’ 역시 처음부터 이 감독이 숏폼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작품은 아니었다. 영화 산업의 침체 속에서 연출 데뷔 기회를 얻기 어려워진 후배들에게 숏폼 작업을 권했고, 이후 후배들이 “우리만 하느냐. 감독님도 해라”라고 되받으면서 자신 역시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떠밀려서 한 것이다. 그러니까 순응한 것이지 도전한 게 아니다”라며 웃어 보인 이 감독은, 자신의 선택을 표현하는 단어로 ‘응전’을 꺼냈다.
이 감독은 “젊어서는 젊은 패기로 자기 나이에 맞는 도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60대 말에 무슨 도전을 하겠나”고 너스레를 떨며 “‘아버지의 집밥’은 도전이 아니라 응전이다. 이미 선행된 새로운 생태계에 내가 반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도전은 내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가는 것이고, 응전은 변화하는 세상에 발을 맞추는 것”이라며 “신인 감독들이 도전한 것이지, 나는 응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감독에게 숏폼은 익숙한 영역도, 평소 즐겨 찾던 콘텐츠도 아니었다. 그는 이번 작업을 위해 숏폼을 따로 찾아보며 형식을 익혔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취향상 자극을 추구하는 작품을 해온 사람도 아니고, 숏폼을 애써 찾아보는 편도 아니었다”면서도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생태계를 이해하는 것까지는 해야 한다. 그것도 생산자의 책무”라고 말했다.
직접 경험한 세로형 화면에서는 기존 영화와 다른 가능성도 발견했다. 이 감독은 자신이 그동안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해 영화를 만들어왔다고 설명하면서 “가로 화면은 풍경 속에 여러 인물을 담을 수 있고 움직임도 따라갈 수 있다. 반면 세로 화면은 인물을 따라가기보다 그 자리에 담아놓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초상화’에 비유했다. 한 화면 안에서 여러 인물의 관계를 넓게 보여주는 대신, 한 사람의 표정과 내면을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찍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담는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인 이 감독은 “초상화처럼 인물을 담아놓으니까 그 사람의 내면에 더 깊숙하게 들어가게 되더라”고 새로운 연출에서 찾은 재미를 전했다.
세로형 시네마 ‘아버지의 집밥’은 지난 9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했다. 이후 17일 오후 5시 1부, 24일 오후 5시 2부가 레진스낵을 통해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강지호 기자 /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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