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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내일 죽어도 호상…’휴민트’ 만들고 여한 없어” [RE:인터뷰③]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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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류승완 감독이 영화 ‘휴민트’에 담긴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류승완 감독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함께 11일 개봉한 영화 ‘휴민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휴민트’를 통해 14번째 장편 영화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은 “요즘 영화를 만들 때 나의 큰 화두는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어떻게 조화시키는 가에 있다. 장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쌓아온 것들이 있으니 그 환경 안에서도 돌파를 해야 해서 더 용을 쓰며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류 감독의 대표작인 ‘베를린’과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두 작품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류 감독은 “결국은 인물인 것 같다. ‘베를린’과 비슷한 정서이지만 ‘휴민트’는 이별의 정서를 염두하고 만든 첫 영화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변하는 것, 헤어지는 것, 소멸하는 것, 남겨진 사람들의 쓸쓸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며 “‘휴민트’는 더 심플하고 견고하게 세우는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휴민트’를 ‘베를린’의 후속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베를린’ 취재 당시 얻은 자료와 들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기본 세팅을 한 것이 ‘휴민트’다. 그래서 시나리오 초안 구조는 꽤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며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베를린’의 후속편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서 이스터에그 같은 설정을 넣게 됐다”고 덧붙였다.

‘휴민트’가 가진 사람에 대한 특징도 전해졌다. 류 감독은 “장르 영화이긴 하지만, 온전히 사람에게 집중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 만큼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 약속한 한 사람처럼, 한 인물을 지키기 위해 맺은 그런 관계가 힘을 가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더 보편적인 정서인 것 같다”고 ‘휴민트’ 속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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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은 액션 장면의 구축도 이런 ‘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액션 장면을 구축할 때 쓰는 방법인데, 총은 안 맞아 봤어도 블록을 밟아 본 경험은 있지 않냐. 칼에는 안 찔려봐도 종이에는 베여 봤고. 이렇게 내가 아는 정서, 가늠해 볼 수 있는 정도의 관계를 가지고 파고 들어서 밀어 붙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며 “아무리 바뀌는 세상에 살아도 우리는 모두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래서 관심사가 그쪽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필모그래피 속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다. 그간 그가 선보여 온 작품과 또 다른 매력을 가진 ‘휴민트’에 대한 애정을 전한 류 감독은 “미련이 없어졌다. 여한이 없달까. 정말 하고 싶은 걸 다 해봤다”며 “유년기를 지난 느낌이다. 내 창작의 근원은 무언가를 보고 너무 좋아서, 그걸 흉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휴민트’에 이르러서는 내가 하고 싶었던 취향의 모든 것들을 정리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내일 죽어도 호상이다’ 이런 마음”이라고 진심을 털어놨다.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덧붙여졌다. 그는 “내 다음 호기심이 어디로 갈지, 내 다음 영화가 어디로 갈지 나도 궁금하다. 막연하게 ‘참 다르겠구나’ 싶다.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홀가분하고 가볍고 그렇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의 미래를 향한 마음도 덧붙여졌다. 류 감독은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많이 해봤는데 이제 영화라는 놀이터를, 후배들이 다시 놀 수 있게 치워주고, 기름칠도 해주고 그렇게 이 놀이터를 잘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 이게 나에게는 큰 숙제다”고 신진 양성에 대한 뜻을 밝혔다.

이어 류 감독은 “작년에 서울독립영화제를 볼 당시 깜짝 놀랄 재능들이 많았다. 심사를 하면서 ‘한국 영화 안 죽었네’ 했었다”며 “‘어떻게 하면 새로운 재능들과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게 해줄 수 있을까’가 숙제인 것 같다”고 전했다.

류승완 감독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 준 ‘휴민트’는 지금 극장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강지호 기자 khj2@tvreport.co.kr /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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